라우루스
예브게니 보돌라스킨 지음, 승주연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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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나야 폴라냐 문학상, 빅 북 어워드, 리드 러시아 어워드 수상작, 뉴 스테이츠먼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작품을 만나본다.




기존 고전문학에 치중해 접해온 러시아 문학을 이번 이 작품으로 인해 보다 넓은 폭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만큼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작품이라 500여 페이지가 넘었음에도 글밥 속에 담긴 저자의 시적인 문체로 인해 지루함을 모르고 읽은 소설이다.




시대적 배경은 15세기 중세 러시아로 '아르세니'라는 주인공이다.



어린 시절 부모가 역병으로 모두 돌아가시고 약제사이자 마을 의사 역할을 하고 있던 할아버지 흐리스토포르의 손에 성장한다.



그를 따라 약초의 유용성과 자연과 삶, 죽음에 이르는 많은 것들을 듣고 의술까지 배운 그는 할아버지 사후 그 뒤를 이어 마을 사람들에게 같은 도움을 준다.



어느 날 우스티나란 여인을 집 앞에서 만나게 되고 이후 그 둘은 부부가 되면서 살아가던 중 우스티나는 출산 도중 아기와 함께 사망하고 된다.



이 모든 일들이 자신의 탓이라 여기며 죄책감에 빠진 아르세니는 그녀와 아기에게 속죄와 영혼들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독일을 비롯해 폴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을 떠돌아다니면서 스스로 고행의  순례자 길을 선택한다.



이후 여러 시대를 살아가면서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린 아르세니-



마치 자신의 생보다는 네 명의 인생을 대신 살아가듯 유로비틴 우스틴, 암브로시우스, 마지막으로 라우루스란 수도자 이름으로 살아가는 여정을 그려낸 작품은 인생의 진정한 삶은 무엇인지를 되묻게 된다.




태어나고 성장하며 사랑하고 자녀의 탄생을 보는 것, 이후 노년에 들어서 죽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동. 서양을 막론하고 인생의 진리는 생과 사라는 두 길에서의 순환하는 원을 연상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삶의 시작이 첫출발이라면 죽음은 기존에 행해온 모든 것들을 마무리 짓는 동선의 끝자락임을 느끼는 과정은 특히 아르세니가 암브로조와 함께 예루살렘으로 떠나는 부분에서 시대를 훌쩍 넘나드는 환상적인 모습이었다.




러시아의 움베르코 에코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가 이해되는 부분과 인생의 각기 다른 사건과 만남들로 인한 조각조각들이   한데 모여 하나의 모자이크를  형성하듯 삶 안에 담긴 모든 것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 또한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운명일 수도 있고 행복과 불행을 모두 경험하고 살아가는 가운데 알게 되는 신비로운 부분이 아닐는지...




러시아 중세를 배경으로 한 작품 속에 녹아든 고대 러시아 문학과 상상력은  기타 유럽권 문학에서 접하는 것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마술적 시공간처럼 이어지는 중세와 근현대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글의 유연성과 현대에도 의미 있는 보편적 주제를 보인 문장들은 러시아 문학의 새로운 발견(?)이자 감성적으로 마주칠 수 있는 작품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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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만드는 지구 절반의 세계 - 인슐린 발견에서 백신의 기적까지 인류의 역사를 뒤바꾼 동물들 서가명강 시리즈 33
장구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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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방송에서 다루는 동물 관련 프로들이 많다 보니 이제는 웬만한 정보는 거의 공유하는 시대가 되었고 이는 곧 단순히 인간 아래에 동물이라는 개념보다는 반려 차원에서 함께하는 삶으로 이어지는 변화를 이루고 있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 알게 모르게 존재하는 동물의 존재는 가족차원에서만이 아닌 인류의 생명에도 영향을 준다는 생각을 깊게 알려주는 책, 바로 서가명당 시리즈에서 보인 '동물이 만드는 지구 절반의 세계'다.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장구 교수님의 글을 통해 다룬 이번 내용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동물 관련 학문이라고 하면 가장 대표적으로 수의학을 떠올려보게 되는데, 이는 방송에서 동물들 치료나 유기동물 구조를 통해 더욱 친근감이 들게 하고 이어 동물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질병을 고치기 위한 내용들을 다룬 부분에선 기존에 알고 있던 상식과 함께 동물들이 인간들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게 한다.




책의 내용은 우선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난이도의 내용을 통해 부담을 덜어낸 내용이라 관심 있는 분야에서는 궁금증 해소와 함께 현대과학자들이 동물 실험을 어떤 방식으로 연구하고 있는지에 대해 들려주기에 인문차원으로 읽을 수 있는 점이 좋았다.




과거 복제양 실험에 대한 발표가 있었을 때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경우가 이제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시대로 흐르는 오늘날, 읽다 보면 과연 인간들은 동물 실험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연구대상으로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들이다.




기술의 발전이 이룬 신약 개발이나 그  외의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는 길에는 이렇듯 동물들 도움이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마움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특히  연구들이 인간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닌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 종 복원에 대한 연구 또한 필요한 부분임을 생각할 때 다양한 접근이 필요함을 느끼기도 하고 여기엔 인슐린 개발에 관한 내용이 인상 깊었다.




밖을 나가보면 유모차에 아기들 외에도 동물들을 태워 산책하는 분들을 많이 본다.




가족이고 하나의 소중한 생명이란 사실, 책에서 다룬 내용을 생각해 본다면 동물권리에 대한 의견도 나오는 시대라 미래에 인간과 동물들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동물들이 인간들 삶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겠다.




지구의 주인은 인간만이 아닌 모든 종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세계란 사실을 새삼 다시 느껴본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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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룸 소설, 잇다 3
이선희.천희란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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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일제 강점기 시대에 활동했던 이선희 작가와 현재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천희란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 소설 '잇다'시리즈 세 번째로 만나보는 작품들이다.




근대 여성작가와 현대 여성작가의 만남이란 것을 통해본 오늘날 여성들의 삶 발자취를 더듬어 가는 여정은 기존 작품들에서 보인 것과는 차별성을 보인다.




이선희 작가의 단편과 장편으로 이루어진 두 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저자는 그 시대의 여성들이 자신들이 갇힌 삶에 수긍하기보다는 좀 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취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다리 절단 사고로 자신을 바라보는 남편의 시선에서 애정이 식었음을 느낀 '나'가 남편의 목숨값은 요구하는 계산서를 요구하는 모습은 모든 것을 잃어버린 여인의  이야기를, 장편인 '여인명령'은 전문학교 출신인 여성 '남숙채'의 인생을 통해 두 작품 모두 가부장제와 여성으로서의 사회진출이 쉽지 않았던 시대상을 통해 이것이 자본주의와 결합되었을 때 어떤 상황으로 흘러가는지를 보인다.




연인을 기다렸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던 사정은 물론 그 이후 집안의 결혼 독촉을 피해 직업을  전전하는 숙채의 모습은 연인에 대한 사랑만큼은 아니었지만 제2의 인생의 길인 김 의사와 결혼을 통해 새로운 안정을 찾길 희망한 여인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마저도 본처 자리에 자신의 이름을 올릴 수 없었던 일이나 끝내 유원에게 부탁한 일은 결혼이란 제도에서 오는 여성들의 지위와 한계, 결혼 전에는 분명 그녀도 독립적이고 사랑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의지가 있었던 여인이었지만 사회적인 시선과 결혼이란 틀에서는 결코 자신만의 삶의 방향을 쥐고 있을 수는 없는 안타까운 마음이 깃들어 있다.









두 작품에서 본인 여성들의 삶이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받은  시선으로 인한  상처와 슬픔으로  차올라 끝내는 분노와 좌절로 이어지고  스스로 선택한 길이었음에도 보이지 않는 시선에 쫓기듯 했던 결혼이란 것을 통해 불행의 길로 들어선 과정들이 수동적인 생의 모습처럼 다가온다.




이어 책 제목이기도 한 '백룸'은 위 두 편의 작품과 함께 그려 볼 수 있는  이야기로 여전히 가부장제란 이름 아래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의 모습과 이에 더해 보다 나은 확장의 세계로 들어설 수도 있음을 보인 여러 감정을 생각해 보게 된다.



게임 스트리머인 '나'의 커밍아웃은 게임처럼 여전히 미궁의 연속이란 점을 통해 여성으로서의 자의식을 드러낸 부분이자 여전히 과거나 현재에도 온전한 '나'의 모습은 무엇인가를 되묻고 있는 듯하다.




출구는 있지만 보이지 않는다는 백룸의 미궁, 하지만 세 여인들은 주저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으며 이를  행함으로써 그녀들은 백룸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에서 희망을 걸어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선우은실 문학평론가의 해설은 이 작품들에 대해 보다 깊은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글이다.




천희란 작가가 본 이선희 작가는 '지속된 한계'를 벗어던지기 위해 새로운 지옥을 찾아 나선 작가였다고 하는데 누군가 그 첫 발을 먼저 시작했다는 의미에서도 알 수 있듯 단지 여성이란 존재에 갇혀 시대에 갇혀있기보다는 주어진 삶에 탈출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을 두루두루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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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이경 지음 / 래빗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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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에 그치던 일들이 현실에서 안착되어 우리들의 삶이 보다 편리한 세상이 된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저자의 작품집에서는 특히 이런 일들에 대한 상상력을 덧댄 내용들이 공감을 하며 읽게 됐는데, 워킹맘들이 겪는 육아에 대한 고민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부분들이 눈에 띈다.




제목인 작품 내용처럼 독박육아 현실에 처한 주인공이 도움 앱을 설치하면서 겪는 일을 다룬 내용은 실질적으로 앞으로의 미래를 예상해 보게 된다.



인공지능이 이제는 어색하지 않은 우리들 삶에 현실적으로 비중을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진 만큼 AI 인공지능 육아 돌보미, 간병로봇, 돌보미가 탑재된 차량이 실 생활에 이용할 날이 머지않았음을  희망하는 이유도 바쁜 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길 희망하는 마음이 큰 것이 아닐까 한다.



일테면 육아에 지친 엄마가 잠시 휴식이나 잠을 자는 시간을 줄 수 있을 만큼 도움을 준다든지, 말벗이 되어 고충을 이해해하며 위로를 건넨다든지,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아픈 가족을 돌봐줄 수 있는 간병 로봇의 출현을 기다리는 분들이 정말 많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유쾌하면서도 실 생활에 접근해 다룬 글이 앞으로 인간의 삶 질의 향상을 어떻게 변할 수 있을지, 기계와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이 도래한다면?



단편 소설이라 조금은 더 이야기가 길어도 좋겠단 생각이 들 만큼 신선하게 다가왔는데 저자가 현실에서 필요한 부분적인 일들을 결합한 내용이 좋은 부분도 있었고 점차 기계화가 대체되어 버린 세상이 온다면 한편으로는 조금은 불안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실생황에 근접한 이야기를 통해  미래에 대한 일들을 그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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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 리노블 1
마태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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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 IP공모전: 리노블 시즌 1 대상 수상작인 '습기'



여름 장마철이 시작되면  습기 때문에 불쾌지수가 높아지곤 하는데 이 작품의 제목 때문인가? 읽는 내내 끈적거림이 다시 올라오는 듯했다.



어렵다던 신도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미연은 워킹맘이다.



남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직장을 다니며 아들 지호를 키우는 가운데 입주한 첫날부터 기괴한 일들을 마주하면서도 그런 가운데 위층에 살고 있는 영희 엄마를 알게 된다.




회사일에 쫓겨 지호를 돌보야 할 때 영희 엄마의 도움을 받지만 그녀의 독특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친밀감을 느끼지 못하는 가운데 의지하게 된다.




워킹맘으로서 교육에 대한 정보나 같은 또래 엄마와의 교류가 수월히 않았던 미연은 좋지는 않지만 영희 엄마에게 의지하게 되고 그러던 어느 날 아들과 남편의 이상한 행동을 주시하게 된다.



초반부터 왠지 모를 으스스함이 증폭되는 전개와 친정의 반대를 뿌리치고 결혼한 일 때문에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살고자 한 미연의 가정에 불어온 이 난기류 같은 현상은 어떻게 이어질까에 대한 긴장감이 손을 놓을 수 없게 한다.



특정 사이비 종교와도 밀접한 연관 관계를 지닌 진행과 평범한 가정에 몰아닥친 일들의 흐름은 '습기'처럼 기분 나쁜 상태와 우울감마저 들게 하는데 과연 이들은 이 난관을 이겨나갈 수 있을까?




어두운 밤인 아닌 신도시 아파트 대낮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내용은 그릇된 종교에 빠지면 그 종교 안에서 헤어 나올 수 없을 정도의 몰입을 강요하는 일탈, 그러나 가운데 볼모의 대상이 다름 아닌 자신의 아이, 어린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읽는 동안 점점 기괴하고 답답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와닿는다.



직장을 가진 엄마이자 아내로서 겪는 고충 외에도 사이비 종교가 덧대어 이들을 위기에 몰아넣는 과정은 방송에서 다루는 기사 보도가 떠오르기도 하고 이사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상황으로 그려진 내용들이 섬뜩함마저 느껴졌다.



사이비 종교와 아이들의 실종, 배경만으로도 호기심을 이끈 내용이라 저자가 그리는 흐름에 흠뻑 빠져 읽었다.




익숙한 소재지만 그렇다고 익숙하지만은 않은  소설,  서늘함이 전해져 온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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