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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룸 ㅣ 소설, 잇다 3
이선희.천희란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9월
평점 :
1930년대 일제 강점기 시대에 활동했던 이선희 작가와 현재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천희란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 소설 '잇다'시리즈 세 번째로 만나보는 작품들이다.
근대 여성작가와 현대 여성작가의 만남이란 것을 통해본 오늘날 여성들의 삶 발자취를 더듬어 가는 여정은 기존 작품들에서 보인 것과는 차별성을 보인다.
이선희 작가의 단편과 장편으로 이루어진 두 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저자는 그 시대의 여성들이 자신들이 갇힌 삶에 수긍하기보다는 좀 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취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다리 절단 사고로 자신을 바라보는 남편의 시선에서 애정이 식었음을 느낀 '나'가 남편의 목숨값은 요구하는 계산서를 요구하는 모습은 모든 것을 잃어버린 여인의 이야기를, 장편인 '여인명령'은 전문학교 출신인 여성 '남숙채'의 인생을 통해 두 작품 모두 가부장제와 여성으로서의 사회진출이 쉽지 않았던 시대상을 통해 이것이 자본주의와 결합되었을 때 어떤 상황으로 흘러가는지를 보인다.
연인을 기다렸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던 사정은 물론 그 이후 집안의 결혼 독촉을 피해 직업을 전전하는 숙채의 모습은 연인에 대한 사랑만큼은 아니었지만 제2의 인생의 길인 김 의사와 결혼을 통해 새로운 안정을 찾길 희망한 여인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마저도 본처 자리에 자신의 이름을 올릴 수 없었던 일이나 끝내 유원에게 부탁한 일은 결혼이란 제도에서 오는 여성들의 지위와 한계, 결혼 전에는 분명 그녀도 독립적이고 사랑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의지가 있었던 여인이었지만 사회적인 시선과 결혼이란 틀에서는 결코 자신만의 삶의 방향을 쥐고 있을 수는 없는 안타까운 마음이 깃들어 있다.
두 작품에서 본인 여성들의 삶이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받은 시선으로 인한 상처와 슬픔으로 차올라 끝내는 분노와 좌절로 이어지고 스스로 선택한 길이었음에도 보이지 않는 시선에 쫓기듯 했던 결혼이란 것을 통해 불행의 길로 들어선 과정들이 수동적인 생의 모습처럼 다가온다.
이어 책 제목이기도 한 '백룸'은 위 두 편의 작품과 함께 그려 볼 수 있는 이야기로 여전히 가부장제란 이름 아래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의 모습과 이에 더해 보다 나은 확장의 세계로 들어설 수도 있음을 보인 여러 감정을 생각해 보게 된다.
게임 스트리머인 '나'의 커밍아웃은 게임처럼 여전히 미궁의 연속이란 점을 통해 여성으로서의 자의식을 드러낸 부분이자 여전히 과거나 현재에도 온전한 '나'의 모습은 무엇인가를 되묻고 있는 듯하다.
출구는 있지만 보이지 않는다는 백룸의 미궁, 하지만 세 여인들은 주저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으며 이를 행함으로써 그녀들은 백룸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에서 희망을 걸어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선우은실 문학평론가의 해설은 이 작품들에 대해 보다 깊은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글이다.
천희란 작가가 본 이선희 작가는 '지속된 한계'를 벗어던지기 위해 새로운 지옥을 찾아 나선 작가였다고 하는데 누군가 그 첫 발을 먼저 시작했다는 의미에서도 알 수 있듯 단지 여성이란 존재에 갇혀 시대에 갇혀있기보다는 주어진 삶에 탈출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을 두루두루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