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 문학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중국의 전통성과 현대를 접목하며 작가들 나름대로 그들의 필력을 필두로 독자들에게 또 다른 관심을 이끌고 있기에 이번에 접한 문학 또한 새롭게 다가왔다.

 

티저 북으로 우선 받은 이 작품은  전체적인 내용의 리뷰는 모두 읽어봐야 나름대로 감상을 쓸 수 있겠지만 일단 보통의 중편 내지는 한 권의 장편 소설의 분량으로 이루어진 파격적인 티저 북이라 점,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결코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책이란 생각이 든 작품이다.

 

중국의 5.4 운동 이후 역사소설의 계보를 잇는 작가라고 소개가 되어있는 만큼 이 책에서 다루는 역사적인 팩트와 상상의 나래의 결합은 결코 지루함을 모르게 단숨에 읽어나가게 한다.

 

중국의 역사 중에서도 '당'나라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나 드라마들이 많은데 이 책은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하되 역사적인 인물들과 가공의 인물들이 적절히 배합해 등장하며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를 시청한 독자라면 더욱 비교해 가며 읽는 맛을 느낄 수 있다.

 

 

반란을 평정한다는 '정, 온 세상을 평안하게 한다는 '안'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관부인 정안사는 돌궐족이 그들 스스로 최정예부대이자 칸에 대해 맹목적인 충성을 맹세한 '늑대 전사'들이란 이름을 가진 군사들을 통해  장안을 공격할 것이란 첩보를 접수하게 되면서 이들을 오히려 당나라의 수도인 장안으로 끌어들여 모두 죽일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정안사 나름대로 아킬레스 건이 있으니 바로 돌궐족이 세운 그들의 전체적인 계획을 모른 채 다만, 정월대보름 격인 원소절을 겨냥해 장안을 모조리 휩쓸겠다는 것만 알 뿐, 그들의 정확한 거처도 모른다는 막막함이 있을 뿐이다.

 

엎친데 덥친 격으로 이들을 몰살하려 한 정원사의 이필의 계획은 한 사람의 돌궐인이 기사회생으로 빠져나감으로써 그가 장안의 지도를 손에 넣고 그들이 원하는 불바다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이들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애를 태우게 된다.

 

이들 돌궐족을 막을 자, 누가 있을까?

여기에 바로 이 책의 탁월한 주인공의 선택이 있으니 천거된 자는 바로 장소경, 사형을 기다리고 있는 죄인이다.

군대와 장안의 모든 지리를 꿰뚫고 있는 그만이 돌궐족의 늑대 전사들을 막을 수가 있다는데 과연 그는 정안사의 움직임대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까?

 

책의 내용은 스펙터클 하다.

마치 프리즌 브레이크에 담긴 교도소의 촘촘한 미로처럼 이 책에서 다루는 넓은 장안의 특성인 장안 내의 도시계획의 일환으로  다듬어진 철저한 각 구역마다 독립된 방의 시설은 실로 미드와 비교를 하지 않을 수가 없게 한다.

 이를 이용해 도망자와 추격자 간의 쫓고 쫓기는 긴박 전, 이들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장소경의 냉철함이 시종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유능한 사람이 무슨 사연이 있어 상관을 죽인 죄로 사형수가 되었는지에 대한 궁금증, 조정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찬 사람, 한쪽 눈에만 의지한 채 사건의 전체를 파악하고 한발 한발 적과의 대결을 해나가는 장소경이란 캐릭터는 호불호가 가리되 점차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게 한다.

 

대의를 위해 자신의 수하를 죽이는 냉철함, 그 속에 담긴 자신만의 철학은 미로 같은 장안의 구석구석과 당시 시대의 흐름인 각 국에 모여든 무역상들과 한족, 돌궐족 외에 다양한 인종의 결합 도시처럼 보인 상황들이 시종 흥미진진하게 다가오며, 특히 돌궐이 납치해 간 두 여인에 대한 구출은 또 다른 난제를 던진 또 하나의 해결을 독촉하게 만든다.

 

사형수로서 조정은 믿지 않지만 장안의 백성들의 안위를 우선시했기에 행동에 나선 장소영의 모험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원소절이 행해지는 시간 전까지 돌궐족이 계획한 것을 저지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임계점의 시간이다.

 

특히 챕터마다 시시각각 더욱 조여 오는 시간의 조급함은 각 장에서 펼쳐지는 모든 요소들을 빨아들일 듯 긴장감을 유지한다.

 

티저 북 내용 중 가장 압권인 장면은 돌궐족이 이끈 마차를 장안 밖으로 내모는 장면이다.

흡사 영화 '벤허'를 연상시키는듯한  돌파력과 추진력을 갖춘 장소경이란 인물에 대해 어찌 독자로서 열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이 장면은 작가의 영리한 짜임새 있는 글의 활력 덕분에 더욱 인상적이다.

 

중국 소설, 특히 왕권 안에서의 입지가 불안한 왕자들의 권력 유지와 대의를 위해서라면 사형수라 할지라도 그의 안목을 믿고 그에게 전권을 허용한 이필의 대담성, 비밀에 쌓인 장소경이란 인물의 살아있는 캐릭터는  재미와 오락적인 요소, 저마다 사연을 갖고 있는 인물들의 내막을 통해 촘촘히 얽힌 인간성의 내면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사승은 날 선택했고, 난 이 길을 선택했으니, 선택에 대한 책임은 각자의 몫이죠."

 

 

마지막이 정말 아쉬울 정도로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책, 중국의 역사소설의 또 다른 재미를 준책으로써 빨리 다음 이야기가 읽고 싶다는 강렬한 소망을 가지게 한 책이다.

 

역사소설이되 현대적인 감각을 유지한 글들의 흐름, 여기에 인간 본연의 이기심과 타협심, 양심을 걸고 행동에 옮기되 결코 남 탓을 하지 않는 장소경의 다음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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