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작은 아씨들>을 보고 있어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소설 <작은 아씨들>이 떠 오르는데, 제목과 인물 구성 일부를 차용했을 뿐 내용은 전혀 다릅니다.
˝가난하지만 우애있게 자란 세 자매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부유하고 유력한 가문에 각자의 방식으로 맞서는 이야기˝ 드라마 소개글입니다.
짧다면 짧은 12부작인데,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도 12부작이었으니 충분히 완성도 높은 드라마가 나올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작가인 정서경님은 영화 <헤어질 결심> <독전>의 시나리오를 쓰신 분이고, <마더>라는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쓰신 분이기도 합니다. 영화든 드라마든 극본의 힘이 절반은 된다고 굳게 믿는 편이라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3회차까지의 방송분에서는 등장 인물들의 성격, 관계, 드라마가 나아가려는 방향성같은 걸 보여주었는데요. 일부 인물들은 아직도 정체가 모호합니다. 최도일은 아군일까, 적일까? 원상우는 선한 사람일까, 아니면 숨은 빌런일까? 그런데, 3회까지 본 이후 가장 무서운 인물은 박효린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인 원상아가 만들어주는대로 움직이는 인형같은 아이. 외롭고 다정하지만 친구는 없는 아이. 그리고 친구가 그려 준 그림으로 1등상을 받지만 그게 잘못이란 걸 모르는 아이.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곳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아이.
원상아는 오인주에게 가족은 아이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습니다. 원상아의 말이 맞다면 박효린은 거짓된 거울을 보고 있는 것이겠지요. 지금 우리 사회에 박효린처럼 거짓된 거울을 보면서도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2세, 3세들이 많이 자라고 있습니다. 이미 그 후유증을 겪고 있지요. 점점 더 심각해질 거 같습니다.
나에게 가짜 학위증을 만들어 준 부모가 법정 싸움을 하면서까지 자신의 결백과 심지어 정의를 주장 할 때, 그 자녀의 머릿 속에는 이미 잘못 된 도덕 기준이 자리잡을 것입니다. 정파에 상관없이 이미 불법과 불공정이 난무한 사회. 드라마 <작은 아씨들>의 주인공 세 자매는, 그 사회 바깥에서 맨땅에 헤딩하며 자신들의 소박한 꿈을 위해 날마다 세상과의 새로운 싸움을 준비합니다. 이 자매들이 단단해 보이는 이 세계에 어떤 균열을 일으키는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