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을 착취하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빈곤을 착취하다 - 서민을 위한 대출인가 21세기형 고리대금업인가, 소액 금융의 배신
휴 싱클레어 지음, 이수경.이지연 옮김 / 민음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멕시코, 모잠비크, 네덜란드, 나이지리아, 몽골 등의 소액금융 관련 단체, 은행, 펀드에서 10여 년 이상 일한 저자가 자신의 목숨을 위협받으면서까지 거의 폭로성으로 쓴 책인데, 한마디로 말해서 소액 금융이 세계 빈곤을 해결할 거라는 기대와 달리 다양한 부패와 무능으로 돈 있는 사람만 배 불리게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소액금융 하면 그라민 은행과 이 은행의 설립자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무함마드 유누스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소액 대출을 해주는 미소금융재단을 비롯해 다양한 소액 대출기관들이 생겨난 것으로 알고 있다. 헌데 이 책에서 저자는 소액금융은 이제 700억 달러 규모의 산업이 되었고, 일부 투자자와 소액 금융 기관은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실상은 가난한 사람들을 약탈하는 대부 사업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자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이야기되고 있는데, 첫 번째는 대출금을 받은 빈민들이 그 대출금을 이른바 소규모 자영업을 일으키기 위한 재봉틀이나 염소처럼 생산적인 용도에 쓰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 대신 텔레비전을 사거나 다른 대출금을 갚거나 이런저런 비용을 납부하거나 일반적인 소비 활동을 하는데 주로 사용된다고 하면서, 간혹 소규모 사업을 하는데 이 대출금이 활용된다고 하더라도 높은 이자율을 감당할 만큼 충분히 높은 수익을 장기간 창출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한다. 따라서 소액 대출을 통해 빈곤을 벗어나는 사람의 수는 매우 적으며 전반적 빈곤 수준이 완화되었다는 객관적 증거도 발견된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관점은 소액 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은행이나 업체들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터무니없이 높은 이자를 부과하면서 내부 조직 내 몇몇 사람에게는 후한 연봉을 지급하는 것뿐만 아니라 부정과 부패가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저자가 현장에서 목격한 바로는 부실한 회계감사와 적절한 IT시스템의 부재도 큰 문제라 지적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눈길을 끌었던 또 하나의 사실은 소액 금융 기관들이 수년간 자선단체로 활동하며 여기저기서 자금을 지원받아 상당량의 자본 내지는 순가치를 축적하면 사기업으로 전환하여 경영진들이 큰 이득을 취한다는 사실이었다.

 


어쨌든 이 책은 저자 자신의 10여 년 간의 직장 생활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주로 중남미와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니면서 소액 금융 업무를 수행하였지만, 그 나라 사람들의 아주 비참한 생활상과 빈곤의 참상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고, 관련 인물들과의 대화 녹취록 등을 계속 지면에 담으면서 자신을 변호하고 있다. 자신이 다니던 소액 금융 업체에게서 고소를 당하기도 했고, 이제는 이 업계에서 공공의 적이 되었다고 한탄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결론은 이러한 소액금융을 만들어낸 유누스가 잘못된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잘 활용하면 좋은 제도인데, 이 제도를 운영하는 이들이 이른바 도덕적 해이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즉, 소액 금융 기관은 고객을 거의 보호하지 않고 규제 감독도 없는 시장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원하는 만큼 이자를 부과하고 있다는 말이다. 결국 튼튼한 지배 구조를 가진 소유주가 소액 금융 기관들의 네트워크를 직접 운영하는 방법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며, 소액 금융 기관들에 정식 규제를 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이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11-11 2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