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원의 승부사들 - 사모펀드 최고수들이 벌이는 혈전
박동휘.좌동욱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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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우리나라에 관 주도로 사모투자전문회사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한국형 사모펀드 1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책이다. 경제신문사 기자들이 사모펀드의 기업인수 및 투자사례와 함께 전문가들의 인터뷰들을 이 책에 담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세계를 동경할 수도 있겠으나 다른 한편으로 결국 끼리끼리 모여 큰 돈을 배팅하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이른바 이헌재 사단을 비롯해 전현직 관료들이 만들어낸 한국형 사모펀드의 시작은 200여 곳이 넘는 사모펀드 운용사가 새로 설립되고 그 중에서 수백억 원의 개인 재산을 가진 이들이 등장할 정도가 되었지만 사모펀드 운용사 자체도 대형 위주로 구조조정이 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한다. 즉,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도 창업이 가능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성공 확률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바닥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소수의 엘리트들이라 한다. 사모펀드의 일 자체가 피플 비즈니스라 그렇단다. 이 분야의 차세대 리더들이라 불리는 이들로 이 책에 소개된 인물들은 조선일보 방상훈 회장의 사위, LS그룹 장손, 삼성그룹 전 이학수 부회장의 장남, 전 국회의원 아들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사실 한국 사모펀드의 1인자로 불리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대표는 박태준 전 총리의 사위이면서 30대 초반에 이미 살로만 브라더스의 최고운영책임자였고, 보고펀드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사람들인 이른바 이헌재 사단 사람들이 만든 것이라 한다. 어쨌든 이 책은 외국계 사모펀드의 독무대였던 한국 M&A 시장에서 한국형 사모펀드 회사가 설립되면서 벌어진 M&A 명 장면들과 그 뒷이야기들이 소개되고 있다. 이를테면 우리은행과 미래에셋이 저마다 1호 사모펀드라는 타이틀을 차지 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였던 일화, 부진에 늪에 빠진 칼라일그룹이 막판에 가져간 ADT캡스, 롯데그룹의 하이마트 인수와 MBK파트너스의 웅진코웨이 인수를 둘러싼 막후 이야기들, 세계 일류 의류 브랜드와 글로벌 사모펀드와 맞서 미래에셋그룹과 휠라코리아가 세계 1위 골프용품 업체인 아퀴시네트를 인수했던 이야기, 기업이 전략적 투자자로 나서고 사모펀드는 재무적 투자자로 측면을 지원해주는 공동 M&A 전략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만도 인수전, 오비맥주를 인수해 비용절감 대신 과감한 투자로 기업가치를 급상승시켜 한국 M&A 역사상 역대 최고 차익을 거둔 KKR과 어피너티의 이야기,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회장과 경쟁해 가져왔지만 끝내 실패한 보고펀드의 LG실트론 인수건 등이 눈길을 끌었다. 

 

사실 사모펀드 운용사로선 단 한 번의 투자로 수 조원을 지출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원금 대비 2배의 수익만 거둔다면 성과급으로 돌아올 금액이 천문학적이기에 일확천금을 꿈꾸면서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M&A에 뛰어든다고 한다. 반면 사모펀드는 재벌이라 불리던 오너 경영 일색이던 한국 기업문화에 제대로 된 기업 지배구조가 정착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과 함께 과거엔 싼값에 회사를 사들인 후 비싸게 되파는 재무적 투자 형태가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이제 점차 경영 혁신을 통해 기업의 내재적 가치를 끌어올린 뒤 매각해야 수익 창출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저금리 시대가 지속된다면 퇴직연금, 패밀리 오피스, 보험사, 대학기금, 재단 등도 대체투자로 시선을 돌릴 수 밖에 없다면서 향후 10년, 20년 뒤 사모펀드를 통해 신흥부자가 될 젊은이들이 끊임없이 배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특히 사모펀드가 일방적으로 구조 조정하는 집단이라는 생각은 이제 옛말이라면서 자신들이 굴리는 돈은 국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이라면서 오히려 애국자라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어쨌든 경제지에서만 보아왔던 한국의 사모펀드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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