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 평범에서 비범으로
게리 클라인 지음, 김창준 옮김 / 알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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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이상 인지과학 분야를 연구해온 인지심리학자가 창의성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통찰에 대해 120여건의 사례 분석을 통해 얻은 결론을 이 책에 담고 있다. 사실 이 책의 서문에 내가 수년 전에 감명 깊게 읽었던 월리엄 더건 교수의 "제7의 감각: 전략적 직관"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는데다가 원저자가 직접 이 책의 한국어판을 안면이 있고 자신의 이론을 잘 알고 있는 역자에게 번역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에서 이 책의 충실한 번역을 기대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매우 흥미로운 사례들, 이를테면 베니 메이도프의 폰지 사기사건을 추적한 마르코폴로스의 이야기부터 마틴 챌피에게 노벨 화학상을 안겨준 우연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 AIDS의 대유행에 대한 최초의 단서를 발견했던 마이클 고틀리프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진주만 공격, 진화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궤양과 위암을 유발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까지 과정, 몬타나 주 만 협곡에서 일어난 산불 속에서 살아남은 전략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계속되어 일반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사실 이 책의 저자는 통찰 자체보다는 조직에서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과 마무리로 삼았다. 그 출발점은 실수를 줄이고 통찰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둘 사이는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보통 실수를 제거하는 방법을 찾는 경향이 있지만, 그렇게 모든 실수를 제거해버린다면 거기서 어떤 통찰도 얻지 못할 것이란 말이다. 그러면서 통찰을 늘리기 위해 통찰에서 사용하는 다섯 가지 서로 다른 전략에 대해 하나씩 이야기를 전개해나가고 있다. 그 다섯 가지 전략은 연결, 우연의 일치, 호기심, 모순, 창의적 절망으로 이름 붙였다. 우선 연결은 말 그대로 다양한 경험들과 아이디어들을 새롭게 경험하는 것들과 연계하여 새 아이디어를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우연의 일치는 추세를 알아채고, 패턴을 찾아내며, 불규칙성을 궁금해하면서 비록 그 함의가 무엇인지 미처 알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보기에 뭔가 중요한 함의가 있음직하다고 느끼는 것을 말한다. 또한 이런 우연의 일치가 가짜가 아니라는 확신을 갖고 싶다면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물론 명확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우연의 일치를 고집하는 터무니없는 입장을 취해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증거를 무조건적으로 믿어서도 안 된다면서 증거는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변수에 의해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라 설명하고 있다. 또한 호기심과 모순은 이례적인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때 가능하다면서 통상 기존의 우리 믿음들 중 몇 가지를 버려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창의적 절망은 사람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모종의 돌파구를 찾고 있을 때 탄생한다면서, 꾸준한 분석보다 순간의 번뜩임을 통해 발견되는 해결책이라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다섯 가지 전략을 종국에는 세 가지로 축약하는데, 모순경로, 연결경로, 창의적 절망경로이다. 물론 사람들은 이러한 전략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통찰의 방법을 언급한 뒤 저자는 통찰을 얻지 못하는 이유로 결함 있는 믿음에 사로잡힘, 경험부족, 수동적 자세, 구체적 추론 방식을 들고 있다. 여기서 구체적 추론 방식이란 동시에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다루고 가상의 시나리오를 상상하는 것과 반대적인 것이라 한다.
 
그러면서 이 책은 사용자들이 일을 더 잘하게 돕는다는 시스템의 목표는 그들이 제대로 정의되고 안정적인 일을 할 때만 가능한 일이라면서 통찰의 결과로 일이 바뀔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불확실성을 줄이고 실수를 최소화하려는 조직의 특성으로 인해 일반적인 조직 역시 통찰을 죽이게 된다고 말한다. 즉, 경영진들은 자신이 통찰과 혁신을 원한다고 믿고 있을지 모르나, 실은 주로 기존의 방식에 들어맞으며 예측 가능성을 유지해주는 새 아이디어에만 수용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자신의 통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출되는 아이디어들의 밀도를 높이고 창의적인 사람들과의 접촉을 늘리는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 밖에도 발견을 격려하는 방법을 홍보하는 통찰 옹호자들의 팀을 만들라던지, 대안적인 보고 경로를 만들어 지식 노동자들이 일상적인 수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의견들을 발표하도록 하라고 조언하고 있지만, 결국 이것들이 조직 내에서 실현되기가 쉽지 않음을 실토하고 있다. 결국 이 책에서는 이론적으로는 잘 만들어졌으나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는 도구들은 제대로 제시되지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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