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15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5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올 해 역시 살얼음판을 걷는 듯 하다는 서문으로 시작된 이 책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다른 나라에서 투자 자금이 단번에 빠져나가면서 자산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고 대응이 충분하지 못한 나라부터 경제 위기를 다시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사실 몇 년 동안 이 책이 연말에 나올 때마다 꼭 읽어보았지만 경제적으로 좋을 거라는 이야기는 한 번도 없었던 거 같다. 올 해의 키워드 역시 COUNT SHEEP으로 확신할 수 있는 증거가 없으면 쉽게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와중에 소소하지만 풍요한 감각에 탐닉하거나 평범함으로 사치하고, 좁은 골목길의 가게로 발걸음을 돌리기도 하고, 부수적으로 주어지는 덤에 영향을 받으며, 내밀한 일상의 경험을 SNS로 자랑하면서 가볍게 치고 빠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소비 트렌드를 제시하고 있다. 올 해 이 책의 구성이 좀 달라진 것은 SERI에서 매년 발표하다가 중단된 대한민국 10대 트렌드 상품 선정을 자신들이 해보았다면서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2014년 트렌드 상품을 10개로 한정하기 어려울 만큼 고만고만한 상품들이 넘쳐났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소비자의 작은 니즈를 니치마켓에서 찾고 재해석하며 컬래버레이션하는 등의 작은 혁신으로 해결하는 작은 성공이 중요하게 된 작은 시장의 시대가 왔다고 천명하고 있다. 커다란 한 방을 찾아 헤매지 말고 고객의 작은 트렌드에 주목하는 것이 급변하는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작년에 트렌드로 선정된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한 해를 돌아보고 있다. 우선 백화점이나 패션몰 등이 전관을 편집 매장화하는 사례가 바로 스웨그의 모티브를 따른 것이라면서 브랜드 이름보다 스타일을 중시하는 스웨거들의 영향력이 커졌다고 언급한다. 이러한 스웨그를 추구하는 젊은이들은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일일이 기록하고 또 그것을 익명의 타인과 공유하면서 이 모든 과정을 하나의 게임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면서 스웨그 트렌드와 라이프로깅에 대한 니즈의 결합을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또한 브라운칼라의 부상을 언급하면서 고학력자가 험한 일을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과거 저부가가치의 전형으로 여겨지던 육체노동에도 화이트칼라의 전문성과 실험성이 적용되면서 새로운 가치 창출의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밖에도 제품과 콘텐츠를 연계시키는 전략이 성공하고 있다는 것이 언급되었는데, 가입자 별 콘텐츠 이용 패턴을 파악해 다양한 감성 테마를 취향에 따라 매일 자동으로 추천하는 분석 알고리즘 기술 덕분에 더 크게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향후 초니치 시장은 빅데이터 분석 등 첨단 IT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거의 무한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러한 초니치 마켓에서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보다 고객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 언급한다. 또한 막대한 투자 없이 참신한 발상만으로도 전에 없던 진귀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앞으로도 매력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는 협업의 확대를 비롯해 2015년은 IT 역사상 가장 혼돈스러운 시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눈길을 끌었다. 올 해 트렌드를 예측한 설명에 있어서도 흥미로운 점들이 많았다. 이른바 결정장애를 겪고 있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도와주는 큐레이션 커머스, 개인 컨설팅 서비스 등이 각광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음식점 추천 서비스 포크나 맥주에 특화된 오마이비어 같은 서비스가 눈길을 끌었다.
 
또한 후각과 촉각을 통해 새로운 즐거움을 얻으려는 소비자의 욕구도 중요시 될 것이라 전망한다. 현대의 브랜드는 체험 제공자로서 기능한다면서 이제 기업이 얼마나 높은 인지도를 가졌느냐 보다 소비자와 얼마나 감각적, 감성적, 창조적 관계를 맺느냐가 핵심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작은 사치를 누리고자 하는 소비자,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한 옴니채널 경쟁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불신과 불안이 만연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소비자들이 증거수집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하고 서로의 구매에 영향을 주고 받는 소비 현상을 새로운 트렌드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재미있었던 것은 서비스가 어떻게 정의되든 이제는 점차 서비스가 구매의 필수요인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고, 덤이 그저 덤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제품의 판매를 견인하는 동시에 새로운 이윤을 창출하는 역할까지 수행할 것이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즉, 공짜로 제공되는 증정품이 돈을 따로 주고서라도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 동안 제품에 따라오는 추가혜택이었던 서비스 영역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단지 좋은 상품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더 멋지게 자랑질하고 그 이미지를 채워줄 이야깃거리, 즉 라이프스타일을 팔아야 하며, 더 나아가 그것을 모방하거나 재창조할 수 있도록 편집권을 줌으로써 그들이 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거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한 라이프스타일로 통하기 위해서는 미장센이 중요하다면서 작은 소품까지 서사에 영향을 미치는 웰메이드 영화처럼 제품 이외의 사소한 분위기까지 연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밖에도 불투명한 현대 사회를 얕고 넓게 간 보고 싶은 소비자의 변화를 예고하면서 치고 빠지는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사치가 대중화되고 소비가 이중인격화된 현대사회에서 사치의 아이콘으로 소위 명품의 지위는 저물고 있다면서 이제 진정으로 력셔리한 아이템은 유명 브랜드가 아니라 여유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력셔리를 넘어선 노멀 트랜드에서는 취향이 경쟁력이라면서 여가 시간이 많다는 것, 그리고 그 시간을 누릴 줄 아는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다는 것이 진정한 프리미엄이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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