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의 탄생 - 소설이 끝내 우리에게 말하지 않은 것들
이재은 지음 / 강단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월간조선이 주선해주어 대한민국 대표 문학상 수상작가 19명을 인터뷰한 글들이 이 책에 실려 있다. 사실 이 책을 처음 볼 때만 해도 한 편의 문학작품이 탄생하기 위해 고민해왔던 것들이나 그 작품에 대한 작가 스스로의 문학적 판단이나 생각을 듣고 싶었지만, 이 글은 그런 기대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그리 깊이 있는 인터뷰 내용은 아니라는 말이다. 어쨌든 이 책에서 공통적으로 알 수 있었던 사실은 해당 작가가 문학상을 받은 그 작품의 창작 모티브였다. 권여선 작가의 "사랑을 믿다"는 친척이 사는 3층집의 음산한 분위기를 보고 모티브를 얻었고, 권지예 작가의 "뱀장어 스튜"는 프랑스에 있을 때 우연히 본 미술잡지의 피카소 특집을 보고 착안한 것이며, 정미경 작가의 "밤이여, 나뉘어라"는 노르웨이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이고, 박상우 작가의 "내 마음의 옥탑방"은 좌석버스 옆에 누가 놓고 간 생활정보지에 옥탑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라 한다.

 

조경란 작가의 "좁은문"은 낯선 공간에 있다가 새벽 5시쯤 집에 가려고 도로에 나왔을 때 보았던 심한 안개가 창작 모티브였고, 김원일 작가의 "환멸을 찾아서"는 월북한 아버지를 생각하고 쓴 것이며, 성석제 작가의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경기도 농촌마을에 작업실을 두고 살았을 때 경험이 바탕이 되었고, 방현석 작가의 "존재의 형식"은 1990년대 초반 베트남 여행경험이 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정이현 작가의 "삼풍백화점"은 직접 자신이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쓴 것이고, 강영숙 작가의 "리나"는 탈북청소년들을 만났던 경험으로부터 모티브를 얻었으며, 편혜영 작가의 "저녁의 구애"는 라디오에 소개된 사연을 들은 친구가 자신에게 전해준 이야기에 착안했다고 한다. 특히 이승우 작가의 "칼"은 영국 런던에 머물 때 유학생이 두고 간 칼에서 모티브를 얻었고, 하성한 작가의 "곰팡이 꽃"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넘겨보다 찾은 우연히 발견한 한 단어 때문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사실 소설가들을 좋아하지만 정작 소설 작품들을 많이 읽어보지 못한 나로서는 김원일, 이문열, 한승원, 박범신, 성석제 작가의 소설들만 제대로 줄거리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소설 내용 자체보다는 작가의 생각이나 삶의 방식 같은 것에 더 눈길이 갔을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내가 존경하는 이문열 선생님과의 인터뷰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특히 이문열 선생님은 젊은 청년들이 자신의 책을 읽어보지 않고 무턱대고 싫어하는 태도가 마음에 아프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의도 있는 소수의 메아리나 확성기로 쓰이고 있다고 하면서 인터넷이나 소셜 네트워크의 소통방식의 문제점도 지적해주고 있다. 또한 고산자 김정호의 아버지가 제대로 된 지도를 들고 겨울 산을 넘었더라면 죽지 않았을 거라는 확신 속에 그 때부터 잘못된 지도를 바로잡기로 한다고 설정한 박범신 작가의 "고산자"에 대한 이야기 역시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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