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모든 것 2
제인 호킹 지음, 이주혜 옮김 / 씽크뱅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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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는 스티븐 호킹과의 만남부터 결혼 생활 초반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었는데, 2권에서는 어떻게 자신들의 결혼 생활이 파국으로 치달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물론 윌리 파울러, 폴 디랙, 킵 손과 같은 유명 물리학자들과의 일화, 리처드 파인만과 머리 겔만의 묘한 경쟁 심리와 같은 그 당시 물리학계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간간히 나오기는 한다. 이를테면 디랙의 과묵함은 어린 시절 학교 선생님이었던 부친이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프랑스어로만 말을 하게 해서 생겼다고 한다. 또한 여성 해방의 물결이 일어나던 미국에서는 당시 아이가 두 살 될 무렵에 다시 직업을 갖지 못하는 여성은 비참한 실패자로 여겨지곤 했다면서, 자신도 실패자가 되지 않기 위해 정신 없는 활동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고 한다. 그러면서 스티븐 호킹의 비범한 성취가 분명 자랑스럽긴 했지만, 자신이 정말 그 사람의 성공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스페인어 연구가나 언어학자가 되고 싶은 자신의 꿈과 함께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스티븐 호킹은 학과에서 일할 때는 강인하고 건강해 보이려고 영웅적으로 노력했기 때문에 괜찮았지만 집에만 오면 정신력이 놀랄 만큼 약해졌고 몸도 역시 위험할 정도로 쇠약해져 갔다고 한다. 뭔가를 요구할 때만 겨우 목소리를 냈고, 그 요구나 명령이 충족되면 곧바로 다른 요구를 꺼내 들어 나를 인내심의 한계까지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황 자체가 저자 자신이 지닌 힘과 용기보다 더 큰 것을 요구했기 때문에 자주 한계에 도달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물론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조금이라도 불만스러운 기색을 내보이면 곧바로 스티븐 호킹에 대한 불성실로 여겨져, 자신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증거로 치부되고 말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교회 성가대일을 하면서 만나게 된 조나단이란 사람은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익숙한 친구를 만난 것 같이 자신을 대해주었고, 아내를 잃은 조나단 역시 자신을 많이 도와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중에 연인 사이로 발전한 것이다.

 

어쨌든 이 책을 통해 남의 사생활을 심도 깊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는데, 그것도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과 가정을 이루어 사는 일에 대한 많은 문제들과 고민들도 함께 살펴볼 수 있었다. 저자 자신이 불성실한 아내, 무정한 동반자, 이기적인 직장여성, 일하기 싫어하는 보잘 것 없는 여자, 약하게 힘없는 남편을 보살피기보다는 노래 따위에 신경 쓰는 여자로 치부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애썼고, 게다가 나중에 이혼하게 된 이후 스티븐 호킹의 자서전이 나올 경우 자신에 대해 전기작가들이 호의적으로 쓸 것 같지 않아서 자신이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 책을 접하는 독자로서는 좀 착잡한 심정이 들기도 한다. 1963년에 2년 정도의 시한부 생명을 선고 받았던 스티븐 호킹은 여전히 살아있으며, 저자도 재혼을 통해 새로운 생활을 펼쳐나가면서 벌써 손자까지 보았으니 그 시간이란 게 참 무정하다. 세계적인 명성 속에 가려진 가족 이야기가 세간의 화제가 되긴 하겠지만, 이 책을 소재로 영화까지 만들었다니 그 영화 자체는 그다지 인기를 끌 거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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