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모든 것 1
제인 호킹 지음, 강형심 옮김 / 씽크뱅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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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과학자가 꿈이었고 1986년 핼리혜성이 지구에 근접했을 때부터 우주에 관한 다양한 책들을 섭렵했던 나였기에 스티븐 호킹은 전혀 낯선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집필한 책들, 그에 관한 기사들, 그의 루게릭병 등이 모두 학생시절 한 때 관심사였지만 나도 어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점차 관심 밖이었다가 이번에 이 책을 통해 그를 새롭게 만났다. 사실 이 책보다는 먼저 우연히 출근길에 들었던 라디오 방송에서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었던 그의 결혼상황은 전부인과 이혼하고 그를 간호했던 간호사와 재혼했다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이 책은 그의 첫 번째 부인이 쓴 책이다. 아직 1권밖에 읽지 않아서 왜 이혼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들은 원래 아주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고 서로 상대편 집안끼리도 알고 지낸 사이였다고 한다.

 

이 책은 스티븐 호킹의 10대 시절 이야기부터 시작해 다사다난한 가정사들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학창시절 괴짜이면서 엄청 똑똑했던 스티븐 호킹,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들이 지적으로 더 우월하다는 듯이 행동하는 태도로 유명했던 호킹 가문, 고위공무원인 아버지를 두고 스페인으로 여름학교를 다녀오며 유럽 각지로 여행을 다녔던 스티븐 호킹의 아내가 될 제인 호킹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스티븐의 스물한 번째 생일파티에 초대된 일이나 케임브리지에서 열리는 오월의 무도회에 초대된 일 등 서로 만나며 사귀던 시절부터 결혼과 아이들의 출산 및 양육에 대한 이야기까지가 1권의 내용이다. 이 책이 대부분 개인사를 다루고 있지만 그래도 그 당시 시대적 배경과 물리학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저자의 전공분야인 중세 언어학 분야의 전문적인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프레드 호일교수와의 악연, 스티븐이 처음 일반상대성 이론 학회에 참석했을 때 만난 평생 동지들, 그 중에는 요새 영화 "인터스텔라"로 일반인들에게도 유명해진 킵 손도 있었다. 로저 펜로즈, 존 휠러 같은 물리학계 거장들과의 인연과 함께 러시아의 과학자들이 1970년대 소비에트 체제 속에서 자유로운 연구 환경을 가지지 못했던 모습들도 잘 묘사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이 독특한 개인과 가정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오페라 보기가 호킹 집안의 중요한 취미였다는 것, 바이로이트 축제극장과 잘츠부르크 음악 축제를 순례했다는 것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개인적으로 학창시절의 나와 매우 비슷한 모습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당시 음반을 선물로 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서로 사귈 때나 결혼한 이후에도 생일선물로 줄곧 클래식 음반이 등장한다.

 

결혼을 앞둔 그녀의 생일에는 베토벤 후기 현악 4중주 음반을, 그 전해 생일에는 베베른의 전집 음반을, 그리고 결혼 후에도 생일 선물로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 음반을 받았다는 것이다. 호킹 집안은 물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근검절약을 강조했고 식사 시간의 대화는 정치적 이슈와 국제 정세를 포함하는 지적인 내용이었다는 가정생활도 인상적이었다. 호킹의 그 불치병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을 앓으면서 열세 살 쯤에 처음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 저자에게는 춤과 테니스가 10대 시절 유일한 사교활동이었다는 것도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 책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람과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고, 병수발을 하고, 임신을 하고, 아이들을 출산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자신의 꿈을 희생하면서 가족이란 울타리를 지키려고 애쓰며 살아가는 한 인간의 고뇌를 담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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