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투 원 - 스탠퍼드 대학교 스타트업 최고 명강의
피터 틸 & 블레이크 매스터스 지음, 이지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IT업계에 15년 넘게 종사하면서 벤처열풍과 스타트업 기업 열풍을 몸소 체험했기에 이 책의 내용은 그야말로 보석 같은 존재였다. 지난달에는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 기업에서 일하거나 창업투자를 하는 사람들의 특강도 들었고, 또 이 책의 저자가 직접 창업했던 페이팔과 투자를 했던 팰런티어 테크놀로지와는 해당 기술에 대한 사업경험도 있기 때문에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사실 이 책이 위대해 보이는 것은 단지 어떻게 스타트업을 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는데 있지 않다. 이 책은 우리에게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키는 사명감을 심어주고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그리고 보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싶다면 지금 우리가 노력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이 주는 의미는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면 세상은 0에서 1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창조라는 행위는 단 한번 뿐이며, 창조의 순간도 단 한번 뿐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이 2012년 스탠퍼드 대학에서 행한 저자의 강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좀 더 아카데믹하게 잘 정리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가장 먼저 수직적 진보인 기술과 수평적 진보인 글로벌화를 대비시키면서 부를 창출하려고 전 세계가 글로벌화를 통해 옛날 방식을 전파한다면 세상은 부유해지기는커녕 황폐화되고 말 것이라 단언하고 있다. 자원이 희소한 세상에서 새로운 기술 없이 글로벌화를 계속 해 나갈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킨 주체는 일종의 사명감으로 뭉친 소규모 집단이며 이들처럼 흔히들 믿고 있는 잘못된 믿음을 찾아낼 수 있다면 반대로 그 뒤에 숨겨진 통념과는 다른 진실도 찾아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이 책은 닷컴 붕괴가 남긴 교훈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또 보유하고 싶다면 차별화된 제품으로 회사를 차리라고 조언한다.

 

기업이 치열한 생존 경쟁을 초월할 수 있는 방법은 독점 이윤 뿐이라면서 창조적 독점기업은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풍요로움을 소개함으로써 고객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하게 되며 실패한 기업은 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경쟁 때문에 사람들은 기회가 없는 곳에서 기회라는 환상을 보기도 한다면서 이러한 경쟁 시스템은 우리 교육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경쟁 구도는 기업에게 해묵은 기회를 지나치게 강조하게 만들고, 과거에 효과가 있었던 것을 그대로 베끼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독점기업의 특징들을 언급하고 있는데, 우선 가장 가까운 대체 기술보다 중요한 부분에서 10배는 더 뛰어난 독자 기술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두 번째는 작은 시장에서 시작해야 잘 증폭될 수 있는 네트워크 효과를 언급한다.

 

세 번째는 처음 디자인 할 때부터 대규모로 성장할 잠재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실질적인 것이 뒷받침 되는 브랜드 전략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언급하고 있다. 결국 신생기업에게 완벽한 표적 시장은 경쟁자가 없거나 아주 적으면서도 특정한 사람들이 적은 규모로 모여 있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작은 틈새시장을 장악한 다음 거기서부터 규모를 확장하고 야심찬 장기적 비전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적절한 전략이란 말이다. 또한 이 책은 미래에 대한 시각을 불명확한 비관주의, 명확한 비관주의, 명확한 낙관주의, 불명확한 낙관주의로 나누면서 생명공학 스타트업 같이 극단적으로 불명확한 사고를 하는 경우를 비판하고 있다. 물론 철학에서도, 정치에서도, 비즈니스에서도 절차에 대해 논쟁하느라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구체적 계획을 세우는 일이 끝없이 뒤로 미뤄진다고 개탄하고 있다.

 

따라서 성공하려는 신생기업은 확률적 태도를 버리고 명확한 장기적 계획을 상상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거듭제곱법칙이 적용되는 세상의 이치를 언급하면서 오로지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그 일이 미래에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게다가 이 책은 회사 창업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최초의 사안들을 제대로 처리하는 것이고, 이상적인 이사회의 형태는 3명으로 구성해야 하며, 초기 단계 스타트업이라면 어떤 경우에도 CEO가 15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아서는 안 되며, 창업자가 미팅에 양복을 입고 나타나는 회사는 투자에서 제외한다는 자신만의 원칙 등 스타트업과 관련된 흥미로운 내용들도 소개해주고 있다. 유통채널 하나만 효과적으로 운영하더라도 사업성은 밝다면서 기술자들이 흔히 경시하게 되는 광고나 마케팅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눈길을 끌었던 대목들은 소포 폭탄 테러범으로 유명한 테드 카진스키의 기술적 개척정신의 소멸에 대한 이야기와 점진주의, 위험회피, 무사 안일주의, 평평화로 대변되는 사회적 추세, 그리고 HP의 흥망성쇠와 녹색기술이라는 이른바 청정 기술을 추구한 기업들이 망한 이유들에 대한 내용들이었다. 사실 나도 2000년대 초반에는 이 책에서 언급한 베터플레이스 같은 기업들을 벤치마킹해야 했었다. 이 책의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도 역시 청정기술에 대한 확신은 그 때나 지금이나 거의 없다. 또한 컴퓨터는 인간의 보완물이지 대체물이 아니라는 저자의 주장과 페이팔을 함께 시작한 여섯 명 중 네 사람이 고등학교 때 폭탄을 제조한 경험이 있었다면서 극단적인 창업자의 모습을 묘사하는 마지막 장의 내용까지 흥미진진한 내용들로 인해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 배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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