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라는 괴물 - 다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권재원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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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현직 중학교 사회 선생님이자 사회학 박사인 저자가 지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6년간 블로그와 각종 매체에 게재했던 글을 엮은 책인데, 평교사 입장에서 바라본 교육계의 현실이 상세히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교육 분야에 관심이 많아 선생님들이 쓴 책들을 많이 봤었는데, 이렇게 교사 입장에서 교육 시스템에 대한 다양한 비판들을 담은 책은 보기 드물다. 게다가 저자가 스스로 자신의 이력에 대해 프롤로그를 비롯해 본문 여러 군데서 언급한 책도 보기 드물다. 저자는 자신이 교사가 된 이유를 설명하며 강남출신에 1980년대 서울대를 다녔다는 것을 언급하며 그 이야기를 시작한다. 대학 4년 내내 자신의 집이 부유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했다던지, 중학교에 들어가기 이전까지의 부모님에게 감사하지만 그 이후에는 부모님을 원망했다던지, 다른 강남 녀석들을 노동계급의 적으로 간주했다던지, 자신의 초, 중, 고등학교 통틀어 선생님에게 배운 것은 거의 없다면서 교사를 싫어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교사가 된 이유는 강남 출신 서울대생의 원죄의식을 씻어 내기 위해서였단다. 게다가 그 때 막 출범한 전교조 소속의 교사가 된다면 중간 계급의 안락한 삶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나름 세상을 바꾸는 운동에 헌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식은 첫 발령지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사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교육 분야에서는 진보도, 보수도 허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어쨌든 기나긴 자신에 대한 이야기에 뒤이어 이 책은 배움은 계획에 따라 정해진 학습량을 달성해 나가는 기계적인 과정이 아니라면서, 배움은 삶을 공유하는 것이며, 경험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훌륭한 교사란 자신이 알고 있고, 할 수 있는 것을 효과적으로 잘 전달해주는 존재가 아니라 삶의 공유와 경험의 확장 과정에 함께 동참하여 학생과 더불어 성장해 나가는 존재라 강조한다. 하지만 이런 교사들을 분발케 한다고 도입한 제도들이 도리어 분발하던 교사들을 좌절케 만든다고 말한다.

 

이른바 성과급이나 교원평가 등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공교육은 직업인을 길러 내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면서 학교는 학생들이 현재 자신의 가능성과 역량을 확장시킴으로써 스스로의 미래를 개척하고 창조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게다가 교육이 불평등 해소에 기여한다면 이는 교육을 통해 빈곤층의 자녀에게 더 높은 소득을 올릴 능력을 길러줌으로써가 아니라 그 사회를 보다 민주적으로 개혁하기 위해 나설 수 있는 그런 사람을 길러냄으로써 가능한 일이라면서, 교육 평등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사회 점진적인 개혁이 가능하게 한다는데 있지 결코 교육받으면서 잘살게 되는데 있지 않다고도 언급하고 있다. 그러면서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는 이미 학생이 처한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는 자료를 인용한다. 이어서 교사에 대한 질타로 이어진다.

 

지금 사회적으로 비춰지는 교사의 이미지는 무능한데도 평균 이상의 월급을 받고 일반 노동자들의 절반만 일하는 집단이라면서 교사의 전문성 신장이 절박함을 언급하고 있다. 그냥 정해진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따라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수업을 하고 남은 시간을 여흥과 쇼핑으로 탕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스스로 학습하고 질문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이 책에서는 교감과 교장이 되기 위한 승진경쟁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질타하고 있다. 교육보다는 행정에 더 열중했던 사람들이 교감이 되고 교장이 되어 평생 가르치는 일만 한 사람들을 깔보고 마구 대하는 것에 대한 분개감도 표출한다. 교육 말고도 또 다른 행정 업무가 있다는 것이 무능한 교사들에게 든든한 피난처가 되고 있다고도 말한다. 또한 교사 출신 장학관 문제부터 시작하여 프로그램 및 행사추진 실적이 중요하기에 수업은 뒷전이고 이러한 행사실적만 챙기는 교사들이 많다고 언급한다.

 

결국 교사들 중 훌륭한 사람이 교감이 되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 중 교감이 되기 위해 교육을 포기한 사람들이 교감이 된다는 말이다. 여느 직장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그 밖에도 노동 없이 재테크만 실려 있는 교과서, 소규모 수학여행에 대한 꼼수, 교권존중 문제, 교무실의 배치나 용어 문제, 수준별 수업이 학생들의 성취동기를 저하시킨다는 PISA 보고서, 청소년 자살문제, 학교폭력, 비정규직 교사 문제 등이 언급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뒤편에는 저자 자신도 몸담았던 전교조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다. 이를테면 내부적으로는 너무 정치적이었고 대외적으로는 너무 비정치적이었으며 지난 20년 간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곽노현 교육감과의 인연과 그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를 둔 학부모로서 교육계의 현실과 그 한계에 대한 것들을 실감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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