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오소킨의 인생 여행
페테르 우스펜스키 지음, 공경희 옮김 / 연금술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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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신비주의자로 1913년 동양으로 구도여행을 떠나 윤회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동양 사상에 빠져들었다는 저자의 소개를 보지 않고는 이 책의 구성과 중요 등장 인물인 마법사가 하는 이야기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 책의 구성과 주제 자체가 재미있다. 첫머리에 1902년 4월 크림반도로 떠나는 주인공의 애인 지나이다를 기차역에서 배웅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책 뒤편에도 글자 하나 안 틀리고 이 장면부터 마법사를 만나는 장면까지 동일하게 반복되어 있다. 그리고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12년 전인 1890년으로 주인공이 과거를 거슬러 되돌아간 시점부터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일단 책 첫머리에 주인공의 여자친구가 떠나가면서 자신은 오직 현재에만 관심이 있다고 한 말이나, 그걸 보고 주인공이 마치 이 모든 일이 과거에도 일어났던 것처럼 느껴진다는 말이 일종의 복선이 된 셈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주인공이 마법사를 찾아가 12년 전의 과거로 돌려보내달라고 해서 진짜 현재까지의 기억을 가지고 다시 과거로 돌아간 뒤에 벌어지는 일들이었다. 나 같으면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중요한 사건들에 잘 대처했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 주인공은 그렇지 못했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정말 불필요하고, 무의미하며, 어리석고, 짜증 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모든 걸 바꾸겠다고 과거로 돌아왔으면서 예전과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자기 모습에 반성도 하지만 결국 자포자기하고 만다. 마법사의 입을 통해서 전달되는 이 책의 핵심적인 메시지는 무엇인가 완벽하고 확실하게 안다면,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는 뜻이란 것, 그리고 무엇이든 바꾸려면 먼저 자신이 변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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