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터의 고뇌 꿈결 클래식 3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민수 옮김, 김정진 그림 / 꿈결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직 현재만을 즐길 것이며 과거는 지나간 것으로 흘려보내겠다는 표현,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지면 오히려 불안에 사로잡혀 거기서 벗어나려고 온갖 수단을 생각한다는 표현,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어린에 같은 사람이라는 표현이 책 첫 부분을 장식하고 있는 이 유명한 소설을 중고생 시절에 읽고 30여년 가까이 지나서 이 책으로 다시 읽게 되었다. 내 기억에 그 옛날에는 삼중당 문고본으로 읽었던 거 같은데, 이번에는 꿈결 클래식 전집 시리즈 중에 하나로 읽은 것이다. 내 학창시절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소설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인상적이었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제대로 그 제목을 번역하면 "젊은 베르터의 고뇌"라 한다. 실제 독어 사전을 찾아보니 "Leiden"은 슬픔, 고뇌 등으로 나와 있는데 이 책의 역자는 그 뜻이 심리적 측면뿐만 아니라 신체적 측면도 포괄하는 고통에 가깝다고 말하고 있다.

 

새삼스레 다시 읽게 된 이 책, 사랑스럽기 짝이 없는 천사를 만났다고 설레는 감정을 표현하는 베르터의 말, 손가락이 닿거나 발이 서로 닿기만 해도 모든 혈관에 전율이 흐른다는 그 말, 그리고 베르터를 형제로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지, 그를 친구들 중 하나와 결혼시킬 수만 있다면 바랄게 없다는 샤를 로테의 말이 인상 깊었다. 특히 이 책의 뒷부분에는 자세한 번역자의 해제가 나와 있어 이 책의 내용과 괴테의 일생을 다시 한 번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샤를로테 부프라는 자신이 실제 좋아했던 여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24세 나이에 단 4주 만에 완성한 소설이라는 것, 독일의 청년문화 운동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나중에 개작한 한 것이 오늘날 전해지는 소설의 내용인데 초판본과 틀려진 것이 바로 귀족 사회에 대한 비판이 완화된 것과 편집자의 역할이 확대되었다는 설명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베르터(Werther)라는 이름이 "강의 섬"이란 뜻으로 자기만의 고유한 가치를 추구해 고립되어 있는 사람을 암시한다는 것, 나폴레옹이 괴테와 만나 직접 이 작품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대화를 나눈 그 내용이 200년 동안의 수수께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는데 이 소설에서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에 대한 해석에 괴테의 누이동생에 대한 애착설이 그 설명으로 나와 있어 흥미로웠다. 와이프가 학부 때 독문학을 전공했기에 여전히 괴테에 대한 많은 책들을 집에 가지고 있으며, 십여 년 전에 독일 여행 시 바이마르에서 괴테와 실러의 동상과 살던 집, 그리고 그들의 무덤까지 가보았던 나로서는 이 책을 읽으면서 혼란스런 심정과 열정, 끊임없는 노력과 분투, 삶에 대한 염증으로 괴로워하지만 밝은 성품을 잃지 않았던 주인공을 그려낸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필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