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는 참 외롭다
김서령 지음 / 나남출판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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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래된 이야기 연구소 대표라는 독특한 직함을 가지고 있으면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여러 곳에 연재한 글들을 모아 책으로 펴냈는데, 저자 말로는 그야말로 잡문들을 모은 것이라 한다. 내년이면 나이가 예순이라는데 초등학교 1학년 시절 시골길을 걸어 학교에 다니던 추억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릴 적 자신의 이름이 뒤에 사내동생을 낳으라는 웅후였다던지, 외가댁이 유명한 문인 가문이었다던지, 대학은사가 바로 시인 김춘수 선생이란 사실도 알 수 있었지만, 이 책은 풍요로운 세상에서 풍요롭지 않은 마음과 잊혀져 가는 우리 것에 대한 아쉬움도 많이 담겨 있다. 특히 이 책의 제목이 된 참외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홀로 비와 어둠과 바람과 땡볕을 견디고 또 누리는 것은 그 길만이 안에서 익어가는 성숙을 담보한다면서 우리가 진정한 외로움과 그 의미를 잃어버리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전에도 외로웠고 지금도 외로운 자신이 세상 속에서 당당 하려면 자신 곁에 있는 물건과 사람에게 애정과 정성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신은 참외를 돈을 주고가 아니라 겉보리를 이고 가서 사 먹던 시절을 살았다면서 그 시절의 의미도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접하며 눈길을 끌었던 것들은 엄첩다 같은 구수하면서 특이한 사투리들, 김승옥의 무진기행, 최영미의 시집, 천명관의 고래, 장정일의 공부와 같은 책들, 그리고 저자가 무척 좋아하고 자주 인용하고 있는 백석과 윤택수의 글들, 세계적 조각가의 반열에 오른 문신 씨의 이야기, 독특했던 홍세화 씨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책 출판기념회에 대한 묘사였다. 또한 이 책은 10월의 마지막 밤, 9월의 국화냄새, 백로가 오더니 추분도 지나간다는 등 계절과 시간에 대한 감상도 꽤 많이 등장하고 있으며, 성냥공장 이야기와 성냥 만드는 법, 성냥공장이 그나마 명맥을 이어가는 이유가 무속인들과 할머니들이 여전히 성냥을 찾기 때문이란 것, 한옥의 처마가 깊은 이유 등을 비롯해 한옥의 과학적 우수성에 대한 이야기들, 책, 음반, 영화는 여전히 투자 대비 만족도 면에서 가장 효율이 높다는 저자의 주장이 흥미로웠다. 전반적으로 많은 분량의 에세이가 가득 담겨 있어서 읽기에 벅찬 감이 없지 않으나 찬찬히 읽어보면 나름대로 재미있고 인상적인 내용들이 많아서 좋은 글을 읽었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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