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인간 - 인간 억압 조건에 관한 철학 에세이
마우리치오 라자라토 지음, 허경.양진성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역시 유럽에서 나온 책이다. 미국이라면 절대 펴낼 수 없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탈리아 출신의 사회학자 겸 철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경제적 관계에 기초한 사회계약을 다시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사실 어렴풋이 이 책이 주장하는 바가 내 머릿속에도 자연스럽게 떠올랐었다. 한정된 재화를 가지고 만들어내는 경제적 이윤과 경제적 부가가치는 결국 누군가의 것을 감소시켜서 만들 수 밖에 없지 않는가? 결국 우리 사회는 채무자와 채권자로 나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이 바로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상적 이론들을 제시해주고 있다. 단적으로 우리 경제를 움직이는 화폐의 기원은 상품 교환과는 무관한 것으로, 그것과 전혀 독립적인 인간 사회의 채권, 채무의 계산과 청산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결국 가족적, 사회적, 종교적, 정치적 관계에 내재한 불균형과 위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은 이러한 주장이 프랑스의 유명한 철학자 질 들뢰즈와 정신분석학자 가타리에 의해 이미 분석되어졌고, 그 이전에 현대 자본주의 주체의 형상은 빚을 진 인간이라며 푸코가 한마디 했으며, 더 거슬러 올라가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로 사회관계를 규정한 니체도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결국 사회적 관계의 기초를 더 이상 경제적 혹은 상징적 교환에서 찾으면 안 되며 채권자와 채무자라는 권력관계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내용들을 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늘날의 정부 부채, 금융기관들의 부채, 가정 부채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며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모습을 상기하며 답답한 심정이었다. 게다가 이 책에서 상세히 설명하는 다양한 이론들, 그리고 사회와 경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에 무지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진정한 해결책이 없다는 저자의 주장 역시 그 답답함을 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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