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은 노동을 존중하는가 - 아이쿱생협 관련 기업을 통해 본 협동조합의 노동
이정봉 지음 / 초록펭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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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영역에서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해온 저자가 2017년 아이쿱생협과 관련된 노동분쟁과 법적 다툼에 대한 상세한 기록과 함께 협동조합의 운영실태를 파헤치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책이다. 사실 협동조합이 자본주의의 대안적 경제모델로 떠오르고, '일자리 창출에 능하다'거나 '고용 안정성이 높다'거나 '노동을 존중한다'와 같은 이미지가 형성되어 있었는데, 이러한 협동조합의 성과는 모범사례로 퍼지고 있지만 협동조합의 노동문제는 제대로 분석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원래 협동조합은 구성원들에 의해, 그리고 구성원들을 위해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인간 중심적인 사업체로서 공통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는 원칙이 제시되어 있지만, 현실에서 이를 구현하고 운영할 때는 일반적인 회사와 다를 게 없는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말이다. 이를테면 협동조합이 사업을 확장할 때, 다른 협동조합이 아닌 주식회사를 일종의 자회사나 계열사로 운영할 수 있다고 한다. 생활협동조합이 지역의 매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그렇게 설립된 주식회사가 협동조합의 매장을 소유하고 운영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이 경우 매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자기들을 고용한 주식회사가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가 아니며, 이런 주식회사에서는 다른 모든 주식회사에서 우리가 흔히 보게 되는 온갖 노사문제가 별 차이 없이 일어나게 된다고 말한다.


물론 협동조합 역시 조합이 설립한 사업체의 노동자들에게 다른 주식회사의 대주주들이나 경영진과 다를 바 없이 반 노동적인 행태를 보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또한 협동조합은 자본이 지배하는 사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이윤을 두고 노동과 대립할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에 협동조합 내 노사갈등을 몇몇 사람들의 이익을 위한 행동으로 취급하는 태도나 협동조합 내 노동조합이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표출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은 협동조합에서의 노동분쟁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협동조합의 노동문제에 대한 온전한 접근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협동조합을 흔히 "조합원이 통제하는 조직"으로 소개하지만, 실제 개별 조합에서 조합원이 권한을 행사할 기회는 극히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협동조합의 존폐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합원들이 배제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협동조합 의사결정에서 1인 1표의 방식이 이용된다는 걸 제외하면 구조적으로 협동조합과 주식회사는 상당히 유사하다고 언급한다. 기업의 소유자가 총회에서 중요 사항을 결정하고, 소유자의 대표가 이사회를 구성하는 형태는 협동조합과 주식회사가 동일하다면서 말이다. 협동조합도 규모가 큰 경우 이사회와 경영진이 분리되어 있고, 정보와 권한은 경영진에게 집중되어 있으며, 협동조합의 조합원 수가 많은 경우 대의원 제도를 두고 있고, 협동조합의 경영은 전체 조합원이 아닌 대의원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한다. 


협동조합이 영리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협동조합과 노동의 관계는 충분히 형성되는데, 대부분의 협동조합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상행위를 하고, 노동을 비용으로 상정하는 경영방식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즉, 협동조합도 살아남기 위해서 일반적인 기업과 유사한 경영전략을 사용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사람과 자본의 속성이 충돌하게 마련이라면서 말이다. 협동조합의 노동문제는 노동조건을 둘러싼 노사대립, 노동조합에 대한 사측의 적대적인 행위, 찍어내기식 징계, 반복적 징계, 일반적인 근무지 변경, 불분명한 인사 평가 등 일반기업과 유사하다면서, 협동조합을 공통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집단으로 보는 관점이 지배하면 협동조합의 갈등은 억눌릴 수 있다고 말한다. 조직 구성원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고 조직에 충성할 때 공통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갈등은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인식될 수 있다면서 말이다. 결국 협동조합은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 아니라 민주적 제도를 가지고 있을 뿐이고, 조합원이 통제하는 조직이 아니라 조합원의 통제를 위한 제도가 있을 뿐이라 말한다. 협동조합의 노동문제가 왜곡되고 장기화하는 모습에서도 조합원 참여의 부재를 실감하게 되는데, 협동조합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 사후적으로 조합원들이 질문하고 토론할 수 있어야 최소한의 조합원 통제가 성립할 수 있다고 언급한다. 협동조합과 협동조합 기업의 일상적 운영과 노동분쟁에 관해 판단할 수 있도록 조합원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는 게 이 문제를 바로잡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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