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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파운드의 슬픔
이시다 이라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난 서른살이 되었던 날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몇 년전과는 다른 나를 보게 되고, 행동하게 되었던 자신을 보게된 시점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20대에 꿈꾸었던 일들이 다소는 허황되고, 현실의 벽앞에 기세가 꺽이게 되는 그 시점에서 사랑은 어떠한 의미도 다가올까? 저자는 이 책에서 20대와는 사뭇 다른 30대의 사랑을 통해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사랑을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러기에 자신의 주위에서 지나쳐버린 인연보다는 멀리 어딘가에 나를 이끌리게 할 것 같은 이상적인 연인을 마음에 두곤 했던 기억들이 이제는 풋사랑의 추억처럼 쓴웃음을 짓게 하는 그 시점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순간에 아무 말없이 다가온 사랑에 눈을 뜨게 된다. 이 책에 소개된 주인공처럼 말이다. 갑작스럽게 말을 잃어버린 주인공이 자신이 목소리 찾아가는 과정에서 발견한 사랑이야기 <목소리를 찾아서>, 서로가 알게 모르게 지나가면서 익숙했던 남자가 하나의 책을 매개체로 알게 되는 <데이트는 서점에서> 보듯이 우리는 보았던 것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헛된 사랑을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작가는 반문하고 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채 동거를 하지만 서로의 하나됨을 거부한 채 자신만을 알던 연인이 한마리의 병약한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서 알게 되는 사랑의 의미를 표현한 <두사람의 이름>, 너무 익숙해져 버려 흔해빠진 결혼 생활속에 단비처럼 다가온 사랑. 이게 사랑일까 느끼는 순간 사라져버린 사랑을 표현한 <11월의 꽃망울>, 여자와의 사랑보다는 속물적인 하룻밤의 쾌락에 빠진 주인공이 아직까지 순수함이 묻어있는 여자와는 만남을 통해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준 <슬로우걸>, 살랑하는 사람과의 힘든 만남과 이별을 셰익스피어의 작품 ‘베니스의 상인’의 내용을 일부 유추하여 보여준 <일파운드의 슬픔>처럼 다양하고, 흥미로운 연애이야기가 이 책속에 나열되어 있다.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노처녀, 노총각 아니면 사랑에 무딘 연인들의 잔상들처럼 우리 일상속에서 흔히 보여지는 사랑을 그리고 있다. 쉽게 그려지고 있는 짤막한 이야기속에 우리의 사랑에 대해 스스로 묻게되는 책인 것 같다. ‘ 참 어리석다’고 하면서도 서투게 하는 것이 사랑이듯이 모든 것을 알 것 같은 모순된 30대의 사랑을 작가는 이렇게 그리고 있다. 이시라 이라의 4번째 작품으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그전의 작품보다는 다소는 가볍고, 문학성은 떨어지지만 재미와 흥미를 느끼게 하면서 쉽게 보았던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