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 1 (1부 1권) - 왕도(王道), 하늘에 이르는 길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0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사회는 그 앞을 미리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쉼없이 발전하고 있다. 그 틈속에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 유교적 전통을 중시하던 한국사회의 도덕관과 가치관들을 서서히 잃어버리고 있다. 시대에 맞게 바뀌질라도 변하지 않는 가족과 사회의 기본적 윤리는 정당성을 잃은 지 오래고,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패륜적인 사건과 사고들이 우리의 현재의 자화상처럼 다가오고 있는지 모른다. 그런 속에 작가는 우리를 한번쯤 되돌아보고, 반성해보는 시간을 갖자는 의미에서 유학 아니 유림의 이야기를 우리 앞에 내놓았다.

'조광조' 책을 읽는 내내 그가 죽은 후에 신겨 달라던 짝짝이 신발 태사혜처럼 많은 역사가들에 의해 극단적 평가를 받고 있는 역사적 인물중의 한 분일 것이다. 한편에서는 공자가 꿈꾸던 유고적 이상국가를 조선사회에 이식시키려 했던 개혁적 정치가로서 인식하고 있는 반면 권력욕에 앞서 왕(중종)마저 허수아비로 만들려 했던 야심가로서 비난받고 있는 인물이다. 어떤 식이로든 그는 그 당시에 있어서 한 시대를 대표하고, 풍미했던 인물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작가는 왜 양면적 평가를 받고 있는 그를 공자를 제쳐두고 유림의 첫번째 이야기로 소개한 것일까? 나는 그것을 현재의 우리 상황에서 찾으려 했던 작가의 인식에서 비롯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과거의 구태의연한 군사정권과 3김 정치속에서 벗어나 개혁적인 새정치를 기대했던 국민들에게 현정부는 예전의 악습과 관행을 그대로 답습한 채 답답한 정치 행태를 보이고 있는 현실속에 그 대답을 찾고 싶다. 다시 말해 개혁이라고 했던 것들도 제대로 사회 각층의 이해와 협조없이 누군가의 일방적인 통제와 지시로 이루어진다면 그 역시 출발지부터 실패를 앞두고 항해하는 난파선에 불과함을 조광조의 예에서 찾으려 했던 것 같다.

분명히 자신에게 옳음도 시대를 살아가는 지배층에 틀림 아니 저항으로 보인다면 그 근본 취지는 상실되고 피비린내 나는 살육의 장이 될 수 있음을 우린 역사속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조광조가 실현하려된 그 개혁들은 위로는 왕으로부터 밑으로는 백성까지 공감과 이해를 얻어야함에도 불구하고, 상층인 지배층의 반발과 저항에 부딪침으로써 첫단추부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더불어, 그가 꿈꾸던 개혁도 단계적 수순없이 진행되어버렸기에 그의 노력과 의지에 상관없이 철저히 반대의 적을 만들었고, 끝내 일장춘몽에 끝나버리고 말았는지 모른다.

이 책속에서는 이렇게 조광조가 추구하려했던 유교적 이상주의와 개혁의지에 담은 많은 일화와 문헌들을 통해 조명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적절한 판단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때로는 골치 아픈 역사책속 인물들의 치적과 나열로 혼동될 수도 있었지만 작가의 재치 넘치는 글솜씨를 통해 하나 하나의 인물들을 눈 앞에서 보고 느끼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의 리얼리티를 주었다. 다만 옛 고전이나 한자의 뚯과 의미에 대해 부족한 소양을 가진 내게는 다소 집중도와  이해도 면에서는 아쉬움을 주었던 책이었다. 하지만, 조광조라는 인물을 새롭게 볼 수 있었던 계기와 시간을 줌으로써 과거는 물론 현재의 역사적 인식과 판단에 큰 가르침을 주었던 좋은 책인 듯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