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과 유진 푸른도서관 9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TV뉴스속에 비춰지는 세상의 단면속에서 우리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많은 소식중에 하나가 바로 '성폭력'에 관련 이야기일 것이다. 분명히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가족은 물론 본인까지 철저히 은폐하고, 쉬쉬하며, 거짓말까지 하려 하고 가해자는 피해자와 합의하에 했다거나 단순한 스킨쉽에 불과하다는 주장으로 범죄 자체를 부정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사건이 이 사건일 것이다. 왜 피해를 당하고, 고통을 받았음에도 철저히 아니라고 거부하는 모순적 행동들은 바로 우리사회의 잘못된 도덕적 관행의 일면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조선시대부터 사회를 유지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었던 유교문화는 지나치게 여성들에게 정신적, 육체적 순결을 강조하다보니 여성이 타인 즉 남성에 의해 저질러진 잘못된 일까지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한 근원적 원인을 여성에게 둠으로써 죄를 밝히는 것 자체가 불경시하고, 숨김을 하나의 미덕(?)이냥 생각하게 만든 문화적 전통의 잘못된 잔재들은 아직까지 남아 신체적으로 약자인 여성들을 괴롭히고 있는지 모른다.

이 책의 두 주인공 큰 유진과 작은 유진 이러한 모순와 잘못된 관습이 가장 예민하고, 민감한 시기를 겪고 있는 사춘기 소녀들에게 어떤 식으로 다가오고 있는가에 대해 보여지고 있다. 두명은 분명 동명이인임에도 불구하고 한 주인공이 '성폭력'이라는 과거의 상황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과 자세에 대해 두가지 사례로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큰 유진의 경우처럼 그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침착함마저 느끼고 있는 반면 작은 유진의 경우 철저히 그 기억들이 상실되어있다가 큰 유진과의 만남을 통해 조금씩 그 아픈 상처들이 되살아나 고통을 받게 되는 것으로 그리고 있다. 큰 유진의 그나마 그 고통을 있을 수 있던 것은 가족들과 같이 그 고통을 공유하고, 이해하는 길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작은 유진의 경우 부모들이 그 기억들을 인위적으로 상실케 만들었고, 철저히 그 기억들이 되살아나지 못하기 위해 은폐하고, 숨기려 하지만 자신에 대해 알 수 없는 거리감을 느끼는 작은 유진의 느낌들은 그 근원적 기억들을 쫓아가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사실 큰 유진마저도 그 어린시절의 악몽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어린시절 남자친구였던 건우와 영화를 보다 건우가 스킨쉽을 하려는 순간 보인 히스테릭적 반응들은 아직까지 정신과 육제적으로 사라지는 않는 고통의 잔상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작은 유진처럼 물질적 풍요속에서 느끼는 허망감과 혼자라는 느낌들은 단순히 물질과 돈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닌 가족의 사랑과 이해가 동반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작가는 더 큰 주제로 말하고 있다.

분명히 어린시절의 상처들을 두 소녀들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와 기성세대들은 잘잘못을 가리기 앞서 추악스러운 소문과 잔상들이 자신의 집안과 가족들에게 끼칠 악영향만을 생각한 나머지 근본적인 상처 치유에는 등한시하고, 오히려 그녀들에게 남들보다 더 조용히 살것을 강요한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 곪았던 상처들은 두 소녀의 가출이라는 행동으로 보여짐으로써 충분히 어른들의 관심과 이해만 있었다면 해결될 수 있었던 일들이 가족과 본인들에게 더 큰 상처를 준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지만, 작은 유진이 어머니와의 진지한 대화와 감정적 교감을 줄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측면에서는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이렇듯 어린시절의 아픈 기억과 상처들이 사회의 무관심과 이해 부족으로 당사자들의 올바른 성장과 사회생활에 장애가 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이 책속에서 우리 진정 그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하는 것이 진정 그들을 건강한 하나의 인격체로서 성장시킬 수 있는지 말해주는 것 같았다. 

성폭력은 한 개인이 겪어야  하고, 고통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 사회 전체가 이를 진정 이해하고, 사회적으로 해결해야하는 문제임을  말해주고 있는 이 책속에서 알 수 있었다. 성폭력이라는 굴레속에서 빠져 제대로 된 성장을 못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좀 더 미연에 방지하고 막을 수 있는 제대로 된 교육과 사회적 관심 및 법적인 제도의 보완이 요구됨을 물론이고 이제 그 상처들이 같이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참 많은 반성과 깨우침을 주었던 책인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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