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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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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순간이 모여 현재의 나를 만든다...

평범한 진실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하나의 두려움과 격정으로 다가오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어린시절 부모들의 갈등과 이혼으로 불우했던 삶을 살았던 주인공 토마스.

그 이유때문인지 한 곳에 쉽게 정착하지 못하고, 외로운 여행작가로의 삶의 고수했던 그에게 사랑도

가슴뛰게 다가오는 대상이 아닌 부담과 벗어날 수 밖에 없는 굴레처럼 느껴졌을까?

그러기에 도망치기에 바빴는지 모른다. 너무도 쉬우면서도 어리석게도

 

하지만, 베를린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동독 출신의 번역가 페트라를 만나면서 그는

진정한 삶의 쉼터와 안식 그리고 사랑을 찾을 듯 보였다.

 

페트라.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자란 토마스처럼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내다

극작가 유르겐과 결혼하지만, 자기 아집과 체제에 맞지 않는 작가적인 고집으로 남편은 체제와 등지게 된다.

그런 위기속에 태어난 아들 요한으로 인해 위태스러운 삶을 살지만 결국 남편의 자살로 인해

일순간 아들과 강제로 이별하고, 서독으로 거짓 망명을 하는 이중스파이로서의 삶을 살다

자기 인생의 진정한 남자인 토마스를 만나게 되면서 큰 행복과 기쁨을 얻게 되지만...

 

페트라는 토마스에게 자신의 중요스런 부문을 보여주지 않은 채 그만 회피하다가 결국 그것이 빌미가 되어

잔인스러운(?) 이별을 하게 된다. 그것이 누구의 잘못이라는 것을 떠나 서로의 상처를 끝까지 보이지 않으려했던

남녀의 지나친 배려가 결국 배신과 미움으로 바뀌는 과정속에서 진실되었던 그들의 만남은 끝을 내고만 것이다.

 

바보같이 느껴졌다. 조그만 더 빨리 아니 더 솔직하게 이야기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보이지만,

남녀의 인연이 쉬우면서도 어려운 만남이라는 생각이 이 책을 보면서 하게 되었다.

결국 서로의 그리워하면서도 20년넘게 그들은 서로를 등지게 되고,

페트라가 죽은 뒤 그의 아들을 통해 알게 된 그때의 아쉬운 이야기들은 남는 자와 떠난 자를 슬프게 할 뿐이었다.

 

사랑 그것은 정말 알 수 없는 미로속에서 우리를 복잡한 감정속에 놓게 하고 서로 되돌 수 없는 길을 가게 한다.

되돌려봐도 알 수 없는  동전 양면의 진실속에 서로에게 큰 상처를 준 채 헤어지는 사랑의 독설. 그것이 이 책을읽는내내

나를 무척이나 가슴 아프게 했던 것 같다.

 

왜 서로를 그리워하면서 만나지 못할까? 그게 정말 운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오히려 차라리 만나지 않는 것이

만나는 것보다 낫다는 故피천득씨의 작품 '인연'의 말이 정답일까? 내가 살아오면서 떠난 많은 인연속에

혹시 그런 것이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가슴이 멍한만큼 아팠고, 읽은 후에도 지워지지 않는 사람의 잔상으로 인해 너무나 가슴이 아픈 소설이었다.

'빅픽처'와 '템테이션'같이 다소 가벼운 이야기로 우리를 쉴새없이 몰던 그만의 스토리 전개방식이 이 책에서만

너무나 더디게 움직였지만, 그 여운은 쉽게 지워지지 않게 하는 그의 작가로서의 역량에 찬사를 보낼 뿐이다.

 

사랑과 분단의 아픔이 이렇게 조화를 이루면서 전개되는 책은 무척이나 간만에 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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