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철 지음 / 청년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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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 부조리 그리고 경제성장. 이것으로 나는 7,80년대 말하고 싶어진다. 단군이래 눈부신 성장을 했던 그 당시의 암울함 속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사람들의 배고픈 아우성속에 인간적 권리나 불평등은 존재 자체를 상실했는지 모른다.

 

소위 돈, 학력이나 배경이라는 연줄에 이끌려 제대로 된 개인적 평가없이 가혹하게 버려진 사람들에게 희망은 존재했을까? 우린 헛된 꿈속에 나타난 엽전의 모습에 희망을 찾아야 하나?<희망> 아니면 그들 무리와 동조하여 말도 안되는 궐기대회에 참가하여 자신의 코를 자르는 엽기적인 충성을 다짐할 것인가?<코> 그것도 아니면 사회주류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는 자들을 감시하는 프락치가 되어 사회 안정 및 민생 행복을 도모할 것인가?<돌> 이 정도까지 미친 자들이 이제는 대기업에 진출하여 자신의 출세를 보장받기 위해 자신의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회사를 위해 일하겠다는 죽음의 굿판을 열어볼까?<죽음의 굿판>

 

이것에 반발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둡지 않는 젊은 날의 용기를 앞세우고 데모에 참가해 모진 고문을 받고 제 정신을 잃어버린 채 가족에게까지 버림받는 사회의 부적응자가 되어 자살을 해야하나?<잊음이 쉬운 머리를 위하여> 자! 방법을 달리하여 대학생이라는 신분을 철저히 숨기고 노동 현장의 노동자로서 그들의 의견을 한데 모아 농성을 주도하지만 끝내는 주동자가 되어 경찰에 쫓겨 다닌다. 오히려 힘들게 임신한 아내에게 아기를 유산시키게 하고 막막한 시간의 지나감을 느껴야 하나?<봄나들이> 이런 사람들의 희생과 고통이 있었기에 현재의 진보가 있으리라는 생각에는 동조하지만 그들에게 남겨진 상처는 도대체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모든 것에도 나를 던지고 싶지 않으면 남들이 관심 갖지 않는 일에 몰두하자. 남들이 보면 별 미친놈 보겠네라고 외칠지라도 껌이나 멀리 뱉어보자. 그것에 나의 걱정과 관심을 던져버리자.<껌> 아니면 정신차려라! 자신이 살던 집도 뺏기고, 아내가 바람을 피는 것도 모른채 자신이 쳐놓은 그물에 허둥지둥 할지 모른다.<거미>

 

이렇듯 작가는 과거에 감추고 싶었던 상처들을 하나씩 이 책에서 펼쳐보이고 있다. 때론 이것이 아닌데 말을 하면서도 살았던 그 시대의 삶의 방식을 비난하지도 칭찬하지도 않는다. 길게 내쉬는 한숨처럼 어쩔 수 없었네 아니면 내가 어떻게 지금까지 있겠어라고 말하는 듯하다. 세상은 쉼없이 변하고 또 변한다. 그 틈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저지른 죄의 생채기들을 시간이라는 임시약으로 덮은 채 무심히 그 시대를 말할 지 모른다. 그것이 두려우면서도 제대로 말 한마디 외칠 수 없었던 그 시대를 작가는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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