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지고 강물 흘러
이청준 지음 / 문이당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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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작가로서 이청준씨를 안 것은 <당신들의 천국>에서 였다. 워낙 소록도의 나환자들의 삶과 고통 그리고 애환등을 너무도 리얼하게 표현한 그 책을 본 후 몇일동안을 그 공포(?)와 두려움속에서 지냈던 기억이 난다. 오히려 그런 충격때문인지 몰라도 그후 그를 접하게 된 것은 그의 작품을 영화화한 <서편제>나 <축제>에서 뿐이었다. 그런데, 알라딘에서 소개되는 새로나온 책 코너에서 이 책을 접한후 이제는 한번쯤 그의 작품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읽게 된 작품인만큼 나름대로 오랜 시간끝에 보게 된 그의 작품집이었다. 처음에는 이 책을 읽기 전에 보았던 천명관씨의 <고래>를 아주 재미있게 다 본후에 접한 책이라 다소는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읽기가 따분했지만 하지만 가면 갈수록 원로 문인작가로서 한국소설에 큰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분인만큼 남들대로의 색깔과 흥미를 내게 안겨주었다.

내 자신도 가끔 아버지를 볼때면 이미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모습을 볼때가 있다. 어쩔 수 없는 시간의 흐름만큼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를 닮아간다는 것은 그만큼 서로가 살아가면서 동화되어 버린 추억과 기억의 소산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꽃 지고 강물 흘러]를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느낌이었다. 아들을 먼저 보낸 어머니, 그 어머니 밑에서 홀로 자식을 키워야하는 형수. 서로가 상처를 받았기에 서로를 위하면서 살았던 두사람. 하지만, 그 시간이 무색한 만큼 어머니가 치매가 걸린 후 사이가 나빠진 형수를 보면서 섭섭하고 미움도 있었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후 산밭에서 콩밭걷이를 하는 형수의 뒷모습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보게 되면서 이내 그 마음은 사라지고 애절한 연민만을 느끼게 되는 주인공이 마음이 잘 나타난 소설인 것 같다.

이에 반해 어린시절 심부름 하는 것을 좋아해 장성해서도 그와 비슷한 기업에서 비서실을 하던 용선. 끝내는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을 전달하는 배달책으로 성실(?)히 수행하다 경찰에 쫓기고 있는 모습을 비아냥거리며 쓴 [심부름꾼은 즐겁다]와 특정 정당의 총재를 닮아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환대와 존경을 받게되는 한 인물을 통해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막연한 이상과 희망마저 철저히 무시하고 살아가는 무책임한 정치인들을 모습을 리얼하게 표현한 [무상하여라?]에서는 나타나는 작가의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 대한 페이소스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소설을 쓰고 싶지만 작가적 재질이 부족하여 자신의 친구인 반형준에게 소설의 소재를 제공해주면서 자신의 작가로서의 꿈을 대리만족하려 했던 구정빈. 처음에는 자신가 전혀 상관없는 소재를 제공하지만, 어느새 바로 자신의 얘기를 전달해주는 그의 모습을 통해 소설이 가지는 자기 고백적 특성을 잘 표현한 작품[문턱]과 가난한 살림에도 불구하고 고학으로 중학교를 졸업한 후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하여 입학금 면제를 받을 수 있는 재산세 무과세 증명서 받기 위해 힘든 고향행을 시도하지만 끝내 실패한 후 자기 실망과 허탈감에 빠져 눈물을 흘리는 진성의 모습을 그린 [들꽃 씨앗 하나]는 작가의 체험적 이야기라는 인상이 깊은 작품이었다.

이렇듯 눈에 띄는 작품은 없지만, 작품 하나하나 흐르는 작가 이청춘씨의 문학세계가 어느 정도는 잘 녹아내린 작품인 것 같다. 화려하지 않지만, 어느 것 하나 내어 버릴 수 없는 작품집도 가득한 이 책속에서 원로 문인으로서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어 무척이나 인상깊었다.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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