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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김혜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소설 '좀머씨 이야기"의 좀머씨처럼 이 책의 저자와 동명이인인 호어스트는 세상과 등지고 살지만, 좀머씨와 달리 세상과의 인연을 떨치지 못하여 안절부절 하면서도 끝끝내 자신의 나태함과 무기력증을 버리지 못하는 인물이다. 현실속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그는 바보 아니면 우리가 쉽게 역 근처에서나 볼 수 있는 노숙자 정도가 아닐까? 그러면서도 그의 세상에 대한 자세와 행동들이 황당하고 웃기면서도 웬지 부럽고, 생의 진정한 삶의 의미를 알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중구난방으로 쏟아내는 주인공의 독백적, 자위적 말투때문에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어느 곳에 초점을 두고 있어야 할 지 어리둥절할 때도 많았지만, 이내 그 의미를 이해하고, 동화되는 과정속에서 내 안의 또다른 나를 발견한 것처럼 헛웃음을 지을 때가 많았다.
참 세상은 빨리 변한다. 어린시절 컴퓨터는 미래 공상만화에서나 나오는 최첨단 시설 정도로 치부되었지만, 이제는 가정내에 없어서는 안되는 생활도구처럼 우리에게 필요하면서도 떨칠 수 없는 짐으로 다가오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매번 더 나은 기능속에서 계속되는 업데이트와 신기술들에 파묻혀 버리면 내 자신마저 하나의 기계의 부속물처럼 되어가고 있는 아닌지 생각될 때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그런 현실속에서 벗어나 정말 시간에 빨려 들어가는 것이 아닌 느긋한 마음을 가진 도인처럼 세상을 편히 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가 가끔씩은 있다. 얼마쯤 왔을까보다는 벌써 이만큼이나 왔구나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세상의 모습이 그립다.
이 책속에 나오는 게으름과 나태함이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살 수 있고, 진정으로 내가 느끼는 삶으로 만들 수 있는 하나의 도구가 아닐런지? 세상에 물 흐르듯 따라가는 것이 아닌 때론 삐딱하게 세상을 거꾸로 보기도 하고, 사회와 제도속에 틀밖으로 나와 무정부적인 내모습을 만들고 싶은 내 의지도 시간과 누군가가 만든 멋있는 인생이라 말하는 번들거림속에서 버려지고 잊혀지는 추억은 아닐런지?
아!그립다. 돌아누으면 변하는 세상속에서 이 책이 주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내 자신을 찾으라는 외침처럼 내 안에서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아파하는 고통을 느끼게 하는 것은 이 책이 나에게 주는 충격이 아닐런지? 많은 분들이 때론 한없이 게을러지고, 추해져도 변하지 않는 진정한 나를 발견하기를 기도하면서 이 책을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