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상 끝의 정원 - 바깥의 소설 30
가브리엘 루아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평소 생소했던 캐나다 문학을 가브리엘 루아의 '내 생애의 아이들'을 통해 접하게 되면서 색다른 느낌을 문학을 받게 되었다. 미국의 주변국에 위치하면서 외국 이주민들로 구성되어 있고, 언어 또한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등과 같은 다양한 문화와 언어가 공존하는 그들의 문학적 깊이와 사고를 통해 그들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작품 또한 캐나다 문학이 가지는 특색의 연장선 위에 놓여있다고 생각된다.
이 책은 4편의 단편소설로 각기 다양한 주제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느낌은 비슷한 것 같다. 자국을 벗어나 미지의 타국에서 살아가야 하는 외로움과 두려움 같은 정신적, 육체적인 고통속에서 삶의 의미와 자아를 찾으려는 주인공들의 모습들 속에서 광활하지만 척박한 토지위에서 잡초처럼 질긴 생명과 적응력을 가지고 살려고 했던 외국 이주민들의 한과 노력이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것 같았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세상 끝의 정원'속에서 주인공 마르타. 자신의 굳은 의지로서 고향을 등지고 캐나다의 볼린 지역에 정착하게 된다. 갖은 고생과 고통을 이기면서 자식들을 키우고, 그들에게 삶의 기반을 만들어 주지만, 그것마저도 인정치 않는 남편 스테판의 무관심과 시기속에 자신에 대한 자각과 삶에 대한 끊임없는 자문들을 정원이라는 성스로운 공간의 꾸밈을 통해 극복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통해 더욱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 또한 '우두 골짜기'에서 두코보르 사람들이 자신들이 오랫동안 살 수 있고, 정착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 또한 이런 작가의 생각들이 녹아내려 있는 것 같다.
이에 반해 비슷한 느낌이지만, 다른 주제로 이야기 하는 작품들이 있다. '삼리웡, 그대 이제 어디고 가려는가'에서 미지의 땅에 정착한 중국인 삼리윙을 통해 외국 이주민으로서 살아야 하는 번뇌와 고통 그리고 문명의 발달이 오히려 순수한 인간들을 인간미가 상실된 잘못된 길로 인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있는 듯하다. 또한 '한 나그네가 찾아와 문을 두드린다'에서는 어느 비가 세차게 내리는 날에 불쑥 방문한 이름모를 사촌 귀스타브. 그를 통해 외국이주민으로서 잃어버린 자국의 가족과 사람들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체험함으로써 자신의 현재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되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과거에는 좋지 못하고 안 좋은 가족간, 사람들간 관계도 귀스타브 말속에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났던 상황으로 변하고, 오히려 아름답게 윤색됨으로써 현재의 삶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삶의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다. 나중에 그의 말이 거짓말로 판명되어지지만 그것은 거짓말을 가장한 진실처럼 그들의 기억속에 남게 된다는 내용은 웬지 모를 삶의 이치를 깨닫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타국에 살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과거에 살았던 자국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안정성을 벗어나 불안정과 두려움으로 가득찬 타국속에서 더욱 굳건한 자국에 대한 애정은 수구초심의 색다른 표현이 아닐런지? 캐나다 문학이 이런 외로움과 감정들에 대한 표현과 느낌들은 읽는 이들에게 문학 작품 이상의 느낌과 감동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이 책을 놓으면서도 잊혀지지 않고 계속되어지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