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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플 라이프
기타가와 에리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해냄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17세때에 병이 생긴 후 장애인이 되버린 도서관 사서 쿄코. 아리따운 그녀에게 정상인과의 사랑은 어울리지 않은 일처럼 살아왔으며, 늘 죽음이라는 실체를 몸으로 느끼고 살아가고 있다. 그녀에게 사랑이라는 느낌을 주고 진정 그것을 받아들이게 만든 '핫립'의 미용사 슈지와의 안타깝고 가슴저린 러브스토리라고 이 책의 첫 느낌을 말하고 싶다. 일본드라마 작가로서 최고의 명성과 인기를 누리고 있는 기타가와 에리코씨의 작품이라는 책의 설명과 우리와의 문화적 유대성이 외국문학으로서는 어느 나라보다 친밀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다소 순간 순간 변하는 드리마적 상황이나 장소의 이동은 읽는 이에게 다시끔 읽게 되는 수고와 함께 감정적 몰입이 다소 저해되는 면을 주고 있다는 점이 아쉽지만 편한 마음으로 무엇가를 읽게 되고 나도 모르게 때론 기쁨과 슬픔의 양면적 감정에 휩싸이는 느낌때문인지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죽음은 우리에게 늘상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며, 결국 하나의 생명체는 그곳으로 귀결된다는 사실에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남녀간의 사랑마저도 죽음앞에서 그것이 가지는 의미보다 더 강한 빛을 발하기에 많은 소설 작품이나 영화, 드라마속에서 감동과 애절함을 주는 도구로서 쓰여지고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늘 행복하게, 기쁘게 보다가도 마지막 결말이 주는 잔인함에 항의를 하고 싶고, 한없이 우울해지는 나를 보게 된다. 이 책은 이것에 장애인으로서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의미와 차별적인 요소를 부각시켜줌으로써 더욱 더 슬픔을 부각시키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작가로서 굳이 이런 동정적인 감정의 유도와 행동들이 오히려 장애인들에게 그들이 한 주체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일종의 두려움과 편견을 심어주는 것이 아닌지? 또한, 비장애인인 평범한 사람들에게 장애인들도 늘 패배자적 느낌에 감상적 동정을 바라고 있는 모습으로 비춰지게 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어진다. 사실 이렇게 묻고 싶으면서도 장애인이 옆에라도 지나가라치면 의심과 껄스로움 표정을 짓는 나 자신을 느끼게 될때면 죄스러움마저 느끼게 되는 것은 비단 나뿐일까?
영화 '선물'에서 병든 아내가 무명 개그맨이면서 남편의 첫 개그콘서트를 보기 위해 힘든 몸을 이끌고 그것을 보지만 끝내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처럼 쿄코 역시 자신이 사랑한 남자의 헤어 컬렉션에서 그의 응원하려 갔다가 그만 죽게된다는 내용은 다소 흔해빠진 결말처럼 기운이 쑥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슈지가 쿄코와 같이 꿈꿔왔던 해변의 미장원에서 풍경을 마지막으로 끝을 내는 장면은 그들의 사랑이 완성되면서 새롭게 시작되어지는 느낌으로 편한 미소을 머금고 책을 놓을 수 있어 좋았다.
사랑이 주는 힘. 어떠한 좌절과 극단적인 죽음 앞에서도 절대 물러서지 않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이기에 인간이라는 존재가 이성적으로 무엇가를 느끼고, 행하기때부터 계속적으로 그려지고 찬양되었던 사랑이 아직까지 질리지 않고 우리에게 먹히는 것은 우리가 바보로서 아니라 우리를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닐까 생각을 마지막으로 하면서 이 책을 놓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