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니, 선영아 작가정신 소설향 18
김연수 지음 / 작가정신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결혼을 해도 자신의 사랑을 확신하지 못하는 광수, 광수의 친구이면서도 그의 아내인 선영과 과거에 사랑했었던 남자 진우. 어찌보면 삼각관계의 로맨스로 치부되어버릴 수 있는 소설속에 작가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와 토론을 토해내고 있다. 한 문장이 길게 늘어져 때론 지루한 감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적 공간을 벗어나 이성적인 공간속에서 답을 찾으려 하는 것처럼 구체적인 표현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듯 보인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남자 주인공인 유지태가 말한 '어떻게 ... 사랑이 변하니"와 이만교씨가 쓴 <결혼을 미친 짓이다>에서 도용한 말이나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유행한 '선영아 사랑해', 트롯트 <얄미운 사람>의 가사를 자유자재로 이용한 문체속에서 때론 가십적이고 지리멸렬한 사랑에 대한 담소와 농담으로 들릴 수 있으나, 그속에는 80년대에서 가졌고, 느껴왔던 시대적인 고민과 애정이 사랑이라는 형상기억 브래지어처럼  원래적인 자아의 모습을 상실한 채 시대속에 버려진 허망감을 찾으려는 자아들의 끊임없는 노력들이 빈 공간을 헤매이고 있는 듯 보인다.

신문에 거재된 광수생각이라는 카툰 만화처럼 주인공의 눈 속에 보여진 사진 한 장. 분명히 한 사진에 있던 팔레노프시스라는 꽃대가 바로 찍은 다음 사진속에서는 꺽어져 있었고, 그는 그것을 통해 자신의 결혼에 대해 의심을 갖게 되고, 더불어 자신의 친구인 진우와 아내인 선영의 과거 사랑의 순수성에 대해 불안전한 질투심을 갖게 되는 장면에서는 한국사회의 여성에 대한 순결성에 대한 강한 욕구 및 의처증의 모습도 볼 수 있었지만, 그만큼 자신의 사랑에 대해 불안해 하고 믿음을 갖지 못하는 한 남자를 통해 사랑과 동반되어 오는 독점적 지위를 가질 수 없는 현대사회의 모습도 엿볼 수 있있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면서 떠나 보내면 그 아쉬움에 흔들리는 진우가 꿈꾸는 사랑은 무엇인가? 이성적인 틀속에서만 사랑에 취해 있을 뿐 그것이 느끼고 희망하는 곳으로 자신을 인도하지 않는 못하는 사랑은 죽은 존재가 이닐런지? 사랑도 생각하지만 때론 가슴으로 느끼고 따라야 함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내내 웃스운 내용도 있었지만, 제목에서 보여줬던 낭만적 사랑의 고백이 아닌 머릿속에 어지럽게 읽혀지고 혼동되는 듯한 느낌에 멍한 기분으로 책을 놓았던 것 같다. 이 책도 내가 이해하기에는 머릿속 지적 공간이 다소 못 미치는 것 같다는 느낌에 화가 나지만 그런 것을 접어두고는 읽기에는 문제가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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