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빈치 코드 - 전2권 세트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기독교를 믿고 있는 내 입장에서 보면 이 책은 禁書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聖人으로서 추방받고 존경받던 예수를 일개 인간적인 모습을 가진 선지자로 만들고, 그의 고결하고 성스러운 금욕주의자적인 모습을 부정하면서, 그의 말씀을 기록한 성경마저도 일부 후세사람들에 의해 조작되고 은폐되었다는 의심을 품게 만드는 매우 위험한 시도를 한 소설임에는 틀림이 없다. 또한, 그의 연인이면서 성경에서는 창녀로 묘사되는 마리아 막달레나의 관계, 그 사이에 낳은 자손이 있고, 메로빙거家로서 현재까지 그 뿌리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크리스트교 입장에서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추론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는 말일로 표현되는 종말이 세상 존재의 소멸이 아닌 예수의 진실이 밝혀지는 시점이라는 논리와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있는 철학자와 예술가, 문학가등등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며, 그것이 비밀리에서 유지되어 왔다는 가설은 다소 황당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한창 정치나 외교적인 측면에서 거론되는 음모이론과 헐리우드 영화속에서나 보이는 빠른 전개와 서스펜스을 담은 이 책은 비주류적인 역사 이론과 추리를 잘 배합하여 만든 소설인가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실존하는 시온수도회나 오푸스데이라는 종교 집단을 거론하는 대담성과 방대한 자료와 고증을 통한 이야기의 전개는 읽는 이에게 그 진위를 떠난 진실성마저 느끼게 하는 강한 흡인력과 믿음을 주고 있다.

이야기의 구조는 루브르 박물관장인 자크 소니에르의 죽음과 그가 남긴 피보나치 수열등과 같은 암호와 기호들,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와 '암굴의 마돈나'에 새겨진 아나그램 형태의 글자들은 주인공인 종교기호학 교수인 로버트 랭던과 자크 소니에르의 손녀인 소피에게 성배를 찾아야 하는 이유과 길을 제시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밝혀지는 역사적 사실과 음모 그리고 가족애가 어울러진 이 책은 우리에게 몇가지 질문을 되묻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즉, 진실은 과연 밝혀져야만 하는 사실인가? 그것이 현재에 많은 사람들에 의해 믿어지고 이해되는 상황속에서 암묵적인 침묵은 때론 필요할 수 있다는 것과 함께 성배를 찾는 과정속에서 밝혀지는 여성에 대한 색다른 시각과 자세 그리고 그에 대한 교회의 극단적인 보수주의와 왜곡적, 폐쇄적인 모습 및 행태들은 크리스크교에 대한 재인식과 판단을 이 책은 제시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종교 이론과 역사, 예술 그리고 도상학등에 대한 작가의 깔끔한 설명과 표현은 독자의 이해의 폭을 높일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다만, 주인공이 우연치 않은 계기로 사건에 휘말리고 거기서 알게 되는 진실과 그것을 둘러싼 음모와 위협속에서 끝내 정의는 실현되고 알 듯 모를 듯한 결말의 어렴풋한 여운을 제시하고 끝나는 추리소설의 전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은 집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것 같다. 그렇지만, 숨막힐 정도로 독자를 이야기속에 빠져들게 하고 때론 자신의 의지대로 독자의 초점을 집중시키고 흐뜨어 놓을 수 있는 작가 댄 브라운의 작가적 능력과 지식등은 높은 평가를 주고 싶다. 더운 여름 잠 못 들어 하는 분들이 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시원한 바램을 채울 수 있는 훌륭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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