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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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연금술사'로 큰 반향을 일으킨 그의 신작은 만난다는 자체에 기쁨과 함께 어떤 식의 이야기로 그가  우리를 즐겁고, 신비한 세계로  인도할 것인가라는 호기심에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처음 제목에서 느껴졌던 느낌은 인간사회에서 종족의 보존과 쾌락의 요소로서 인정되는 성이 그 자체적인 자율성과 독립성을 상실한 채 숨겨야 할 부끄러움처럼 치부되어지는 현실속에서 그가 11분이라는 성교시 느껴지는 쾌감의 유지시간을 테마로 해서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할 것인가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특히, 이 책의 여주인공이 이름 자체도 성모 마리아의 이름을 도용한 듯한 마리아이기에 작가 스스로 음지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치부되었던 성에 양지에서 고결한 이미지로 이용되는 그 이름을 사용했다는 것 자체가 성에 대한 자율적 사고와 현실적 인식을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언뜻 보면, 브라질 어느 시골마을의 촌티나는 시골아이가 처녀로서 성장하면서 느끼게 되는 현실과 성장 과정속에서 나타나는 사랑과 성에 대한 감정적인 인식의 변화등을 보이는 정도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 인식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남성위주 사회속에서 여성의 성적 권리는 박탈되고 잘못 판단되고 있는 현실 그리고 단순히 성교시 삽입에 의한 오르가즘이 아닌 영혼과 육체가 하나되는 진정한 의미로서 성교의 의미를 밝히려는 시도가 책을 읽는 내내 독보였다.  특히, 인간이 지나친 성에 대한 집착과 욕망으로 인해 가학적인 사랑 즉 사디즘, 마조히즘에 빠져 성이 주체를 상실하고 마약과 같이 영혼을 갉아먹는 도구로서 인식되면서 문란화되는 현실에 대한 자각과 비판도 잊지 않았다. 

또한, 과거에 성에 대한 종속적 객체 인식을 대표하는 인물로서 하이디라는 도서관 사서를 보여주고 있다. 남편에 이끌려 억지로 느낌도 없는 성교에 대한 느낌을 강요받고, 스스로가 원하는 쾌락을 찾으려 하지 않은 그녀가 마리아와의 숱한 만남과 토론속에서 자신이 얼마나 잘못된 성생활에 빠져있었던 것은 아닌가에 대해 자각하는 대목에서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한 여인이 유명한 연예인을 만들어 주겠다는 로제라는 스위스인의 사탕발림에 이끌려 나이트클럽 댄서로 전락하고 그 과정에서 의식주의 결핍에 이끌려 시작한 창녀생활속에서 순수한 어린시절 만나지 못했던 사랑을 랄프라는 모든 면에서 완력하지만 욕구불만과 정체성에 흔들렸던 남자와의 만남을 통해 진정한 성과 사랑을 이룬다는 내용은 다소 자위적으로 동화적이기 하지만, 작가가 이 과정을 전개하는 과정속에서 보여지는 심리적, 성적 변화의 미세한 캐치와 이야기 전개하는 방식은 그만의 장기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여자보다 더 여자를 잘 표현해 주는 그의 이번 작품은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여성과 많은 인터뷰와 만남을 통해 얻어진 소산물로써, 어찌보면 무시되고 인정되지 않았던 여성의 성에 대한 자율적 사고와 독립성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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