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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소리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랫동안 아이를 가지는 못하는 여자와 IMF이후 다른 동료들과 달리 성실성과 능력을 인정받아 이직을 했지만, 그곳에서 정을 느끼지는 못하는 남편에게 언젠가부터 창틀에 집을 짓고 살게 되는 새를 발견하게 된다. 이 새의 출현은 외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내부적으로 심한 내적 갈등과 서로에 대한 지침속에 살얼음판을 걲고 있는 두사람에게 일시적 창구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계속해서 악화되는 남자의 병속에서 보여지는 두 사람의 사랑 그리고 믿음은 다시 떠나간 새들의 귀환을 그리워함을 보여준 [종소리]에서 처럼 작가 신경숙이 그려내는 인물들은 쉽게 접할 수 있고, 보여지는 사람들은 아니지만,서서히 책을 읽으면서 내면적으로 공감되고 이해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특히, 그녀는 [우물을 들여다보다]나 [혼자 간 사람]에서처럼 불특정인에게 자신이 살아오면서 느꼈던 일과 감정들을 편지글이나 전화 통화의 수단을 통해 독백적이면서도 서로 교감될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에 반해 [물속의 사원]처럼 한 인물의 행동을 뒤에서 카메라가 뒤따라오듯이 치밀하게 그려내기도 했다.
또한, [달의 물]처럼 주인공이 어머니, 아버지, 오빠의 세사람들의 중간적인 입장에서 감정이나 행동의 변화들을 나열하듯 늘어 놓거나 [부석사]처럼 사랑을 실패한 두 남녀가 부석사라는 원치 않는 곳을 여행하면서 느껴지는 남녀의 심리적 변화들이 그곳에 가까워지면서 합치되는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이것이외에 특징적인 것은 신경숙씨가 이 책속에서 다양한 여성의 모습을 그려내고,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말한 [종소리]처럼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여자, [우물을 들여다보다]처럼 애를 낳다 죽는 언니의 상처를 극복하려 하는 여자, [물속의 사원]처럼 어느 지하 다방 수족관에 악어를 키우면서 죽음을 준비하는 여자등등 상처입고, 번뇌에 빠진 여자들의 모습을 통해 작가가 말하려 했던 것은 무엇인지?
결핍되고 모순된 인물들의 모습이나 행동들이 이 책속에 글로써 표현되는 순간 내면적으로 이해되고 공감됨은 우리가 보지 우리에 대한 작가의 성찰이 아닐런지? 그것을 불편한 일시적 감정의 틀에서 묶어두지 말고 진정으로 내면적으로 느끼고 이해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석사의 부석처럼 두개의 돌이 떠 있으면서도 쓰러지지 않는 것처럼 우리와는 다른 평행적인 사고와 심리적 감정들도 결국 하나의 사회틀속에서 존재할 수 있고, 공존할 수 있음을 통해 독자에게 작가는 심리적 평안과 위로를 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