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이라는 의미

아홉살 인생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위기철 지음 / 청년사 / 2001년 1월

항상 어떤 일을 하다 보면, 어느 곳에서 짐짓 멈추어진 상태로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그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순간이 있다. 년이 바뀔때마다 시간이 흘러가듯 자신의 나이도 10년을 주기로 변화하는데 그 정점에서 늘 '9'라는 쉼터가 있는 듯하다. 다시말해, 나이는 한살을 먹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면 10년이상의 느낌을 받는 듯하다. 이 책에서 아홉살의 주인공도 그랬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우리 기억속에서 사라졌을지 모르는 판자집들이 옹기종기 삶의 향기를 내고 있는 그곳에서 주인공이 잃은 것은 물질적 결핍이었는지 모르지만, 그가 얻었던 것은 남들에게는 우습게 때론 별것이 아닌 것처럼 자연이라는 편안함과 자유스러움이 아니었는지? 그래서, 요즘같이 풍요스러움속에서도 정신적 결핍과 억눌림속에서 자아를 포기하는 시점속에서 더욱 그것이 소중하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이러한 어린시절의 순수함과 삶의 자취들이 작가의 재치있는 표현과 단어속에서 새롭게 조명되고 느껴지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특히, 자신만의 사고의 틀에 빠져 끝내는 죽음으로서 꿈과 이상향을 찾으려 했던 골방철학자, 술주정뱅이의 아버지의 거침없는 폭력앞에서 미움과 증오을 참지 못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사랑을 간직한 검은 제비, 요즘으로 보면 깍쟁이면서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 소녀 우림이, 시종일관 거짓말이 습관이 되었지만  이 책에는 귀엽고 애교스럽게 보이는 신기종 그리고 가난한 삶의 틀속에서도 자식에 대한 사랑과 희생을 진하게 묻어주게 하는 주인공의 부모들. 실제로 작가가 체험한 이야기인듯 모양과 시대는 다르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모습같이 진실하면서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내가 어렸을 때는 어땠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시절이 주는 아련한 추억의 느낌과 기억들에 행복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느낌을 전해 준 이 책이 무척이나 좋아보였다. 그 기억들을 발판으로 삼아 힘차게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을 받은 듯한 느낌으로 이 책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