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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 문학상 수상 작품집 - 문학상 수상 작품집 5
이순원 지음 / 청어 / 2000년 5월
평점 :
품절
성장소설인 <19세>라는 작품으로 처음 작가 이순원을 만나게 되었다. 작품속에 느껴지는 솔직하면서 친근했던 내용에 나도 모르게 그가 펼쳐놓은 이야기 세계를 알고 싶었다. 그러기에 그의 문학상 수상 작품집에 손을 댔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그의 문학적 양분과 배경이 된 그의 고향 '강원도'의 배경과 느낌들을 여기서도 발견됨으로써 나도 모르게 그가 어린시절을 보냈고, 추억을 담아놓은 그곳을 가고 싶어지게 만드는 소설인 것 같다. 특히, 그의 많은 작품들 중에서 문학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무척이나 좋았다.
4편의 문학상 수상 작품집중에서 나는 <은비령>, <영혼은 호수로 잠든다>가 인상이 깊었다. 특히, 두 작품 다 극단적 상황. 즉, 스치듯 지나갔던 만남속에서 얻어졌던 친구들이 불의의 사고로 죽게되고 그 과정속에 남겨지게 된 친구 아내와의 사랑은 어쩐지 비도덕적인 내용으로 비쳐질 수 있으나, 그만의 문학적 고민과 필터링을 통해 오히려 순수성의 의미마저 들게 하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결론은 사뭇 달랐다. <은비령>의 경우 주인공 남자 역시 아내와의 기나긴 별거속에 우연히 만나게 되는 친구 아내와의 사랑은 때론 친구에 대한 죄책함과 도덕적 윤리 차원속에서 고민을 하다 은비령이라는 시간적 흐름이 정지해 버린듯한 곳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의 회포(?)를 푸는 것으로 아쉬움으로 결말을 보이는
반면 <영혼은 호수로 잠든다>에서는 친구가 어린시절 그에게 인심을 쓰듯 던져버린 말 '자신에게 가장 귀한 것을 남겨주고 가겠다는' 도덕적 용서를 통해 친구 아내와의 사랑을 정당성을 인정받게 되고 차후에 결말은 보이지는 않지만 좋은 결말을 보일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외에도 옛시절 어머니들에게는 늘상 보여졌던 아버지의 불미스러운 행동과 그런 결과물로 나온 첩. 첩이 스스로 나가기 전까지 그녀가 낳은 애까지 첩의 아들로 삼아준 시대의 불합리. 그런 과정속에 주인공과 어머니 사이에 흐르던 냉랭함. 그것은 어머니가 그토록 수술을 거부하기까지 포기하지 않으렸던 모성애에 대한 지나친 자존심은 아들의 따뜻한 어머니에 대한 인식과 사랑을 통해 해결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수색,어머니 가슴속으로 흐르는 무늬>, 군대라는 사회의 한 단면을 통해 강요와 복종속에 억압된 자유스러운 판단과 몰가치성을 '수인의 딜레마'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과연 이 당시에는 정당스러웠던 일들이 차후에 얼마나 잘못된 판단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낮달>이 있다.
이렇듯 작가는 자신의 고향과 체험들을 하나의 소설의 소재로 삼고 이를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이아닌 물 흐르듯 작가적 고찰과 이야기의 진행을 통해 극히 일부분적인 사실로 치부될 수 있던 현실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독자에게 판단하도록 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4편이 가지는 문학적 완성도와 느낌들을 책을 놓은 이후에도 계속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