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들의 대한민국 1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과연 내 자신이 내가 태어난 나라의 사회와 역사 그리고 문화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를 자문하고 반성하게 하는 책인 것 같다.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모순들에 대해 불평 불만을 가질 뿐 그 근원에 대해 어떠한 의문과 답을 구하지 않는 나는 진정한 한국인인가? 이 책의 저자는 외형적으로 우리와 다르지만 한국인보다한국을 더 잘 이해하고, 그것을 거침없는 비판과 독설 , 애정을 통해 우리속에 숨겨진 진정한 자아를 찾아내 줄 아는 진정한 한국인이라는생각이 들었다.
이런 그의 모습에 나는 분노보다는 숨길 수 없는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 한국사회속에 숨겨진 동전의 양면과 같은 우리의 슬픈 모습들에 대해 얘기하는 그의 자세는 우리속에 내재되어 있는 양심의 울림처럼 떨림의 흔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만큼 이 책은 내게 충격과 함께 세상을 보는 다른 눈을 가지게 하였다.
이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 한국사회를 논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들이끊어지는 단편적인 사실의 나열이 아닌 하나의 연결된 고리처럼 이어져 주장들에 대해 강한 부연 설명 및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특히, 한국 종교의 선민사상과 기복신앙에 따른 배타성, 한국의 지식의 총아인 대학이 오히려 온갖 부정부패의 작은 축소판으로 전락해 버린 것을 비판한 내용들은 아직까지 그것들이 개선되지 않은 채 남아 한국사회의 멍에로 남아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또한, 북한의 독재성과 체제의 모순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우리가 우리사회에 만연된 군대문화의 잔재와 폭력성을 잊어버린 채 그들을 비판하고 있다는 대목에서는 부끄러움 마저 느끼게 하였다. 그리고, 과거 열강인 서양과 일본에 대한 지나친 사대주의에 빠져 스스로에 대해 미개성과 불합리성를 자학했던 우리가 이제는 우리보다 물질적이나 인종적으로나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다른 국가의 독립된 하나의 소중한 인격들을 너무나 잔인하게 대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너무나 화가 나기까지 했다.
이렇듯 우리가 이러한 잘못된 모습들이 일시적 사회현상이 아닌 오랜기간 우리의 내면과 습관속에서 우연이든 강요적이든 주입되고 교육되어진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허탈감마저 느끼게 되었다. 또한, 한참 논란이 되고 있는 병역의무에 대한 의문성 및 대통령 선거와 탄핵과정에서 나온 보수와 진보의 대립구도에 대한 역사적인 고찰들은 그것에 대해 이해하는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차가운 현실에 대해 무조건적인 비난이 아닌 우리 스스로 좀 더 열린 마음과 다원주의 이해와 참여를 통해 한국사회를 건전하고 자유스러운 국가로 바뀌어야 한다는 선구자적인 의지도 엿볼 수 있었다.
난 사실 이 책을 읽기전에 그가 얼마나 우리보다 우리를 알까라는 의문과 진보적인 색채성때문에 반신반의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내속에 남아있는 전근대적인 보수성과 모순성이 결합이라는 것을 이 책을 놓으면서 알게 되었다. 정말 머릿속이 처음에는 어지러워지다가 서서히 무엇가를 깨닫고 이해해 가는 순간을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다. 이래서 난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