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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떼가 나왔다 - 제1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안보윤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평점 :
간만에 재밌게 본 책이었다. 사실 내용은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코믹잔혹극이라 말할 수 있겠다. 사건 하나하나가 일파만파 번져 도저히 예상치 못한 결과로 번지는 황당함속에서 새삼 세상을 비꼬면서 말하려했던 작가의 의도가 보여졌다. 또한, 세가지 이야기들이 서로 다른 듯 보이나 연결성을 가지고 이어지는 재밌는 구조로 내용이 이루어져 있다.
첫번째 이야기. S마트에서 한 아이가 실종됬다. 도저히 찾을 길없는 이 아이의 특징이 바로 배꼽에 있는 악어 문신(점)이었다. 현경찰청장 아들의 실종은 사회의 문제로 인식화되는 과정이나 갑자기 유행되는 문신문화 그리고 언론의 이에 대한 오도된 보도는 사건의 본질을 상실한채 피해자를 더 큰 피해자로 만드는 악순환을 그리고 있다. 두번째 이야기. 힘들게 살아가는 한 부부가 있다. 남편이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여자를 격한 감정을 참지 못하고 살인하게 되고, 그 시체를 가방에 넣어 한강에 버린다. 더 황당한 것은 시체를 버리기 위해 산 가방에서 실종된 아이가 발견되고, 남편의 살인에 적지않은 충격을 받은 아내는 그 아이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는 이상행동을 보인다. 세번째 이야기. 그 부부의 딸인 C컵꽃띠. 뛰어난 외모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 대한 지나친 불만이 끝내 다리를 절단케 만들고, 방송에서 같이 오디션을 봤던 연예인이 자신을 놀리는 것에 충격받고 한강에 휠체어를 타고 뛰어들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런데 그녀의 시체는 떠오르지 않고 오히려 알 수 없는 수많은 시체들이 떠오르고 거기에 자신의 아버지가 저지른 살인사건까지 밝혀지고 끝내 범인으로 체포되어간다. 그 과정에서 그 부부가 데리고 있던 실종된 아이는 보육원으로 맡겨지는 내용으로 다소 엽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다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집착적이고 정상적인 판단을 상실한 채 자신을 내던지고 있다. 아이를 잃어버리고 한참을 힘들어하다 버려진 애완견에 지나치게 빠져버리는 실종된 아이 엄마의 행태나 자신의 다리가 싫어 일부러 파상품에 걸리게 해서 절단케하는 C컵꽃띠의 모습. 살인을 했음에도 태연스럽게 삶을 살아가는 남자의 모습들은 어찌보면 우리사회속에서 무시할 수 없는 암울한 잔상의 하나처럼 조금씩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라는 두려운 맘이 앞선다. TV, 인터넷등의 매체속에 사회의 우울한 모습들이 더이상 두려움이 아닌 가십거리가 되어버린 현재의 우리사회의 모습들이 오히려 지나침보다는 정상적인 것으로 내비치는 세상에 대한 강한 비판을 작가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세상의 왜곡됨이 진실이 되어버린 차디찬 현실속을 우리안에 악어와 같은 냉혈함과 파괴스러움이 세상을 뒤덮고 있는 것을 아닐까 묻고 있는 것 같다. 20대의 젊은 신인작가의 작품이라고는 생각들지 않을만큼 이야기가 탄탄하게 전개되는 능력에 찬사을 보내며 다만 결말부분이 밋밋하게 끝나 아쉬움이 남지만 읽는 내내 시간이 흘러감을 모를 정도로 재밌게 읽었던 책인 것 같다. 소설가로서 그녀의 성장이 기대되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