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 - 쉽게 읽고 깊게 사유하는 지혜로운 시간 하룻밤 시리즈
토마스 아키나리 지음, 오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목: 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

 지은이: 토마스 아키나리

 옮긴이: 오근영

 펴낸곳: RHK / 알에이치코리아

 

 

 다른 것과 달리 유난히 묵직하게 느껴지는 글자 조합이 종종 있다. 배신, 회피, 책임, 부모 등등... 주제와 범위를 막론하고 수없이 많은 단어가 굉장한 존재감을 뽐내며 가슴을 무겁게 내리누를 때가 있는데, '철학'이란 두 글자도 이에 속한다. 철학의 첫인상은 일단 어렵고 복잡하다. 대학 시절 바로 옆에 있던 철학과 과방에서 통기타에 떼창으로 존재감을 뽐냈던 그들은 철학가라기보단 인생을 즐기는 음유시인 같았는데, 과연 진짜 철학가는 어떤 모습일까? 철학 사상을 쉽게 설명해준 책이 없을까 고심하다 눈에 띈 책 『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 제목에 적힌 '하룻밤'이 정말 물리적인 시간을 나타내는 하룻밤일지 그만큼 쉽고 간결하게 정리했다는 표현일지 궁금했다. 괜스러운 호기심에 하룻밤에 다 읽기를 도전했지만 보기 좋게 실패. 취향, 관심 그리고 사전 지식 정도에 따라 읽고 받아들이는 속도가 다르겠지만, 철학을 어렵게 생각하고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내가 하룻밤에 다 읽기는 살짝 버거운 책이었다. 하지만, 내용은 생각만큼 어렵진 않았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을 필기도 해가며 나름 재밌게 읽었으니, 이번 독서는 성공! 철학에 한발 다가서며 지식이 플러스알파 된 기분. 철학 쉽게 접근해보니 제법 흥미롭다.

 

 

 

 

 

 

 

 

 『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은 크게 <고대/중세 사상>, <근대 사상>과 <현대 사상> 이렇게 3장으로 나뉜다. 고대와 중세 사상에서는 그 유명한 소크라테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등장한다. 옳고 그름의 기준에 관해 탐구하고 접근하는 방식이 상당히 기억에 남아 조금 적어보자면, 우선 고대 그리스 사회는 '나는 나, 너는 너'라는 상대주의가 만연했다고 한다. 이런 상대주의는 옳음의 기준은 사람 각자에게 있다고 말한다. 이에 관한 소크라테스의 논리는 이렇다. 인간은 옳은 일을 행할 능력을 저마다 갖추고 태어난다. 덕, 즉 옳은 것을 지니며 선악에 관한 올바른 지식과 행동을 일치해야 하는데 철학이 이에 도움을 준다. 한편 플라톤은 상대적 세계를 초월한 곳 어딘가에 변치 않는 절대적인 존재, 즉 이데아가 있다고 믿었다. 사람마다 상대적인 기준을 떠나 절대적인 기준, 바로 선의 이데아가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에 이성의 힘으로 이데아가 주는 영향을 파악해야 하는데 이는 오직 사색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최고의 선으로 여겼다고 한다. 도덕적 성품을 토대로 하는 영혼의 활동을 중시하며 진리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주시하는 관상적 생활을 강조했다. '옳음'이라는 진리에 관해 접근하고 도출해내는 결론이 천차만별이지만 모두 설득력이 상당하여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역시 사상은 어떻게든 연결되고 홀로 옳다고 주장할 순 없는 듯하다.

 

 

 

 

 

 

 

 데카르트, 스피노자, 로크, 버클리, 흄, 칸트, 헤겔과 같은 근대 사상 철학자의 이름은 낯이 익는데, 어째 현대 사상으로 갈수록 모르는 철학자 천지. 키르케고르, 니체, 프로이트는 들어봤지만, 후설, 하이데거, 사르트르, 메를로퐁티, 비트겐슈타인... 머리가 핑글핑글 돌기 시작. 현대 사상으로 갈수록 익숙지 않은 이 상황이 비단 나 뿐은 아니리라... (부디 나만 무식한 게 아니기를... ㅠㅠ). 현대 사상 분야는 다시 한번 읽으며 더 열심히 정리해봐야겠다. 『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의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런 말을 전했다. 인간이란 곤경에 처해서야 비로소 인생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는 존재다. 마음속에 원인을 밝히고 제거할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고민은 내 마음과 생각이 만들어 내는 것이므로 노력으로 능동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그런 과정에 도움이 되는 게 바로 철학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끊임없는 고민과 번뇌로 괴로운 순간이 있다. 미래가 불투명한 20대 중반에 특히 괴로웠던 듯... 그때 철학에 관해 공부하고 차분하게 마음을 다스렸다면 어쩌면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인생이 바뀌진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그래도 아직 내 인생은 전반전! 후반전을 넘어 추가로 주어지는 인저리 타임까지 무사히 달릴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심신을 단련하자. 따스한 위로를 전하는 에세이, 인류의 문화와 학문을 탐구하는 인문학도 좋지만, 철학이라는 새롭고 특별한 주제로 마음을 살찌워보는 건 어떨지. 철학은 어려워서 손도 못 대는 분들께 이 책 『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을 추천! 우리 같이 철학 공부해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래된 우표, 사라진 나라들 - 1840~1975
비에른 베르예 지음, 홍한결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오래된 우표, 사라진 나라들

지은이: 비에른 베르예

옮긴이: 홍한결

펴낸 곳: 흐름출판

 

 

 어린 시절 열심히 모았던 우표. 그땐 꼭 우표를 붙여야 편지를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이어서 소인이 찍힌 우표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예쁘고 알록달록한 그림에 쾅쾅 찍힌 소인들. 특별히 발행된 기념 우표와 외국 우표를 손에 넣고 싶어 돼지 저금통을 잡았던 추억이 눈에 선하다. 그렇게 열심 모았던 내 우표들은 어디로 갔을까? 아마도 친정에? 멋스럽게 낡아 중후한 매력을 풍기는 옛것을 좋아하는 나는 역사에도 관심이 많다. 그리고 세계 7대 불가사의 같은 기묘한 이야기와 지금은 사라져 확인할 수 없는 미지의 대상도 취향 저격. 그러니 이 책이 눈에 띈 순간 읽고 싶었을 수밖에! 흐름출판에서 출간한 따끈따끈한 신간 『오래된 우표, 사라진 나라들』을 드디어 만났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일기장 같은 느낌을 풍기며 대단한 모험이 펼쳐질 것만 같은 이 책, 영화 쥬만지처럼 주사위를 툭 굴리면 그곳으로 이동할 수 있을까? 주사위는 없지만, 손가락을 바삐 움직여 떠난 세계 여행. 작은 우표 한 장을 따라 도착한 그곳에 이런 사연과 역사가 있을 줄이야! 흔한 역사책에서는 만나기 힘든 이제는 사라진 나라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오롯이 담겨 있다.

 

 

 

 

 

 

 

 

 

 

 

 우표, 목격담 그리고 후대의 역사적 해석. 저자는 이 3가지 자료에 기초하여 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자신이 모은 우표를 시작으로 책과 증언 혹은 영화를 통해 수집한 다양한 자료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다. 1840년부터 1975년까지 이어진 이 뜻깊은 여정은 6개의 굵직한 가지로 나뉘어 그 시절의 역사와 생활상을 담아내는데, 세계 강국의 치열한 식민지 정복 전쟁, 종교와 이념으로 인한 충돌, 독립운동, 세계대전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큰 흐름을 따라 여러 나라의 탄생과 소멸에 관해 탐구한다. 이야기 끝에 실물 사진으로 실린 우표는 세월의 흔적이 무색할 만큼 번듯하여 우표만 남기고 사라져버린 수많은 나라에 애틋하고 안타까운 연민마저 품게 하는데... 잠깐, 1900년대야 이해하지만 그 이전엔 대체 우표를 왜 발행한 걸까? 문맹률이 높아 우표를 과연 사용했을까 의심되는 나라에서도 우표는 발행되었다. 어엿한 국가로 인정받고자 주체적으로 우표를 찍어낸 경우도 있지만, 지배국이 피지배국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자 우표를 발행한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한 사회가 잘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우표 발행만큼 좋은 것은 없으니, 다양한 필요와 욕망의 수단으로 우표를 찍어냈을 것이다.

 

 

 

 

 

 

 

 잠시 찬란한 전성기를 누렸을지라도 원주민 살해와 약탈, 동족상잔, 금은보화와 권력에 눈먼 칼부림, 집단학살과 집단자살 등 사라진 나라의 끝은 좋을 리가 없다. 역사의 고증이기에 담담하게 이어가는 이야기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의 눈물과 피가 서려 있고 예나 지금이나 막강한 힘을 노리며 눈을 번뜩이는 인간의 욕망이 살아 숨 쉰다. 이 모든 일과 상관없는 제삼자의 측면에서 보고 있어도 가슴이 서늘한데, 그 역사의 현장에 있던 이들의 마음은 어땠을지... 저자의 감정을 절제한 중립적인 서술 방식이 아니었다면 이 책을 다 읽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아마추어 역사가인 노르웨이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엮어냈을까? 문득 첫 장에서 만났던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이 책은 여행 안내서가 아닙니다.' 이 책이 사라진 나라나 왕국의 자취를 탐험하는 안내서도 아니고 대개 찾아가기 힘든 곳이라 모험조차 할 수 없다고 당부하는 작가. 그럼 대체 이 책을 왜 쓴 거지? 이런, 상당히 소년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이 책은 잠자리에서 읽는 동화 모음집 정도로 봐주시길! 꿈을 살찌우고 잠에 솔솔 빠져드는 용도로 쓰시면 좋지 않을까요?'라니... 그래, 어쩌면 이런 마음으로 쓴 책이기에 굳이 힘들여 치열하게 읽지 않고 물 흐르듯 이런저런 일이 있었구나 슬그머니 살펴보며 진도를 쭉쭉 나갔더랬다. 어느 책에서도 만난 적 없던 이 다양한 나라는 과연 서양 혹은 현재 그 땅에 세워진 나라에서 역사란 이름으로 생명을 이어가고 있을까? 상당히 방대한 내용을 다룬 세계사이면서도 이미 사라진 것들에 관한 이야기라 어쩐지 좀 막연하게 다가온다. 그러고 보니 이런 역사 인문학책은 처음 만난 듯. 상당히 독특하고 남달랐던 『오래된 우표, 사라진 나라들』. 그 옛날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는 아틀란티스나 미지의 생명체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신비로운 장소, 어딘가에 보물이 숨어 있을 것만 같은 흥미진진한 설렘은 없지만, 지금은 볼 수 없는 사라진 나라 이야기는 그 나름대로 의미 있고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다.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땅의 크기를 '충청남도'로 비유한(p110) 번역가님의 센스 역시 돋보였던 책. 그간 만나지 못했던 세계사에 귀 기울이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저는 참 재밌게 읽었어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아한 연인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우아한 연인

지은이: 에이모 토울스

펴낸 곳: 현대문학

 

 

 

 작년 여름, 중후함과 고급스러운 멋을 풍기는 『모스크바의 신사』를 만났다. 실물을 보고 감탄한 나머지 몇 번이나 만지작거렸지만, 바로 읽을 자신이 없어 아쉽게 내려놓았던 그 책. 서점을 나서는 발걸음에 망설임이 서려 몇 번을 머뭇거리다 결국 다음을 기약했는데... 그땐 왜 그리 망설였을까? 그로부터 1년이 흘러 예쁜 분홍색 새 옷을 입고 나타난 『우아한 연인』을 만났다. 『모스크바의 신사』로 기억한 작가 에이모 토울스를 『우아한 연인』으로 드디어 만나게 되다니, 오래전부터 동경한 누군가를 만났듯 심장이 쿵쾅쿵쾅. 예쁜 금박으로 표현한 대도시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오래전 내 인생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뉴욕. 추억 속에 소중히 간직한 모습과는 많이 다른 1930년대의 뉴욕이지만, 익숙한 지명이 등장하면 반갑고 거리를 누비는 청춘남녀의 모습에 타임슬립이라도 한 듯 상상과 추억을 넘나들며 그들을 따라 한참을 걷고 또 걸었다. 담담하지만 가슴 시리도록 아름답고 평범한 듯 보이지만 절대 평범하지 않은 1938년의 청춘 한 조각. 누군가의 잊을 수 없는 보석 같은 인생 한 자락을 뚝 떼어 몰래 훔쳐보듯 읽기 시작한 이 소설은 시공간을 초월하며 내 가슴 속에 파고들었다.

 

 

 

 1966년 10월, 중년의 끝자락에 접어든 어느 부부가 사진 전시회를 둘러본다. 공공장소에서 찰나의 순간에 셔터를 눌렀기에 무방비 상태로 자연스럽게 찍힌 사진들. 인생의 애환이 담긴 그 사진들 틈에서 케이티는 그리운 사람의 얼굴을 발견하다. 팅커 그레이. 케이티의 기억은 순식간에 1938년, 그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날아간다. 케이티는 같이 사는 친구 이브와 1937년의 마지막 밤을 축하하러 클럽으로 향한다. 수중에는 3달러뿐. 쌈짓돈마저 술로 털어 넣은 마지막 순간, 거짓말처럼 나타난 대단한 미남, 팅커 그레이. 금세 합석하게 된 세 사람을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그 후로도 만남을 이어간다. 묘한 긴장감이 흐르던 세 사람의 데이트는 1월 7일에 갑작스레 당한 사고로 꼬일 대로 꼬여버리는데... 속도를 줄이지 못한 우유 트럭에 치인 팅커의 차. 조수석에 앉아 있던 이브는 차창을 뚫고 도로로 나가떨어져 얼굴 한쪽이 갈리고 다리를 다치게 된다. 그들이 서로를 알고 가까워진 시간은 단 8일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저 안타까움을 전하는 정도로 이브를 위로했겠지만, 운전대를 잡았던 팅커의 죄책감은 상당했고 그로 인해 이브를 자신의 집에 들여 돌보게 된다. 이브 역시 부유한 팅커의 제안을 마다하지 않고 그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웃고 즐길 수 없는 나날이었지만, 그래도 팅커와 케이티에게는 분명 찌르르한 감정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서로에게 다가설 수는 없는 상황. 의식적으로 거리를 유지하던 두 사람은 결국 엇갈리고 만다. 이브의 회복을 위해 떠난 휴양지에서 연인이 되어버린 두 사람... 팅커의 멱살을 붙잡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따지고 싶은 나와 달리 케이티는 그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이브가 팅커의 돈으로 사치스러운 생활을 이어가는 동안, 케이티는 일상으로 돌아와 충실하게 삶을 꾸려간다. 새로운 친구와 가까워지고 직장을 옮기고 잠깐의 데이트를 즐기며 케이티의 삶 역시 안정되어 가는 듯했는데, 이브가 잔잔했던 케이티의 삶에 또 돌을 던진다. 과연 이번에야말로 팅커와 케이티는 이어질 수 있을까? 이어질 듯 말듯 아슬아슬한 두 사람의 마음을 기대하는 한편, 케이티가 팅커 없이 오롯이 꾸린 삶 역시 상당히 흥미로웠다. 직장에서 차츰 성공을 거두고, 월러스와 디키라는 다정한 남자들 덕분에 잠시 행복했던 케이티. 이젠 드디어 연결되겠구나 싶은 순간에 자꾸만 엇갈리는 팅커와 케이티를 보며 너무나 안타까웠던 수많은 순간... 차마 글로 담을 수 없는 그 섬세한 감정과 물 흐르듯 흘러가는 전개는 책으로 꼭 확인해야 한다.

 

 

 

 

 

 

'우리가 자신과 완벽히 맞는 사람하고만 사랑에 빠진다면,

       애당초 사랑을 둘러싸고 그런 소동이 벌어지지도 않을 거야. -p477'

 

 

 

 『우아한 연인』은 연애 소설이지만, 절대 시시하지 않다. 작가가 독자에게 전부를 쥐여주지 않아도, 절제하듯 써 내려간 케이티의 감정선은 독자로 하여금 충분히 공감하고 상상하게 한다. 마치 내가 케이티가 된 것처럼 설레고 행복했다가 애잔하고 가슴이 시리다. 책이 두꺼운 만큼 이 글엔 미처 다 적지 못한 이야기가 무한정 펼쳐지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잔잔하게 흘러가던 모든 순간이 슬프든 즐겁든 전부 아름다웠던 듯. 대체 어떻게 1938년의 뉴욕이 이토록 익숙하고 가깝게 느껴지는 걸까? 이뤄진 사랑은 아니었지만, 진심이었기에 애절하고 애틋한 그들의 이야기. 그들 사이에 존재했던 묵직한 삶의 무게와 운명의 장난 앞에 어떤 참견도 할 수 없이 그저 응원하고 행복을 빌어줄 수밖에 없었다. 이것도 분명 사랑이리라. 이 소설의 또 다른 묘미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문학 작품! 책을 좋아하는 주인공 케이티 덕분에 다양한 소설 이야기가 등장한다.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 애거서 크리스티, 버지니아 울프 등등. 작가의 힘을 빌려 주인공을 통해 듣는 <월든>의 인용은 슬그머니 그 책을 장바구니에 넣게 만든다. 책 속의 책인 셈. 지긋이 나이 들어 안정된 생활을 꾸린 케이티가 1938년 젊었던 그 시절로 돌아가 들려준 이야기는 오래도록 잊지 못할 듯하다. 어쩌면 그저 평범했을 그들의 이야기가 이토록 특별하고 아름답게 다가온 건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감성 덕분이 아닐까? 드러내고 감정을 쏟아내지 않아 편안하면서도 한편으론 더 안타까웠던 『우아한 연인』. 미치도록 낭만적이고 애절하지만 아름다웠던 그들의 이야기. 여전히 가슴에 남아 일렁이는 그 따스한 여운과 놓치기 싫어 가만히 눈을 감고 그 순간들을 곱씹고 또 곱씹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은 허리 디스크가 아니다 - 망가진 허리를 재생하는 기적의 내 몸 프로파일링
이창욱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당신은 허리 디스크가 아니다

지은이: 이창욱

펴낸 곳: 쌤앤파커스


 

 얼마 전부터 허리 통증이 심해진 듯하다. 원인은 뭐... 부끄럽지만 안 봐도 뻔한 상황. 늘 자세가 좋지 않은 나는 요가나 스트레칭을 열심히 해도 그때뿐. 꾸준히 하지 않으니 늘 몸의 중심, 즉 코어가 무너지기에 십상이다. 게다가 직업이 직업인지라 작업을 시작하면 하루에 기본 10시간은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게슴츠레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 1시간에 1번씩 일어나서 스트레칭도 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건 알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 먹는 양은 많지 않은 반면에 자꾸 살이 찌고 허리는 아프니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만보기로 하루에 걷는 걸음을 측정해본 결과, 맙소사! 외부 수업이 있거나 특별히 외출하지 않는 날엔 하루에 걷는 걸음이 2천 보 미만이었다. 따로 운동도 하지 않으니 살이 찌고 허리는 점점 아플 수밖에... 눈물을 머금고 체질 개선 아니 습관을 뜯어고치기로 했다. 식단도 중요하겠지만 일단 허리 통증과 척추 건강 개선이 시급한 상황.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가 아닌 전문가가 친절하고 꼼꼼하게 알려주는 조언을 듣고 싶었다. 그래서 만나게 된 책 『당신은 허리 디스크가 아니다』. 이 책엔 이창욱 선생님이 전해주는 허리에 관한 놀라운 오해와 진실이 담겨 있다.

 

 

 

 

 

 

 

 

 보통 허리가 아프면 디스크가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수술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허리 통증은 디스크가 원인이 아닌 경우도 많을뿐더러 수술은 정말 미루고 미뤄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한다. 아무리 의술이 발전해도 결국 인간 몸은 본디 타고난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원래대로 유지하는 게 최선이니까. 열심히 운동하면 뭐든 좋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주로 하는 윗몸 일으키기, 요가의 코브라 자세, 근력 운동 등이 허리에는 최악이라고 한다. 여기서 1차 충격! 이창욱 선생님은 허리가 아픈 환자가 척추를 유연하게 하고 주변 근육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운동법을 설명해준다. 골반을 움직이고 누워서 다리를 당겨 스트레칭을 하는 등, 힘들진 않지만 허리의 긴장을 풀고 스트레칭을 하게 해주는 좋은 동작들이 실려 있다.

 

 

 

 건강과 긴밀한 연관이 있는 음식과 수면. 그럼 음식이 허리 통증에도 영향을 줄까? 정답은 예스. 여기서 2차 충격! 허리에 독이 되는 음식으로 꼽힌 것들이... 어째 하나같이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 하루에 많게는 4, 5잔까지 마시는 커피, 짭짤한 소금, 시원한 맥주, 냉장고에서 시원하게 꺼내 먹는 찬 음식까지 모두 디스크를 망가뜨리는 음식이란다. 맙소사. 믿기 힘든 이 현실. 식이섬유와 유산균, 비타민 C 같은 장에 좋은 음식으로 장내 가스를 다스려야 허리에 도움이 된다니 명심하고 섭취하는 음식에도 주의를 기울이자. 스트레칭을 한다고 허리, 가슴과 등을 쭉 펴고 있곤 했는데 이 또한 허리에 무리를 주는 행동이니 그냥 허리를 살짝 펴고 어깨를 편안하게 늘어뜨리는 정도의 자세가 가장 올바르다고 한다. 거참, 허리에 대해서 내가 모르긴 정말 몰랐구나. 몸은 이미 아프다고 아우성치며 신호를 보내는데, 그 간절한 외침을 외면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하염없이 반성하게 된다. 허리 통증으로 고생한다면, 아직 아프진 않지만 허리와 척추의 건강을 유지하고 싶다면, 허리에 대해 더 알고 공부하고 싶다면 사심 가득 담아 추천하고 싶은 책. 환자를 생각하는 진심과 배려가 느껴져 마음의 위로까지 느꼈던 『당신은 허리 디스크가 아니다』. 이 정도면 명의가 선사한 최고의 처방전일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죽였다
정해연 지음 / 연담L / 2019년 8월
평점 :
품절



제목: 내가 죽였다

지은이: 정해연

펴낸 곳: 연담L



책벌레 이웃님들 블로그와 인스타에서 근래 상당히 자주 등장했던 소설 『내가 죽였다』. 장르 소설을 좋아하지만 요즘 인문 고전과 순수 문학 읽기에 공을 들이던 참이라 살짝 고민에 빠졌다. 한국 스릴러. 장르 소설. 날씨는 이제 제법 서늘. 다분히 다음을 기약하며 패스할 만한 상황이었지만... 이런! 궁금한 마음에 읽어본 책 소개 글에 마음을 뺏겨 몸이 근질근질. 안 되겠다. 이건 읽어야 하는 작품이다! 358페이지의 제법 두툼한 책이지만 가독성이 좋아 하룻밤에 다 읽은 『내가 죽였다』. 마치 한 편의 한국 영화를 보듯, 함께 발로 뛰고 안타까워하며 범인의 뒤를 쫓던 밤이었다.



주인공은 두 사람. 저작권 침해 기획 소송으로 밥벌이를 하는 김무일과 강력계 여형사 신여주. 학창 시절부터 알고 지낸 두 사람은 한 살인 사건을 계기로 콤비 플레이를 벌이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간다. 대체 무슨 사건이었을까? 변호사 무일에게 어느 날 건물주 권순향 할아버지가 찾아와 상담을 청하며 변호를 의뢰한다. 7년 전, 이 건물 302호에서 한 남자를 죽였다는 것. 한데, 더 놀라운 건 그다음이다. 검은 옷을 입은 사나이가 사건 현장에 불쑥 나타나 할아버지의 입을 막고 살인이 아닌 자살로 현장을 조작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할아버지는 왜 이제서야 자백을 결심한 걸까? 자수하겠다는 할아버지를 돕기로 약속한 다음 날, 무일은 여주와 술을 걸치고 돌아오던 귀갓길에 누군가 떨어지는 장면을 목격한다. 건물에서 떨어져 바닥에 피를 흥건하게 흘린 투신자는 바로 권순향 할아버지. 맙소사. 자살이 아닌 타살의 냄새가 나는 이 상황에서 무일과 여주는 어떻게 사건을 해결할 것인가! 7년 전 사건과 할아버지를 죽인 범인은 누굴까?



소설을 읽는 처음부터 끝까지 형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한국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권상우, 성동일 주연의 <탐정>과 라미란, 이성경이 주연한 <걸캅스> 등 재미는 있지만 약간 B급 느낌이 나는 코믹 영화. 콩닥콩닥에는 조금 못 미치는 무일과 여주의 아쉬운 썸과 분량 때문인지 조금 늘어지는 전개가 살짝 아쉬웠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괜찮은 편. 사건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알아내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과 설정이 흥미로웠다. 도청기도 등장하는데 그걸 그냥 없앤 게 좀 의외. 보통은 그걸 역이용할 생각을 하지 않나? 장르 소설을 좋아하다 보니 점점 자극적이고 파격적인 걸 찾게 되나 보다. 『내가 죽였다』의 잔혹성이나 반전은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범위에 있다. 사건을 무사히(?) 해결한 후 해피엔딩이 아닌 안타까운 처지에 처하게 된 의인들. 하지만 무일과 여주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또 다른 사건으로 여주 앞에 나타난 무일. 이건 분명 다음을 기약하는 작가의 약속이 아닐지! 슬그머니 그들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걸 보니, 그래도 이 책 제법 재밌었던 듯. 기대되는 그들의 다음 이야기. 그때도 함께하기로 약속!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