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은 금요일부터 시작하라 - 하고 싶은 일은 전부 할 수 있는 시간 관리법
우스이 유키 지음, 정재혁 옮김 / 꼼지락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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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일주일은 금요일부터 시작하라

지은이: 우스이 유키

옮긴이: 정재혁

펴낸 곳: 꼼지락


 

 얼마 전, 고등학교 1학년 수업을 하다가 상당히 흥미로운 영어 지문을 만났다. 매일 자정을 넘긴 순간 86,400원이 입금되는데, 그 돈은 자정이 되면 사라진다. 당신이라면 그 돈을 어떻게 하겠는가? 아마 우리는 망설임 없이 어떻게든 그 돈을 알차고 즐겁게 쓰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럼 바꿔서 생각해보자. 그 돈은 사실 시간이다. 우리에겐 매일 86,400초의 시간이 주어지는데, 과연 우리는 시간을 86,400원처럼 열심히 활용할까? 돈보다 소중한 시간. 그 유한한 자원을 영원할 거라 믿고 낭비하는 내 모습에 이만저만 실망스럽지 않다. 그래서 요즘 유난히 관심 두는 주제가 바로 시간 관리! 워낙 다양한 자기계발서를 읽은 터라 시시해지려던 찰나에, 눈길을 확 끄는 책을 만났다. 제목부터 상당히 자극적인 이 책 『일주일은 금요일부터 시작하라』! 책날개에 소개된 작가 프로필이 인상적이다. 30대 젊은 나이에 아픈 남편을 대신해 경영자가 된 뒤, 빚이 3억 있던 회사를 연 매출 23억의 우량기업으로 키웠으며 각종 방송 출연과 책 출간, 강연으로 알찬 삶을 살고 있다는 우스이 유키. 그녀는 '시간 관리의 달인'이다!



 

 

 

 

 

『일주일은 금요일부터 시작하라』는 '시간 부자'가 되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써진 책이다.

잠을 줄이거나, 친구를 만나는 시간을 없애라는 '뺄셈의 시간법'이 아닌,

똑같은 시간을 밀도 있게 쓰며, 한 가지 일에서 두 가지 가치를 만들어 내는 '덧셈의 시간법'을 담았다. - 책날개 中에서...


 

 

 

 

 

 

 


 그 옛날 영화 실미도에서 배우 설경구는 안성기에게 이렇게 외쳤다. "그건 비겁한 변명입니다!" 이 책의 작가 역시 그런 마음일까? '시간이 없어서'는 많은 사람이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변명이라 꼬집으며 아무리 바쁘더라고 하고 싶은 건 전부 하라고 주장한다. '시간 빈곤자'에서 '시간 부자'로 탈바꿈하는 기적 같은 변화의 비결은 바로 시간의 밀도. 시간을 아끼기보다는 진하게 써야 한다고 한다. 동시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인생의 즐거움을 포기하는 시간 절약법이 아닌, 같은 일을 해도 하나가 아닌 두 배, 세 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앞을 내다보고 계획적으로 시간을 활용하라는 말씀. 이런 시간 활용법 외에 사업적으로 혹은 평상시에도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대인관계 기술을 알려준다. (메일은 간단히 적고 인상적인 추신을 남길 것 등등.) 그럼 가장 궁금한 제목, 일주일은 금요일부터 시작하라는 건 대체 어떤 뜻일까?

 

 

 

 

 

 

 

 

 

 


 

 

 

 

 

 

 

 

 



 

 작가는 일주일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가 아니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라고 말한다. 즉, 우리에게 일주일은 고작 3일이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3일 안에 해야 할 업무를 끝내야 하며 그동안 회수율이 높은 일을 우선으로 한다. '회수율 높은 일'이란? 중요하고 마감이 정해졌고 들인 시간에 대한 대가가 단기간에 돌아오는 일을 뜻한다. 월~수요일이 열심히 일하는 날이었다면 목요일은 앞선 3일의 상황이나 문제점을 체크하는 날이다. 그럼 금요일은? 바로 '공격의 날!' 금요일이 되면 다음 주 업무에 필요한 자료 준비나 약속을 확인하여 다음 주 월요일부터 '할 일은 확실히, 준비도 확실히' 갖춰진 상태가 되고 일주일 전체의 시간 밀도가 높아진다고. 할 일이 많기도 많지만 안타까운 시간 관리로 늘 시간이 부족한 나에겐 정말 꿈같은 이야기였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시간을 지배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선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대부분의 일을 끝내고 정해진 마감보다 늘 일찍 일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작은 노력부터 실천해보자! 시간 관리법과 더불어 '한 개를 사면 두 개를 버려라'라는 소박하고 깔끔한 삶을 통해 정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성공한 사람은 역시 아침형 인간이 많다는 근거 있는 예시로 근면하게 살 것을 당부하는 작가 덕분에 긍정 에너지가 샘솟는다. 내일의 나는 오늘 보다 발전할 거라는 굳은 믿음. 자신을 믿고 시작할 것! 시작이 반이니 우선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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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광주. 생각. - 광주를 이야기하는 10가지 시선
오지윤.권혜상 지음 / 꼼지락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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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요즘 광주 생각

지은이: 오지윤, 권혜상

펴낸 곳: 꼼지락

 


 

 5월은 내게 잔인한 달이다. 시부모님 생신, 시댁 제사, 어린이날, 어버이날 그리고 결혼기념일. 사실 하나하나 보면 의미 있고 중요한 날이지만, 이게 1달로 모였을 때의 피곤함은 상당하다. 1년 중 가장 힘든 시기라 4월이면 몸이 벌써 알고 긴장하기 시작하는데,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면 견딜만하다고, 이 모든 건 엄살에 불과하다고. 5월이면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둔 사랑하는 이를 추억하며 가슴 아파할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걸 이젠 알기에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우리의 역사 속에서 유난히 아팠던 4월과 5월. 2020년 5월의 어느 날, 특별한 광주 이야기를 만났다. 예상치 못한 칼퇴로 영화를 보게 된 카피라이터와 아트디렉터. 집으로 돌아가기 아쉬웠던 그들이 무작정 예매한 박스 오피스 1위 영화가 <택시운전사>였다. 바로 그 순간 이 의미 있는 프로젝트의 새싹이 움튼다. 영화를 보고 깊이 감명받은 두 사람은 <광주리: 광주를 다시 이야기하다>로 오직 2030세대의 목소리를 담기로 한다. 이렇게 만나게 된 12명이 채운 10개의 인터뷰. 연고는 물론 직업 또한 다양한 이들이 광주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간 만난 광주의 모습을 잘 간직하면서도 사뭇 다르다.


 


 광주의 초등학교 교사 서희 씨와 민지 씨의 인터뷰로 힘차게 출발하는 『요즘 광주 생각』 . 5월 18일이 되면 광주에서는 주먹밥을 만들어 먹으며 당시에 시민들이 주먹밥을 나눠 먹고 힘을 합쳤던 경험을 느껴본다고 한다. 5·18 기념재단 홈페이지에서 운영하는 '5·18 교육'이라는 패밀리 사이트에 무료로 제공되는 자료가 많다고 하니 잘 활용하면 좋을 듯! 역사를 공부하는 5년 차 베를리너 지나 씨는 의도적인 브랜딩이 아니라 교육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도시 연구가 준영 씨는 자유 정신을 표출한 5·18 민주화운동이 오늘날 광주에서는 오히려 비자유적으로 소모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전한다. IT 회사에 다시는 광주 청년 구글전 씨는 폭압 당했다는 수동적 해석 말고 시민 중심의 운동이었다는 능동적 해석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일침을 가하고 광고 회사에서 일하는 PSK 씨와 광주 남자 & 서울 여자인 승리와 소연 씨는 광주 출신이라 당했던 차별적 발언과 더 많은 '사소한' 것들의 역사가 기록되어야 한다고 전한다. 방송국 PD 쩨리 씨는 콘텐츠로서의 광주는 어떨지, 서울 토박이 기자 경 씨는 정치적 상황과 연결하여 좀 더 심도 있는 의견을 전한다. 의경에 지원한 종 씨에게 광주는 억압에 굴하지 않는 용기의 상징 같다고 한다. 미디어 아티스트 철썩 씨는 페미니스트로서 활동하며 겪은 경험을 살려 광주에 관한 의견을 전한다.





 2030세대라는 공통점 외에는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른 다양한 사람들. 그들이 전하는 광주 이야기는 상당히 신선하고 독특했다. 영화 <화려한 휴가>와 <택시운전사>에서 접한 얕은 지식 밖에 없는 나로서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좀 더 폭넓고 여러 측면에서 살펴보는 계기가 됐다고 할까? 그들이 전하는 광주 이야기는 지금 대한민국을 이끄는 2030세대의 목소리니 귀 기울이고 함께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 서울 여자 소연 씨가 어린 시절 봤다는 국립 5·18 민주 묘지의 비석이 떠오른다. "도련님, 잘 가세요"라고 형수가 새긴 마지막 인사. 피를 나누진 않았지만 가족이란 소중한 인연으로 만난 두 사람의 이별이 어쩐지 너무 서글프고 가슴 아파 눈시울이 발개졌다. 우리에게 앞으로 펼쳐질 수많은 5월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그 5월이 누군가에겐 가슴 시리도록 그립고 안타깝다는 말로는 차마 위로할 수 없는 슬픔과 아픔을 간직한 순간이란 걸 잊지 말자. 광주를 이야기하는 10가지 시선 『요즘 광주 생각』. 내년에 다가올 5월엔 이 책과 광주가 가장 먼저 떠오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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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나 쇼팽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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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언제까지나 쇼팽

지은이: 나카야마 시치리

옮긴이: 이연승

펴낸 곳: 블루홀6

 

 

 

 한 작가의 여러 작품이나 시리즈 소설을 읽다 보면 작품 자체가 주는 즐거움 외에도 별책부록처럼 따라오는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다른 시리즈의 주인공이나 전작에서 등장했던 인물이 카메오로 출연한다든지, 아니면 주인공의 인생을 지켜보며 함께 나이 들고 성장해간다든지. 내게 이런 기쁨을 선사하는 몇 안 되는 작가 중 한 사람이 바로 나카야마 시치리다. <속죄의 소나타>, <추억의 야상곡>, <은수의 레퀴엠>, <악덕의 윤무곡>으로 이어진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히포크라테스 선서>, <히포크라테스 우울>로 이어지는 우라와 의대 법의학 교실 시리즈, <테미스의 검>, <네메시스의 사자>로 이어지는 와타세 경부 시리즈, 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 겐타로 할아버지 그리고 얼마 전에 출간된 <비웃는 숙녀>와 <표정 없는 검사>까지. 시치리 월드의 이야기 샘은 절대 마르지 않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퐁퐁 솟아오른다. 또 하나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시리즈가 바로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안녕, 드뷔시>, <잘 자요, 라흐마니노프>로 이어진 미남 피아니스트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가 최신간 <언제까지나 쇼팽>으로 한국 팬들의 오랜 기다림에 화답하며 멋지게 컴백했다. 다작의 아이콘인 작가님 덕분에 늘 행복한 비명을 지르지만, <안녕, 드뷔시>를 워낙 감명 깊게 읽었기에 미사키 요스케의 귀환은 다시 만난 자체로 가슴 벅찬 감동!

 

 

 

 기존엔 일본에서 펼쳐졌던 이야기가 이번엔 무대를 달리하여 폴란드로 날아간다. 5년에 한 번 열리는 쇼팽 콩쿠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름답지만 비극적인 미스터리. 조성진 씨의 우승 소식 덕분에 알게 되었던 그 콩쿠르를 이젠 시치리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건반 위의 마법을 통해 만난다. 미국을 도와 파병한 폴란드에 대한 보복으로 알카에다가 잦은 테러를 쏟아붓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 오늘의 안녕이 내일의 이별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폴란드인은 특유의 뚝심과 강인함으로 일상을 이어간다.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18살 소년 얀. 대대로 음악가를 배출한 집안에서 태어난 덕분에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얀은 쇼팽 콩쿠르에서 다양한 피아니스트를 만나며 천재성과 노력으로 쌓은 재능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대회 최연장자 참가자인 미사키 요스케(27살)와의 만남은 얀에게 평생 잊지 못할 감정을 선사하고 그 과정에서 겪는 몇 번의 테러와 누군가의 죽음이 당시의 정황을 고스란히 전달하여 가슴이 저릿하다. (근데 얀아, 넌 어린 녀석이 요스케한테 왜 꼬박꼬박 반말이니?) 폴란드를 테러의 공포로 몰아넣은 장본인, '피아니스트'. 그의 정체가 누구인지 궁금한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펼쳐지는 쇼팽 연주는 그저 '아름답다, 황홀하다'라는 단순한 형용사를 넘어서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세밀하고 손에 잡힐 듯이 생생하게 글자를 타고 미끄러져 가슴으로 파고든다.

 

 

 

 사실 읽으면서 이 소설의 정체가 조금 헷갈리기도 했다. 이건 전문적인 음악 감상평인가 아니면 미스터리 소설인가. 결론은 '둘 다'라는 게 맞을 듯. 작가는 쇼팽이 특별한 이유를 소설을 통해 전한다. '쇼팽을 익숙하게 치는 사람은 다른 작곡가의 곡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고' '쇼팽의 음악이 폴란드 국민의 굴하지 않는 국민성의 기반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이번 이야기는 100m 달라기를 하듯 심장이 터질 정도로 질주하다가도 마라톤으로 종목을 바꿔 영원할 것만 같은 연주를 선보여 마치 건반 위에서 춤을 추는 듯하다. 그가 전하는 쇼팽의 곡에 귀 기울이다 보면 모르는 곡도 마치 오래전부터 알았던 것처럼 귓가에 잔잔히 울려 퍼지는 기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소개된 곡을 찾아 들어본다면, 천상의 행복을 경험하게 되리라! '손을 보호한다'라는 대목에서 제대로 헛다리 짚으며 무고한 인물을 범인으로 지목한 채, 결말에서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지만 <언제까지나 쇼팽>과 함께한 몇 시간 동안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에 푹 빠지는 짜릿한 경험을 했으니 억울하지 않다. 음악이라는 예술을 글로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지 보여준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와 이연승 번역가께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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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할머니에게
윤성희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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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의 할머니에게

지은이: 윤성희, 백수린, 강화길, 손보미, 최은미, 손원평

펴낸 곳: 다산책방

 

 

▶▶▶ 할머니

보고 싶다. 보러 간다. 이렇게 글을 쓰고 싶다. 그러나 이젠 쓸 수 없다.

쓸 수 있을 때 썼어야 했다. 볼 수 있을 때 보러 갔어야 했다.

- 카피라이터 정철의 『사람사전』 中에서...◀◀◀

 

 

 

? 이런, 생각해보니 이틀 전 어버이날에 할머니께 전화 한 통 드리지 못했다. 시부모님은 홍삼까지 사서 뵙고 와놓고는 정작 할머니께는 전화 한 통 하지 않았다니. 어쩜 이럴 수 있는지 나의 무심함을 탓하며 마음이 편치 않다. 어린 시절 넘어져 우는 나를 달래주고 기쁘고 좋은 일이 있을 때면 눈물을 글썽이며 가장 좋아하시던 우리 할머니. '먹고살기 바빠서'라는 말로는 차마 변명이 되지 않는 불효를 저지르고 있으니 죄송한 마음에 갑자기 가슴이 울컥한다. 게다가 오늘은 할머니를 주제로 한 6편의 짧은 이야기를 모은 『나의 할머니에게』라는 단편집을 읽은 덕분에 할머니가 더 많이 보고 싶다.

 

 

 

 

 처음으로 제사상을 차리지 않은 남편의 제삿날, 오래 연락을 끊고 지냈던 여동생과 극적인 화해를 하게 되는 외로운 할머니의 이야기 《어제 꾼 꿈》, 돌아가신 할머니의 일기장을 통해 프랑스에서 생활하던 시절 따스하고 포근했던 할머니의 연애담을 알게 되는 손녀의 이야기 《흑설탕 캔디》, 32살에 사귄 단짝 친구와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계신 요양원에 문명 가는 '나'의 이야기 《선베드》, 10년 만에 들른 할머니의 빈집. 그곳에서 다시 만난 예전 가정부 아줌마와 겪은 거짓말 같은 상황이 펼쳐지는 《위대한 유산》, 템플 스테이를 떠난 할머니, 엄마, 하은이의 이야기 《11월 행》, 계급별로 나눈 노인정 개념의 유닛이랑 기관에서 살아가는 민아 할머니와 그런 복지를 위해 자신들이 감당해야 하는 무게를 벗어던지려는 젊은 세대의 이야기가 담긴 《아리아드네 정원》. 이렇게 6편의 독특하고 사람 냄새 물씬 풍기며 때론 디스토피아적인 소설이 우리를 맞이한다.

 

 

 

 

 할머니라는 세 글자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지기에 눈물 펑펑 쏟는 감동 소설을 기대했지만, 팔색조 매력을 뽐내며 다양한 느낌으로 펼쳐지는 6편의 이야기가 상당히 새롭고 신선했다. 그래도 딱 하나만 꼽으라면 역시 가슴 뭉클한 《흑설탕 캔디》를 꼽겠다. 자식의 부탁으로 손주를 맡게 된 할머니. 아들이 주재원으로 파견되자 프랑스까지 따라서 손주를 키워낸 그녀. 불어 한 마디 못하는 답답한 생활 끝에 말을 통하지 않지만 음악과 마음으로 서로를 토닥이며 좋은 벗이자 풋풋한 사랑을 만나 마음을 키웠던 할머니. 나이와 상관없이 할머니도 곱디고운 여자임을, 하지만 자식과 손주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먼저임을, 그리고 돌아가신 후에는 잘 못 해드린 일만 생각나고 후회하게 됨을 잘 느끼게 해준 이야기였다. 그래서 이 깊은 밤 나는 우리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다. 못 챙겨드린 일만 생각나고 앞으로 같이 할 날이 자꾸 줄어든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나서 눈물이 찔끔. 할머니,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합니다. 가정의 달 5월, 6명의 작가가 선사하는 특별한 할머니 이야기를 만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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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와 톨킨의 판타지 문학클럽 - 더 옥스퍼드 잉클링스
콜린 듀리에즈 지음, 박은영 옮김 / 이답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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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루이스와 톨킨의 판타지 문학클럽

지은이: 콜린 듀리에즈

옮긴이: 박은영

펴낸 곳: 이답




'20세기 판타지 소설의 거장 C.S. 루이스와 톨킨. 두 사람은 막역한 친구 사이였다?'



 소설보다는 영화로 더 익숙한 <나니아 연대기>와 <반지의 제왕>의 두 판타지 거장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고 그들과 함께했던 인물들은 누구인지 사실에 근거하여 면밀하게 추적해보는 책 『루이스와 톨킨의 판타지 문학클럽』을 만났다. 루이스를 주축으로 형성된 잉클링스라는 매혹적인 문학클럽은 작가만이 아닌 의사와 변호사 등 다양한 직업군에 속한 인물들로 구성되었고 대부분 루이스가 선택한 친구들이었기에 탄탄한 우정을 기반으로 하여 서로의 작품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30여 년간 이어오던 그 멋진 모임은 1963년 루이스의 죽음과 함께 쇠퇴했다고 하는데, 정신적 지주이자 든든한 인생의 동반자를 잃은 그 슬픔을 어찌 가늠이나 할 수 있을까. 루이스의 죽음으로 문학클럽이 해산하게 된 건 정말 이해가 된다.





 1930년대 초반 옥스포드의 작은 술집에서 시작된 판타지 문학클럽의 모든 것을 알아보는 이 책은 필자가 40년 넘게 조사하며 글로 쓴 결실이다. 40년이란 긴 시간 동안 오직 이 주제에 매달렸던 필자를 떠올리자 이내 숙연해졌다. 음, 하지만 애초에 루이스와 톨킨에 관한 사전 지식과 작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나에게 이 책은 조금 읽기 어려웠다. 잉클링스 멤버들의 취향과 세계관에 큰 영향을 미친 찰스 윌리엄스, 다소 늦은 나이에 잉클링스에 합류한 톨킨, 제대를 기다리며 영시에 관해 공부하고 학부 시절에 루이스를 만나 평생 우정을 쌓아간 바필드, 최초의 잉클링스 멤버이자 동생인 루이스와 쌍둥이처럼 친밀했던 형 워렌(와니) 등등 잉클링스를 빛낸 여러 멤버들의 삶을 살펴보며 잉클링스라는 판타지 문학클럽의 기틀에 관해 자세히 알게 된다.




 다양한 인물 중에서도 역시 C.S. 루이스와 톨킨의 우정이 가장 눈에 띄는데, 신을 믿지 않았던 루이스에게 기독교적 세계관을 전파한 톨킨 덕분에 <나니아 연대기>가 탄생했고 루이스의 관심과 재촉으로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 완성됐다는 대목에서 감탄했다. 역시 좋은 친구란 어떤 보석보다도 귀하다. 훗날 두 사람은 종교에 관련된 문제로 사이가 틀어지기도 하지만 루이스의 장례식장에 다녀와서 비통한 마음을 표한 톨킨의 말에서 가슴 아픈 씁쓸함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조금 어려워서 읽어도 제대로 읽은 것 같지가 않아 안타까운 시간이었지만, 이 책은 꼭 가지고 있다가 루이스와 톨킨의 세계관을 좀 더 자세히 접한 후에 꼭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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