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광주. 생각. - 광주를 이야기하는 10가지 시선
오지윤.권혜상 지음 / 꼼지락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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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요즘 광주 생각

지은이: 오지윤, 권혜상

펴낸 곳: 꼼지락

 


 

 5월은 내게 잔인한 달이다. 시부모님 생신, 시댁 제사, 어린이날, 어버이날 그리고 결혼기념일. 사실 하나하나 보면 의미 있고 중요한 날이지만, 이게 1달로 모였을 때의 피곤함은 상당하다. 1년 중 가장 힘든 시기라 4월이면 몸이 벌써 알고 긴장하기 시작하는데,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면 견딜만하다고, 이 모든 건 엄살에 불과하다고. 5월이면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둔 사랑하는 이를 추억하며 가슴 아파할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걸 이젠 알기에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우리의 역사 속에서 유난히 아팠던 4월과 5월. 2020년 5월의 어느 날, 특별한 광주 이야기를 만났다. 예상치 못한 칼퇴로 영화를 보게 된 카피라이터와 아트디렉터. 집으로 돌아가기 아쉬웠던 그들이 무작정 예매한 박스 오피스 1위 영화가 <택시운전사>였다. 바로 그 순간 이 의미 있는 프로젝트의 새싹이 움튼다. 영화를 보고 깊이 감명받은 두 사람은 <광주리: 광주를 다시 이야기하다>로 오직 2030세대의 목소리를 담기로 한다. 이렇게 만나게 된 12명이 채운 10개의 인터뷰. 연고는 물론 직업 또한 다양한 이들이 광주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간 만난 광주의 모습을 잘 간직하면서도 사뭇 다르다.


 


 광주의 초등학교 교사 서희 씨와 민지 씨의 인터뷰로 힘차게 출발하는 『요즘 광주 생각』 . 5월 18일이 되면 광주에서는 주먹밥을 만들어 먹으며 당시에 시민들이 주먹밥을 나눠 먹고 힘을 합쳤던 경험을 느껴본다고 한다. 5·18 기념재단 홈페이지에서 운영하는 '5·18 교육'이라는 패밀리 사이트에 무료로 제공되는 자료가 많다고 하니 잘 활용하면 좋을 듯! 역사를 공부하는 5년 차 베를리너 지나 씨는 의도적인 브랜딩이 아니라 교육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도시 연구가 준영 씨는 자유 정신을 표출한 5·18 민주화운동이 오늘날 광주에서는 오히려 비자유적으로 소모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전한다. IT 회사에 다시는 광주 청년 구글전 씨는 폭압 당했다는 수동적 해석 말고 시민 중심의 운동이었다는 능동적 해석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일침을 가하고 광고 회사에서 일하는 PSK 씨와 광주 남자 & 서울 여자인 승리와 소연 씨는 광주 출신이라 당했던 차별적 발언과 더 많은 '사소한' 것들의 역사가 기록되어야 한다고 전한다. 방송국 PD 쩨리 씨는 콘텐츠로서의 광주는 어떨지, 서울 토박이 기자 경 씨는 정치적 상황과 연결하여 좀 더 심도 있는 의견을 전한다. 의경에 지원한 종 씨에게 광주는 억압에 굴하지 않는 용기의 상징 같다고 한다. 미디어 아티스트 철썩 씨는 페미니스트로서 활동하며 겪은 경험을 살려 광주에 관한 의견을 전한다.





 2030세대라는 공통점 외에는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른 다양한 사람들. 그들이 전하는 광주 이야기는 상당히 신선하고 독특했다. 영화 <화려한 휴가>와 <택시운전사>에서 접한 얕은 지식 밖에 없는 나로서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좀 더 폭넓고 여러 측면에서 살펴보는 계기가 됐다고 할까? 그들이 전하는 광주 이야기는 지금 대한민국을 이끄는 2030세대의 목소리니 귀 기울이고 함께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 서울 여자 소연 씨가 어린 시절 봤다는 국립 5·18 민주 묘지의 비석이 떠오른다. "도련님, 잘 가세요"라고 형수가 새긴 마지막 인사. 피를 나누진 않았지만 가족이란 소중한 인연으로 만난 두 사람의 이별이 어쩐지 너무 서글프고 가슴 아파 눈시울이 발개졌다. 우리에게 앞으로 펼쳐질 수많은 5월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그 5월이 누군가에겐 가슴 시리도록 그립고 안타깝다는 말로는 차마 위로할 수 없는 슬픔과 아픔을 간직한 순간이란 걸 잊지 말자. 광주를 이야기하는 10가지 시선 『요즘 광주 생각』. 내년에 다가올 5월엔 이 책과 광주가 가장 먼저 떠오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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