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나 쇼팽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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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언제까지나 쇼팽

지은이: 나카야마 시치리

옮긴이: 이연승

펴낸 곳: 블루홀6

 

 

 

 한 작가의 여러 작품이나 시리즈 소설을 읽다 보면 작품 자체가 주는 즐거움 외에도 별책부록처럼 따라오는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다른 시리즈의 주인공이나 전작에서 등장했던 인물이 카메오로 출연한다든지, 아니면 주인공의 인생을 지켜보며 함께 나이 들고 성장해간다든지. 내게 이런 기쁨을 선사하는 몇 안 되는 작가 중 한 사람이 바로 나카야마 시치리다. <속죄의 소나타>, <추억의 야상곡>, <은수의 레퀴엠>, <악덕의 윤무곡>으로 이어진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히포크라테스 선서>, <히포크라테스 우울>로 이어지는 우라와 의대 법의학 교실 시리즈, <테미스의 검>, <네메시스의 사자>로 이어지는 와타세 경부 시리즈, 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 겐타로 할아버지 그리고 얼마 전에 출간된 <비웃는 숙녀>와 <표정 없는 검사>까지. 시치리 월드의 이야기 샘은 절대 마르지 않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퐁퐁 솟아오른다. 또 하나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시리즈가 바로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안녕, 드뷔시>, <잘 자요, 라흐마니노프>로 이어진 미남 피아니스트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가 최신간 <언제까지나 쇼팽>으로 한국 팬들의 오랜 기다림에 화답하며 멋지게 컴백했다. 다작의 아이콘인 작가님 덕분에 늘 행복한 비명을 지르지만, <안녕, 드뷔시>를 워낙 감명 깊게 읽었기에 미사키 요스케의 귀환은 다시 만난 자체로 가슴 벅찬 감동!

 

 

 

 기존엔 일본에서 펼쳐졌던 이야기가 이번엔 무대를 달리하여 폴란드로 날아간다. 5년에 한 번 열리는 쇼팽 콩쿠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름답지만 비극적인 미스터리. 조성진 씨의 우승 소식 덕분에 알게 되었던 그 콩쿠르를 이젠 시치리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건반 위의 마법을 통해 만난다. 미국을 도와 파병한 폴란드에 대한 보복으로 알카에다가 잦은 테러를 쏟아붓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 오늘의 안녕이 내일의 이별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폴란드인은 특유의 뚝심과 강인함으로 일상을 이어간다.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18살 소년 얀. 대대로 음악가를 배출한 집안에서 태어난 덕분에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얀은 쇼팽 콩쿠르에서 다양한 피아니스트를 만나며 천재성과 노력으로 쌓은 재능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대회 최연장자 참가자인 미사키 요스케(27살)와의 만남은 얀에게 평생 잊지 못할 감정을 선사하고 그 과정에서 겪는 몇 번의 테러와 누군가의 죽음이 당시의 정황을 고스란히 전달하여 가슴이 저릿하다. (근데 얀아, 넌 어린 녀석이 요스케한테 왜 꼬박꼬박 반말이니?) 폴란드를 테러의 공포로 몰아넣은 장본인, '피아니스트'. 그의 정체가 누구인지 궁금한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펼쳐지는 쇼팽 연주는 그저 '아름답다, 황홀하다'라는 단순한 형용사를 넘어서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세밀하고 손에 잡힐 듯이 생생하게 글자를 타고 미끄러져 가슴으로 파고든다.

 

 

 

 사실 읽으면서 이 소설의 정체가 조금 헷갈리기도 했다. 이건 전문적인 음악 감상평인가 아니면 미스터리 소설인가. 결론은 '둘 다'라는 게 맞을 듯. 작가는 쇼팽이 특별한 이유를 소설을 통해 전한다. '쇼팽을 익숙하게 치는 사람은 다른 작곡가의 곡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고' '쇼팽의 음악이 폴란드 국민의 굴하지 않는 국민성의 기반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이번 이야기는 100m 달라기를 하듯 심장이 터질 정도로 질주하다가도 마라톤으로 종목을 바꿔 영원할 것만 같은 연주를 선보여 마치 건반 위에서 춤을 추는 듯하다. 그가 전하는 쇼팽의 곡에 귀 기울이다 보면 모르는 곡도 마치 오래전부터 알았던 것처럼 귓가에 잔잔히 울려 퍼지는 기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소개된 곡을 찾아 들어본다면, 천상의 행복을 경험하게 되리라! '손을 보호한다'라는 대목에서 제대로 헛다리 짚으며 무고한 인물을 범인으로 지목한 채, 결말에서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지만 <언제까지나 쇼팽>과 함께한 몇 시간 동안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에 푹 빠지는 짜릿한 경험을 했으니 억울하지 않다. 음악이라는 예술을 글로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지 보여준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와 이연승 번역가께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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