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할머니에게
윤성희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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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의 할머니에게

지은이: 윤성희, 백수린, 강화길, 손보미, 최은미, 손원평

펴낸 곳: 다산책방

 

 

▶▶▶ 할머니

보고 싶다. 보러 간다. 이렇게 글을 쓰고 싶다. 그러나 이젠 쓸 수 없다.

쓸 수 있을 때 썼어야 했다. 볼 수 있을 때 보러 갔어야 했다.

- 카피라이터 정철의 『사람사전』 中에서...◀◀◀

 

 

 

? 이런, 생각해보니 이틀 전 어버이날에 할머니께 전화 한 통 드리지 못했다. 시부모님은 홍삼까지 사서 뵙고 와놓고는 정작 할머니께는 전화 한 통 하지 않았다니. 어쩜 이럴 수 있는지 나의 무심함을 탓하며 마음이 편치 않다. 어린 시절 넘어져 우는 나를 달래주고 기쁘고 좋은 일이 있을 때면 눈물을 글썽이며 가장 좋아하시던 우리 할머니. '먹고살기 바빠서'라는 말로는 차마 변명이 되지 않는 불효를 저지르고 있으니 죄송한 마음에 갑자기 가슴이 울컥한다. 게다가 오늘은 할머니를 주제로 한 6편의 짧은 이야기를 모은 『나의 할머니에게』라는 단편집을 읽은 덕분에 할머니가 더 많이 보고 싶다.

 

 

 

 

 처음으로 제사상을 차리지 않은 남편의 제삿날, 오래 연락을 끊고 지냈던 여동생과 극적인 화해를 하게 되는 외로운 할머니의 이야기 《어제 꾼 꿈》, 돌아가신 할머니의 일기장을 통해 프랑스에서 생활하던 시절 따스하고 포근했던 할머니의 연애담을 알게 되는 손녀의 이야기 《흑설탕 캔디》, 32살에 사귄 단짝 친구와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계신 요양원에 문명 가는 '나'의 이야기 《선베드》, 10년 만에 들른 할머니의 빈집. 그곳에서 다시 만난 예전 가정부 아줌마와 겪은 거짓말 같은 상황이 펼쳐지는 《위대한 유산》, 템플 스테이를 떠난 할머니, 엄마, 하은이의 이야기 《11월 행》, 계급별로 나눈 노인정 개념의 유닛이랑 기관에서 살아가는 민아 할머니와 그런 복지를 위해 자신들이 감당해야 하는 무게를 벗어던지려는 젊은 세대의 이야기가 담긴 《아리아드네 정원》. 이렇게 6편의 독특하고 사람 냄새 물씬 풍기며 때론 디스토피아적인 소설이 우리를 맞이한다.

 

 

 

 

 할머니라는 세 글자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지기에 눈물 펑펑 쏟는 감동 소설을 기대했지만, 팔색조 매력을 뽐내며 다양한 느낌으로 펼쳐지는 6편의 이야기가 상당히 새롭고 신선했다. 그래도 딱 하나만 꼽으라면 역시 가슴 뭉클한 《흑설탕 캔디》를 꼽겠다. 자식의 부탁으로 손주를 맡게 된 할머니. 아들이 주재원으로 파견되자 프랑스까지 따라서 손주를 키워낸 그녀. 불어 한 마디 못하는 답답한 생활 끝에 말을 통하지 않지만 음악과 마음으로 서로를 토닥이며 좋은 벗이자 풋풋한 사랑을 만나 마음을 키웠던 할머니. 나이와 상관없이 할머니도 곱디고운 여자임을, 하지만 자식과 손주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먼저임을, 그리고 돌아가신 후에는 잘 못 해드린 일만 생각나고 후회하게 됨을 잘 느끼게 해준 이야기였다. 그래서 이 깊은 밤 나는 우리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다. 못 챙겨드린 일만 생각나고 앞으로 같이 할 날이 자꾸 줄어든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나서 눈물이 찔끔. 할머니,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합니다. 가정의 달 5월, 6명의 작가가 선사하는 특별한 할머니 이야기를 만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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