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무대, 지금의 노래
티키틱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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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이 무대, 지금의 노래

지은이: 티키틱

펴낸 곳: 아르테

 

 

 

 봄날 화사하게 핀 개나리 같은 노란색 표지도 눈길을 끌었지만, 눈물까지 찔끔 흘리며 호탕하게 웃고 있는 청년 4명의 모습이 담긴 띠지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이 사람들 대체 누군데 이렇게 배꼽 잡고 웃는 걸까? 티키틱? 이 말장난 같은 단어는 또 뭐지? 『오늘이 무대, 지금의 노래』라는 제목에서도 뭔가 이렇다 할 힌트를 얻지 못한 나는 책날개에 실린 티키틱의 정보를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 디테일이 살아 있어 짧지만 중독성 강한 작품을 제작하여 일단 보기 시작하면 정주행하게 된다는 그들의 영상.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책을 읽을 요량으로 편하게 기대앉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단숨에 컴퓨터를 켰다. 유튜브 접속, 티키틱 조회. 영상을 하나 봤는데... 어라? 재밌네? 하나만 더 볼까? 이거 뭐지? 웃긴다! 근데 생각보다 영상 수준이 높은데? 음... 이 사람들 재밌네!

 

 

 

 '티키틱 첫 책 내용 27초로 정리하기'라는 영상을 잠깐 정리해보자면... 티키틱의 결성 과정, 멤버들의 작품 철학, 대장의 작사 노트, 솔직한 속마음, 촬영장의 뒷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고 한다. 말 안 듣는 마리모 훈육 방법과 향후 10년 일기 예보, 실패할 일 절대 없는 김장김치 황금 비법은 아쉽게도 들어 있지 않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굉장히 짧고 임팩트 있는 책 소개가 아닌가 싶다. 영상의 제목에도 주목해야 한다. '첫 책 내용' 분명 '첫 책'이라고 썼으렷다? 이들은 두 번째 책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맞죠?) Project SH로 홀로 활동하다 멤버들을 모아 티키틱이란 팀을 꾸린 영상 제작의 달인 신혁, 인터넷에서 10년 넘게 배우로 활동한 베테랑이자 구독자 수 늘리는 일등공신 친구를 가진 세진, 티키틱의 막내이자 만능 디자이너이며 성공한 덕후 은택, 촬영 장비와 조명을 책임지는 티키틱의 해결사이자 10초 안에 잠들 수 있는 능력자 추추. 이 범상치 않은 4명의 청년이 만나 제대로 사고 친 채널 티키틱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길이 이 책 『오늘이 무대, 지금의 노래』에 담겨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떠오른 몇 가지 단어가 있었다. 꿈, 열정, 우정, 성장통, 멈추지 않는 질주 본능. 지금도 어떤 영상을 제작할까 신나게 머리를 굴리고 있을 티키틱을 생각하면 얼빠진 사람처럼 자꾸 히죽히죽 웃게 된다. 아무래도 이 친구들의 유쾌한 에너지에 나도 모르게 푹 빠진 듯. 개인 방송이 메이저 방송사 못지않은 영향력을 미치는 이 시대에, 나만의 특별한 콘텐츠로 충성 구독자와 함께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바랄 게 있을까? 열정 가득한 4명의 청년이 모였기에 가능했을 58만 구독 채널 티키틱은 오늘도 달린다. 친근하고 재밌고 때론 황당하고 어쩔 땐 정상인가 싶은 이들의 유쾌 상쾌 통쾌한 이야기. 부디 언제까지고 변치 않는 그 열정으로 구독자와 함께 멋지게 무르익어 가기를! 티키틱 모닥불이여, 영원히 타오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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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 하영 연대기 2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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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

글쓴이: 서미애

펴낸 곳: 엘릭시르

 

 

 

 잘 짜인 추리 소설을 읽으면 한여름에도 오싹한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심장이 얼어붙는다. 귀신도 무섭지만, 사람은 더 무서운 세상. 과한 업무로 한창 번아웃 증상에 시달리며 독서가 즐거움이 아닌 버거움으로 다가올 때, 구원자처럼 내게 손을 내민 책을 만났다. 서미애 작가의 신작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 서미애 작가를 모르는 독자도 있겠지만, 책을 좀 읽는다 싶은 독자라면 '서미애'란 특별한 고유명사를 기억하거나 《잘 자요, 엄마》,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등의 제목을 기억할 거다. 나는 작품 제목을 기억하는 후자였다. 굉장한 작품이라는 입소문을 듣고 늘 위시리스트에 담아두었지만 어쩐지 인연이 닿지 않았던 서미애 작가의 전작들. 《잘 자요, 엄마》의 주인공 하영의 5년 후를 그린 신작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는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나를 찾아왔다.

 

 

 

 소설의 첫 시작 배경은 강릉. 중학교 3학년 유리는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무심한 엄마가 월세로 마련해둔 70만 원을 몰래 챙겨 가출을 감행한 유리. 이 지긋지긋한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한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유리를 괴롭히는 은수와 미나 패거리에게 새벽 도로에서 딱 걸린 유리는 여느 때처럼 두들겨 맞다가 그만 숨을 거둔다. 무면허로 차를 끌고 나왔던 지훈을 필두로 아이들은 유리의 사체를 유기하기로 한다. 장면은 급격히 전화되어 주인공 하영의 심리치료를 오랫동안 담당했던 희주가 등장한다. 하영의 갑작스러운 연락. 하영은 오래도록 진실을 꼭꼭 숨긴 채 희주와 숨바꼭질 같은 심리치료를 3년이나 받다 그만두었다. 아빠의 일방적인 이사 통보에 히스테리를 일으킨 하영은 희주를 만나 잠시 알쏭달쏭한 대화를 나눈다. 하영의 새엄마이자 희주의 친구인 선경은 갑작스레 임신한 상태. 이 임신은 계기로 이사하게 된 하영의 가족은 강릉에 있는 별장으로 향한다. 억울하게 죽어 암매장당한 유리, 하영이 봉인했던 엄마의 기억, 늘 미심쩍은 선경의 남편 등등. 얼기설기 얽힌 그들의 이야기가 마침내 하나가 되는 순간 탄식을 내뱉으며 심장이 요동친다.

 

 


 

 

 굉장히 재밌었다. 전작인 《잘 자요, 엄마》를 읽지 못한 상태지만, 이 책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만으로 충분했다. 물론, 전작부터 이어 읽는다면 더 대단할 거란 건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서로 연관 없는 듯이 흘러가던 이야기 조각들이 잃어버렸던 제자리를 되찾으며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순간 소설의 긴장감은 고조된다. 하영이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 선경이 느끼는 찝찝하고 기묘한 불편함의 원인은 무엇인지, 하영의 친엄마는 어떻게 죽게 된 건지... 작가는 어느 한순간도 독자를 편히 놓아주지 않는다. 진실을 알기 전까지 절대 풀려날 수 없는 올가미에 걸린 것처럼 한없이 빠져들게 되는 이야기. 대단한 트릭과 엄청난 반전은 없지만, 구성이 상당히 탄탄하고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문제가 담겨 있어 흥미를 돋운다. 서미애 작가는 미리 앞날을 내다보고 있었던 걸까? 이렇게 된 이상, 그동안 미뤄왔던 서미애 작가의 전작들을 꼭 읽어봐야겠다. 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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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오르는 언덕
어맨다 고먼 지음, 정은귀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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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가 오르는 언덕

글쓴이: 어맨다 고먼

옮긴이: 정은귀

펴낸 곳: 은행나무

 

 

 

역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 사상 최연소 축시 낭독자.

2021년 1월 20일, 미국 제46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대통령 당선인 조 바이든 보다 더 화제가 된 흑인 여성 시인.

1998년생 어맨다 고먼이 쏘아 올린 희망의 메시지가 많은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그 역사적인 5분 30초.

은행나무 출판사의 《우리가 오르는 언덕》을 통해 그 감동을 이어간다.

 

 

 


 

 

 우리 앞에 놓인 도전에 맞설 수 있도록 이 시를 썼다는 어맨다 고먼. 그녀는 이 메시지가 순간을 넘어 지속하길 바란다고 한다. <우리가 오르는 언덕>이 책으로 출간되어 그 순간을 간직하고 선물할 수 있어 더없이 기쁘다고! 이 시가 우리의 빛이자 영감의 원천이 되길 바란다는 그녀의 말이 한 줄기 별똥별처럼 내 가슴에 떨어져 자리 잡았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막막한 이 어둠 속에서 우리는 어디서 빛을 찾을 수 있을까? 그녀는 상실을 껴안고 우리가 나아가야 한다고 전한다. 갖은 고난과 역경에 용감하게 맞서는 우리. '하지만 새벽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우리의 것이다. 어떻게든 우리가 새벽은 연 것이다.' 금방 끝날 거라 믿었던 코로나가 한 해가 넘도록 우리를 괴롭히는 상황 속에서 이 구절을 읽으니 그 새벽이 정말 곧 찾아올 듯하여 코끝이 찡하다. 이 순간에도 완벽을 위해 힘쓰는 우리는 비탄 속에서도 성장했고, 상처 입으며 희망했고, 지쳤음에도 노력했다. 우리에게 영원히 패배란 없다. 재앙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 우리는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

 

 

 

 흑인 여성 시인이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시 낭독을 맡았다는 게 너무 파격적이라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지만, 은연중에 짙게 깔려 있는 인종차별주의의 잔재로 이런 생각이 든 게 아닌가 싶어 자신에게 화가 났다. 오롯이 어맨다 고먼의 시에 집중하며 나라와 종교, 인종과 재산을 떠나 이 행성에서 살아가는 하나의 인류로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은 듯한 느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이 상황 속에서, 오늘 하루를 무사히 그리고 열심히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반드시 빛에 도달하게 될 거다.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 어맨다 고먼의 축시를 책으로 만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 오래도록 반복하여 읽으며, 가슴 깊이 새기고 싶은 멋진 시였다.

 

 

 

"새벽은 우리도 모르게 이미 우리의 것이다.

어떻게든, 우리가 새벽을 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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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의 식탁 - 돈키호테에 미친 소설가의 감미로운 모험
천운영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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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돈키호테의 식탁

글쓴이: 천운영

펴낸 곳: 아르테

 

 

 

 에세이를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책과 음식에 관한 글을 가장 좋아한다. 영화도 좋아하는 편인데, 다양한 장르 중에서 요리 영화를 가장 좋아한다. 이런, 나의 취향은 기승전 음식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난 음식이 주는 따스함과 훈훈한 위로에 참 약한 사람인 듯하다. 그리고 좋아하는 주제인 음식과 책 혹은 음식과 영화, 혹은 책과 영화가 접목되면 일단 먹어 치워야 직성이 풀리는... 까다롭지는 않지만 특별한 이런 내 취향을 100% 만족하게 하는 책을 찾기는 어려운데, 이번엔 진짜 중의 진짜를 만났다. 천운영 작가가 소설 돈키호테에게 빠져, 괴짜 기사의 발자취를 좇으며 그가 먹었던 음식을 탐닉하는 여정. 소설가 특유의 감성과 유려한 글솜씨에 더불어 그녀가 늘어놓는 돈키호테의 에피소드와 각 장면에서 등장하는 음식이 참 맛깔나게 구미를 당긴다. 뭐야, 에세이가 이렇게 재밌으면 반칙 아닌가? 이 책 재밌어도 너무 재밌다!

 

 

 

 우선 돈키호테라는 이름을 좀 살펴보자. 스페인어로 상대를 높이는 존칭인 '돈'과 허벅지 가리개를 뜻하는 '키호테'. 앗, 우리의 돈키호테를 직역하면 '허벅지 가리개 경'이라니! 원래 제정신이 아닌 건 알았지만, 이런 이름을 여드레에 걸쳐 고민하며 만들었다니... 아이고, 이 할배야! 기사가 되어 길을 나서기 전에 그의 식단을 살펴보자. 평일 낮에는 항아리 요리인 오야를 먹었다. 고깃국이라고 생각하면 편하겠다. 저녁에는 쇠고기와 양파를 넣은 살피콩. 육식을 금하는 금요일에는 렌즈콩. 토요일은 염장 삼겹살 계란 요리, 일요일에는 굉장히 비싼 특식인 새끼 비둘기 요리를 먹었다고 한다. 재산의 4분의 3을 먹는 데 쏟아부었으니, 참 특이한 인물이다. 엉터리 투구를 쓰고 길을 떠난 첫날, 쫄쫄 굶은 그가 겨우 손에 쥔 건 제대로 요리하지도 않은 염장 대구와 더러운 검은 빵이었다. 투구를 벗을 수 없으니 여인네들이 먹여주지만, 반은 흘리고 반은 먹고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이제 겨우 시작인 터라, 수많은 음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염소 육포, 설탕을 입힌 도토리 열매와 딱딱한 치즈, 염장 돼지, 염장 청어(과메기), 레케손 치즈(리코타 치즈), 가차스 (죽), 와인, 달콤한 튀김 과자, 무화과, 막대 과자와 모과 쨈, 트론촌 치즈, 하몽 뼈다귀 등등.

 

 

 


 

 

 누가 화자인지에 따라 같은 이야기라도 얼마나 재밌고 재미없어질 수 있는지 실감했던 시간이다. 돈키호테 완역본을 읽으려고 시도했다가 절반도 읽지 못하고 포기했던 나로서는 천운영 작가가 말하는 돈키호테가 정말 내가 아는 그 괴짜 시골 영감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는데... 소설 돈키호테가 정말 이토록 재밌었단 말인가! 학창 시절 할리퀸 소설을 섭렵하여 '할리퀸 천'으로 통했다는 천 작가는 정말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문장 하나하나가 생명을 가진 듯 꿈틀꿈틀. 복숭아를 먹고 제대로 탈이 났던 천 작가는 옷을 홀딱 벗고 꼼짝없이 할머니의 참기름 세례를 받던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며 '야무지게 말아놓은 누드 김밥' 같았다고 표현했다. 이 부분에서 어찌나 배꼽 잡고 웃었는지. 아, 이번에 알게 된 사실! 스페인에서는 '무화과나 먹어라'라는 표현이 '엿이나 먹어라'란 뜻이며, 상대를 욕할 때 '평생 마늘만 먹고살 놈아'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아니 왜 맛있는 무화과랑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마늘을 갖고 난리야!' 싶다가도 이 또한 특이하고 재밌는 문화 차이라 껄껄 웃었다. 천 작가의 인생 한 스푼에 돈키호테의 모험 한 스푼, 거기에 산초의 매력을 더해 완성한 《돈키호테의 식탁》. 아, 정말 이 책 재밌어도 너무 재밌다!

 

 

 

 

아르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깔깔 웃으며 읽고 즐겁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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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오르는 언덕
어맨다 고먼 지음, 정은귀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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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있으면, 슬그머니 가슴이 벅차오르는 멋진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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