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셀프 카운슬링 다이어리 1 - 일하는 마음, 괜찮나요? 30일 셀프 카운슬링 다이어리 1
서늘한여름밤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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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0일 셀프 카운슬링 다이어리 1

<일하는 마음, 괜찮나요?>

지은이: 서늘한 여름밤

펴낸 곳: 아르테

 

 

 

가을이 잠시 노닐다 겨울을 피해 바삐 걸음을 재촉할 무렵이면, 연말이 다가옴을 실감한다.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아쉬움과 더불어, 내년은 정말 알차게 살아 보겠다는 희망차지만, 어찌 보면 무한 반복되는 헛된 희망에 슬그머니 가슴이 설렌다. 이때 가장 관심이 생기는 건 역시 다이어리. 만년형, 위클리, 데일리 등등 다양한 다이어리가 있지만, 오늘 만난 다이어리는 상당히 독특하다. 나도 잘 몰랐던 내 마음을 1달간 보듬고 토닥이며 나에 관해 알아가는 <30일 셀프 카운슬링 다이어리>. 일하는 마음, 관계 맺는 마음, 지금 내 마음. 이렇게 3종류가 있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내가 만난 건 '일하는 마음'이다. 워라벨의 심각한 불균형 속에서 하루를 살아 내며 조기 은퇴를 꿈꾸는 개미 같은 내 인생. 일하는 내 마음,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

 

 

 

과연 우리는 지금 하는 일을 좋아서 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왜 변화를 쾌하지 않는가? 해 왔던 일을 관성처럼 하고, 살아왔던 일상을 습관처럼 살기도 벅차기 때문에? 작가는 이 다이어리를 통해 우리의 일하는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돌아보길 권한다. 그 첫 시작은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스스로 정의해볼 것. "나에게 일은 감사하면서도 버거운 존재다." 프롤로그를 지나 Day1에서는 나에게 중요한 가치를 알아본다. 몇 가지를 골랐다면 이젠 그 가치가 내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본다. 작가가 제시하는 가치란... 믿음, 추구하는 목표, 특정 상황이나 행동을 초월, 기준, 각자 상대적인 중요도의 위계, 상대적인 중요성이 행동을 결정... 하는 거라고 한다. 매일 오늘의 마음을 대표하는 표정을 그려 넣으라는데, 오늘의 얼굴은 피골이 상접한 해골바가지를 그려 넣고 싶은 충동이 컸다. 웃자, 웃어!

 

 

 


 

 

 

포기해야 하는 가치, 제일 좋아하는 일과 더는 하고 싶지 않은 일 3가지, 나의 장래희망, 꿈꾸는 삶의 장면, 나를 힘들게 하는 일, 나의 감정 찾기 등등 혼자였다면 그저 어지럽게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을 물음표를 제시하며 하나씩 차곡차곡 생각을 정리하게 도와준다. 바쁜 삶이 버거우면서도 도저히 일을 놓지 못하는 나. 이 다이어리에 꼬박 1달간 내 마음을 채워 넣으면, 그때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포기하고 내려 놓는 용기가 때론 가장 힘든 것임을 알면서도, 가장 자신 없는 자신과의 협상 테이블에 슬그머니 다가섰다. 2달 보름이나 남은 2021년 동안 너무 열심히 살지 말고 좀 느긋하게 나를 돌보며 다음을 도모하자고 다짐해 본다. 그 모든 과저에서, 꽉 채운 이 다이어리가 큰 힘이 되어 주기를!

 

 

 

아르테 책수집가 8기로 도서를 지원받아

고민하며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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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일상 - 천천히 따뜻하게, 차와 함께하는 시간
이유진(포도맘) 지음 / 샘터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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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차와 일상

지은이: 이유진

펴낸 곳: 샘터

 

 

 

뭔가 좋아하는 분야가 생기면 자연스레 같은 취향을 지닌 사람에게 끌린다. 10여 년 전 홍차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다 여러 좋은 벗을 만났다. 차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차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 들인 차를 소분하여 나눠 마셨던 그 시절. 돌이켜보면 참 행복했다. 차에 관해 하나하나 알아가며 눈을 반짝였던 그때, 롤모델로 삼고 싶은 언니가 있었다. '포도맘'이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그분! 이젠 취미를 넘어서 티 소믈리에와 중국차 전문가로 눈부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유진 님의 신간이 나왔다. <오후 4시, 홍차에 빠지다>, <여자의 시간>, <홍차가 더 좋아지는 시간>에 이은 네 번째 책 『차와 일상』. 한층 더 그윽한 향기를 풍기는 그녀의 티타임을 책으로 함께하는 순간, 나른한 평온함이 부드럽게 나를 감쌌다.

 

 

 

이전의 책들이 차의 종류와 마시는 법, 입문자를 위한 정보를 친절하게 담아냈다면, 이번 책에서는 차와 함께하는 행복한 일상과 라이프스타일을 더 자세히 공유하며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거기에 차에 관한 전문지식까지 잘 녹여낸 환상적인 밸런스! 오일 풀링, 요가와 명상으로 하루를 열고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함께 간단한 아침 식사에 차를 곁들여 마신다. 평일 오전 티 클래스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하교한 아이들이 엄마 품으로 달려든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카페인 없는 허브티로 가족과 저녁 찻자리를 함께하며 행복하고 감사한 하루를 마무리한다. 특별한 일 없이 무탈한 게 최선인 요즘, 하루하루 반복되는 이 평화로운 일상이 더없이 아름답고 귀하게 느껴진다. 든든한 남편, 보석 같은 아이들을 잘 챙기는 동시에 아내와 엄마란 이름만큼이나 자신을 돌보고 아끼는 그녀의 모습은 역시나 워너비!

 

 

 

 


 

 

 

차향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그 외의 모든 것을 비워낸 후, 그 시간을 충분히 누리는 것.

한 잔의 차로 내 삶의 여유와 평화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다.

『차와 일상』 p164 중에서...

 

 

 

이 책을 읽으며 그간 너무 바쁘게 살아온 내 삶을 돌아봤다. '열심히 산다, 잘하고 있다'라는 확신만으로는 버티기 버거웠던 요즘. 위로나 응원의 메시지가 담긴 것도 아닌데, 나는 어째서 이 책을 통해 이토록 큰 위로와 마음의 평안을 얻었을까. 그녀가 담백하게 풀어낸 일상의 모든 것이 더없이 평화롭고 아름다웠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자신과 가족을 위한 소신과 선택으로 빚은 독자적인 라이프스타일이었기에 더 특별했다. 차와 함께하는 일상의 그윽한 향기에 취해, 유난히 차가 마시고 싶어지는 순간이다. 하루를 반짝 열어줄 카페인이 절실하여 커피를 달고 살지만, 내일 아침은 차를 마셔볼까 한다. 책에 소개된 여러 중국차가 너무 매력적이라, 본격적으로 공부해볼까 싶기도 하고... 첫 장부터 푹 빠져 의도치 않게 앉은 자리에서 마지막 장까지 다 읽어 버린 『차와 일상』. 이 기분 좋은 나른함이 부디 오래도록 잔잔히 머물기를!

 

 

샘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행복한 마음으로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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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상처는 솔직하다 - 아픔을 딛고 일어선 청소년들의 살고 싶다는 고백
멘탈헬스코리아 피어 스페셜리스트 팀 지음 / 마음의숲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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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의 상처는 솔직하다

글쓴이: 멘탈헬스코리아 피어 스페셜리스트 팀

펴낸 곳: 마음의 숲

 

 

 

 나이를 불문하고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게 우울증이라지만, 학교라는 작은 틀 안에서 위태롭게 하루를 살아내는 청소년과 불투명한 미래에 괴로워하는 20대 청춘이 덧없이 사그라질 때면 유독 가슴이 아프다. 청소년들이 겪는 다양한 문제와 불안정한 마음을 주제로 다룬 책은 많지만, 이 책 『우리의 상처는 솔직하다』는 괴롭고 힘들었던 시절을 이겨낸 경험자의 솔직한 고백이란 점에서 더 특별하다. '자신의 아픔을 고백하며 삶의 중심을 잡으려 노력한 용기 있는 사람들', 이 표현이 딱 어울리는 멋진 친구들이 자신의 상처를 가감 없이 드러내며 살고 싶다고 고백한다. 똑같은 아픔을 겪은 나도 이렇게 살고 있으니, 너도 이겨낼 수 있다고 힘주어 전하는 응원. '우울'이라는 단어에 지레 겁먹고 덮어버리기엔 너무도 진솔하고 마음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이니 부디 많은 분이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처음 우울을 겪으면 솜이 뭉근하게 젖은 듯 움직임이 무거워진다. 물기를 머금은 몸이 가벼워지고 싶어서인지, 별안간 눈물이 흐른다. 귀가 먹먹해진다. 소리를 질러봤자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을 땐 이미 물속에 잠겨 있다. 물속에선 아무리 울어도 티가 나지 않는다.

『우리의 상처는 솔직하다』 p17~18 중에서...

 

 

 

 가정 폭력, 남아선호 사상에 따른 가족 간 차별, 학교 폭력, 왕따, 자책과 실망... 우울증을 일으키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그 중심엔 '상처'가 있다. 도움을 받고 싶어 용기를 냈다가 날이 선 한마디와 색안경 낀 시선에 거듭 상처받는 우리 아이들. 그 고통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누군가는 말한다. 죽을 용기가 있으면, 그 마음으로 악착같이 살라고. 하지만 고통과 괴로움에 정도가 있을까? 이 책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낸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다. 잠시라도 숨통이 트이고 싶어 손목을 그어 붉은 피를 내기도 하고, 유서를 쓰며 자살을 꿈꾸고, 여전히 아물지 않은 마음속 상처에 숱한 밤 괴로워하기도 했다. 그 힘들었던 나날을 감히 어찌 다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겠는가. 한데, 고독하고 깊은 우울함에 갇혀 내일을 맞이하길 거부했던 이 아이들이 이젠 손을 내밀며 같이 살자고 말한다. 살아보니 세월이 약이라는 어른스러운 말과 함께 자신의 마음을 알아준 친구, 상처를 어루만져준 상담 선생님 역할을 자처하며 먼저 다가서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코끝이 찡하고 마음이 뭉클해진다.

 

 

 

 


 

 

 

 누군가의 아픔을 재려고 하지 말자. 아프다면 아픈 거다. 유리처럼 부서지기 쉬운 섬세한 아이들. 하지만 유리도 강화하면 단단해진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기로 결심한 아이들은 자신 있게 말한다. '상처는 성장으로 이어진다. 후회가 남지 않게 현재를 열심히 사는 것이 정답이다. 어떤 치료도 강요되어서는 안 된다. 오늘 하루도 잘 살아내 줘서 정말 고맙다.' 지금 이 순간 울다 지쳐 이불 속으로 파고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대단한 해결책이 아니다. 그 마음을 진심으로 알아주고 따스하게 안아줄 수 있는 포근함. 꽃으로도 때리지 말아야 할 소중한 우리 아이들이 덧없이 세상을 떠나는 일이 더는 없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눈물 뚝뚝 흘리며 읽은 이 책이 부디 아이들의 마음도 따스하게 보듬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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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공감하며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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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 밀라논나 이야기
장명숙 지음 / 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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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지은이: 밀라논나 장명숙

펴낸 곳: 김영사

 

 

 

 중년에 들어서면 얼굴에 살아온 세월이 그대로 드러나고, 그때는 인상을 바꾸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가만히 내가 살아온 세월을 돌이켜봤다. 지난 10년, 쉬지 않고 일했던 기억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지금의 삶을 누릴 수 있음에 행복했던 예전의 나는 어디로 사라져버렸을까. '시간이 없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나는 인생의 주체가 아닌, 시간과 돈에 끌려다니는 빈곤자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하염없이 땅굴을 파고 들어갈 생각은 없다. 지금의 내 모습 또한 나이고, 마음먹기에 따라 남은 세월은 꼭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거란 믿음이 있으니까. 간혹 긍정적인 마음으로 버티다 유난히 힘든 날이면, 기분 좋은 자극이 간절하다. 그 가시지 않는 목마름을 시원하게 해소할 거리를 찾기란 사실 쉽지 않은데, 이번엔 운이 좋았다. 유튜브에서 종종 얼굴도장을 찍었던 밀라논나 장명숙 님의 에세이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우와, 이건 뭐 제목부터 힐링이다.

 

 

 

 단정하고 바지런한 삶. 끝없는 자기 관리. 도도한 도시 여자 같은 외모지만, 마음은 더없이 푸근하고 따스한 반전 매력. 밀라논나 님 영상을 보며 이런 느낌들을 받았었다. 책으로 만난 그녀는 또 사뭇 다르다. 누구보다 일을 사랑하고 열정적이었던 젊은 시절, 일가족이 유학할 수 없던 시절에 큰아들까지 무사히 데려간 사연, 고지식한 아버지 때문에 난감했던 상황, 지금도 쉬지 않고 실천하는 기부와 봉사 활동, 젊은 시절 수많은 동료를 잃었던 삼풍백화점 참사,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사연 등등 그녀의 삶을 더 깊이 담은 이야기가 한가득. '꼰대'라고 취급받는 기성세대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며 바꿔야 할 것은 바로잡고 좋은 건 제대로 권해줘야 한다 말하는 밀라논나 님. 그녀의 목소리는 수많은 젊은이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에 신경 쓰며 고통받거나 불평하지 말 것. 내 시간의 주인은 나여야 하니 '시간 빈곤자'가 아닌 '시간 관리자'로 살라는 말씀, 있는 것을 비워내고 필요한 것만 남기는 인생의 정리. 본받고 싶은 부분이 참 많다.

 

 

 

 


 

 

 

더 나아지기 위해 내가 비교해야 할 대상은

남이 아닌 어제의 나다.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p38 중에서...

 

 

 

 여유가 있는 사람은 매력적이다. 밀라논나 님 역시 여유로워서 더 매력적이다. 의무와 시간에 쫓기던 과거를 지나 24시간을 온전히 누리게 된 노년을 멋지다고 말하는 그 당당함이 더없이 눈부시다. 하루에 한 시간 이상 걸은 지 15년째라니. 나도 오늘부터 매일의 운동에 힘써보자. 스트레스를 소소한 쇼핑으로 풀고 문구와 책을 좋아하는 내가 과연 잘 비워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그녀의 정돈된 삶을 보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본다. 비우자, 제발 비우자. 루틴은 몸의 뼈대와 같다는 말씀도 깊이 와닿았다. 기분 좋은 습관은 기분 좋은 삶을 만든다는 걸, 머리로만 아는 게 아니라 직접 느끼고 싶다. 아침에 눈 뜨면 세수하고 거울 속 나에게 파이팅을 외쳐줘야지. 한 끼를 먹더라도, 자신을 잘 대접해야지. 비싼 명품을 사려고 아등바등할 게 아니라 내가 명품이 되어야지. 머릿속으로 가만히 그려본 미래의 내 모습이 밀라논나 님과 살포시 겹치니, 이 얼마나 기쁜가! 이 좋은 느낌을 잊지 않고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밀라논나 님 에세이 덕분에 에너지 충전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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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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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신화력 - 나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 신화 수업
유선경 지음 / 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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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를 위한 신화력

지은이: 유선경

펴낸 곳: 김영사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세상. 인간은 오랜 시간 그 불안감을 떨치고자 미래를 예언하고 앞날을 예측하는 일에 매달렸다. 그렇게 부단히도 애썼건만 이렇게 1년 9개월, 그리고 앞으로도 기약 없는 전염병과 싸움을 벌일지 누가 알았을까? 앞을 내다보고 불안 요소를 제거하려는 노력은 그다지 소용없음을 뼈저리게 실감하는 요즘이다. 이젠 그 불확실성을 없애려는 노력보다 있는 그대로 상황을 떠안고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한 상황. 독자들과 함께 신화라는 타임캡슐을 열 준비가 된 유선경 작가는 우리가 찾아 헤매는 많은 해답이 신화에 담겨 있다고 말한다. 스토리텔링으로서 완벽한 신화.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랜 세월을 신화는 살아냈고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거다. 신화가 불사의 존재가 된 이유는 시대를 초월한 공감 요소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해답과 지혜를 『나를 위한 신화력』에서 찾아보자.


 

 

 


 

 

 

▶▶▶ 크로노스는 무엇을 삼켰을까?

 

 

아들에게 남근을 잃고, 권력마저 뺏긴 우라노스는 자식들을 티탄이라 비하하며 특히 크로노스를 콕 집어 저주한다. '크로노스, 꼭 너 같은 아들을 낳아서 똑같이 당해봐라.' 신화에서 신이 하는 말은 예언이자 반드시 실행된다. 겁에 질린 크로노스는 레아가 자신의 아이를 낳을 때마다 족족 먹어치운다. 이 이야기를 소재로 한 수많은 작품 중에 유독 눈에 띄는 두 작품이 책에 실려 있다. 루벤스의 <아들을 먹는 크로노스>는 자식을 꿀꺽 삼키는 게 아니라 심장부터 뜯어먹는다. 이 얼마나 끔찍하고 잔인한 장면인가! 반면 고야 작품에서는 이미 다 자란 어른 같은 형체를 우걱우걱 씹는 크로노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작가는 그 부분에 주목한다. 고야의 크로노스가 씹고 있는 존재는 무엇일까? 막 태어났지만, 완전한 그것. 작가가 생각한 정답은 시간이다. '시간은 늘 새로 태어나며 태어남과 동시에 죽는다.' 언젠가 예능 <런닝맨>에서 상꼬맹이 하하는 특별한 능력을 얻은 적이 있었다. 그건 바로 '시간을 지배하는 자'! 별것 아닌 애들 놀이 같았던 그 능력 놀이가 순간 어찌나 부러웠던지. 우리는 과연 시간을 지배하고 초월할 수 있을까? 크로노스는 새로 태어난 시간을 삼키면서 자신에게 저주가 닥칠 그 시간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결말은? 우리 모두 알다시피 꿀꺽 삼켰던 모든 걸 처절하게 토해내지 않았던가! 신도 거슬를 수 없는 게 시간이라면, 인간인 우리는 정말 어쩔 도리가 없다. 그저 매순간 부끄럼 없이, 후회 없이 살아가는 수밖에.

 

 

 

 


 

 

 

 

우리는 '살 수 있기 위하여' 자신을 들여다보고 '동시에' 눈을 돌려 창밖을 내다봐야 한다.

반대로 비치는 거울에 자신과 세상을 가두지 말아야 한다.

이 과정은 죽음처럼 위험하고 고통스러울 것이나 새롭고 찬란한 탄생으로 안내한다.

신화에 등장하는 죽음이란 거짓된 삶을 끝낸다는 상징이다. 그래도 강요할 수는 없다.

'거짓된 삶'을 계속 살지, 죽이고 새로 태어날지는 저주에 걸린 '그웬돌렌'처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나를 위한 신화력』 p169 중에서...

 

 

 

▶▶▶ 메두사는 괴물이 아니라 피해자였다. 여자가 가장 원하는 건 무엇?

 

 

 눈만 마주쳐도 상대를 돌로 변하게 하는 무서운 여인 메두사. 잠든 사이에 페르세우스가 내리친 칼에 목이 잘려 생을 마감한 그 비운의 여인이 지닌 사연을 아시는지? 굉장히 아름다웠던 메두사는 아테나 신전에서 포세이돈에게 겁탕당했다. 하지만 그 후에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피해자지만 오히려 벌을 받게 된 메두사. 아테나는 메두사의 눈부신 머리카락을 뱀으로 바꾸고 얼굴 역시 흉칙하게 망가트린다. 게다가 눈이 마추지면 다 돌로 변해버리는 통에 철저하게 따돌림 당하며 홀로 고립된다. 이는 피해자를 손가락질하며 피하는 현대 인간의 모습과 소름 끼칠 정도로 똑같다. 어째서 피해자인 메두사는 그토록 처절하게 죽어야만 했을까. 우리 모두 고개 숙인 채,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아서 왕 신화에 등장하는 그웬돌린은 아서 왕이 자신의 주권을 인정해주자 비로소 완전히 저주에게 풀려나게 된다. '여자가 가장 원하는 건 무엇?'이란 수수께끼의 정답은 주권. 자신의 삶을 스스로 주도할 수 있도록 존중하고 지지해주는 것. 다시 생각해 보니 그건 여자만이 아닌 누구나 바라는 소망이겠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신화의 새로운 해석에 적잖이 당황한 시간이었다. 일단 메두사의 사연이 너무 충격적이었고 '자기애'의 표상인 나르키소스를 '자기 과잉'으로 해석한 시도도 신선했다. 조금만 등을 돌려 시야를 넓히면 새로운 세상과 원하는 답을 얻게 될 거라는 이야기. 물론 답을 구하는 질문자의 태도와 노력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일 것이다. 살인과 폭력, 질투와 불신이 난무하는 신화 속에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해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어찌 보면 모순 같지만, 시시한 줄 알면서도 모든 이야기가 권선징악으로 끝나길 내심 기대하는 인간의 본성과 어떻게든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소박한 욕심이 우리를 원하는 삶의 본질로 이끄는 듯하다. 나도 잘 모르는 나에 관해 곰곰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순간, 우리의 숙제는 시작된다. 신화를 통해 그 숙제의 답을 찾는 과정은 그 어떤 모험보다 흥미진진하니 이만하면 아직 인생은 제법 살만하지 않은가? 이토록 재밌고 신나는 모험을 펼쳐 준 『나를 위한 신화력』과 함께 한동안은 신화에 하염없이 파고들 듯하다.

 

 

김영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지원받아

감탄하며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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