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니머스 : 경시청 손가락살인대책실
사이조 미쓰토시 지음, 김나랑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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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나니머스

지은이: 사이조 미쓰토시

옮긴이: 김나랑

펴낸 곳: 도서출판 양파


 

책을 영화나 드라마화하는 경우는 자주 봤지만, 그 반대인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드라마가 얼마나 인기 있었으면 책으로도 출간했을까? 오늘 만난 특별한 책은 도서출판 양파의 『어나니머스』! 익명성을 무기로 인터넷에서 못되게 손을 놀리는 악인들을 찾아내 엄벌에 처하고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다소 통쾌한 수사팀 이야기다. 고독한 늑대처럼 등장하는 주인공 반조 와타루 역을 일본 대배우 카토리 싱고가 맡아 (5년 만에 민간 방송 출연이었다고!) 큰 화제를 모았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누군지 모르겠다. 그래도 우리나라 실력파 배우 심은경이 구라키 세나 역으로 특별 출연했다니 반가운 마음! 책을 읽어 보니 꽤 재밌어서 아마 드라마도 곧 찾아보게 될 듯하다.

 

 

 

총 8편으로 이어지는 연작 소설. 드라마도 8화였으려나? 스마트폰이나 PC를 이용해 상대방을 비방하고 인신공격하여 죽음으로 몰아넣는 이른바 '손가락 살인'을 전담하기 위해 새롭게 신설된 부서인 '손가락 살인 대책실'. 개성도 사연도 다양한 다섯 사람이 모여 여러 사건을 해결한다. 평범한 경찰 간부지만, 팀원들을 어르고 달래는 능력이 탁월한 책임자 고시가야, 과거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수사1과에서 좌천된 반조, 가십이란 가십은 모두 파악하고 있는 프로 정보 수집가 리리코, 교통 안전과에서 온 초보 수사관 사쿠라, 사이버 수사의 천재급 인재 시노미야. 여러 사건을 해결하며 따스한 휴머니즘과 불타오르는 정의감을 구현하여 감동을 주면서도 각자가 지닌 사연을 조금씩 드러내며 몰입도를 높이는 밀당의 고수들이다. 다소 씁쓸한 결말에 가슴이 시큰했지만 완성도 면에서는 괜찮았던!

 

 

 

 


 

 

 

이미 지나간 과거는 지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의 미래는 얼마든지 새로 그려나갈 수 있어요.

『어나니머스』 p104 중에서...

 

 

 

인터넷이 발달한 이래 사회적으로 늘 문제를 일으키는 여론몰이와 악플 테러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시간이었다. 뭐가 진짜 진실인지 당사자들만 알 수 있겠지만, 얼마 전 세상을 발칵 뒤집었던 K 배우 이슈도 그렇고... 소위 ~라 카더라 통신에 당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니 어찌나 씁쓸한지. 생각 없이 내뱉는 말이 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본다는 끔찍한 사실, 털어서 구린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은 없다는 점, 부모의 잘못된 양육이 자식을 괴물로 키우게 된다는 것, 오해기 때론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불러일으킨다는 안타까운 현실 등 사건을 해결하는 통쾌함과 더불어 진한 여운과 생각해볼 거리를 제시한 작품이었다. 그들과의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아쉽게 마지막 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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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떼봉떼 데일리 플라워 - 꽃과 함께하는 365일 일력
정주희 지음 / 싸이프레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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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보떼봉떼 데일리 플라워

꽃과 함께하는 365일 일력!

지은이: 정주희

펴낸 곳: 싸이프레스


연말과 새해가 다가오면 늘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는 다이어리와 일력! 사실 다이어리든 일력이든 알차게 잘 사용하는 스타일이 아니기에 해마다 내년엔 간소하게 준비하거나 지나가자고 다짐하지만... 한 번도 지키지 못한 부질없는 다짐이었음을 고백한다. 그래도 이번엔! 1년 내내 행복하게 잘 사용할 것 같은 일력을 만났다. 싸이프레스에서 출간한 『보떼봉떼 데일리 플라워』!

 싸이프레스 『보떼봉떼 데일리 플라워』 일력의 장점은...

1. 스프링 타입이라 찢지 않고 넘길 수 있다.

2. 매일매일 아름다운 꽃 사진과 함께 따스한 짧은 글귀를 만날 수 있다.

3. 만년 일력으로 한 해가 아니라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다.

4. 일력에 실린 사진이 더없이 아름다운 수준급 작품들이다.

5. 심지어 스프링마저 견고하고 고급스럽다.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며, 성탄절 분위기 물씬 풍기는 12월 24일의 일력을 펼쳐보았다. 멋지게 장식한 트리와 LED 초, 다양한 소품이 담긴 사진을 보니 썰렁한 우리 집에 따스함이 감도는 듯하다. 계절을 알리는 다양한 꽃, 작업실의 풍경과 더불어 다정하게 건네는 한 마디 덕분에 하루의 시작과 끝을 기분 좋게 맞이할 수 있겠다. 가는 세월 아쉽다가도, 이 일력 넘기며 매일 꽃 감상할 생각을 하니 조금 위로가 되기도...











멋진 스프링에 반해서 한 컷 담아보았다. 스프링에 이런 고급스러움은 무엇? 괜스레 만지작거리며 감탄하다가 일력에 실린 사진에 취해 또 한 장씩 넘겨본다. 모양만 알고 이름을 몰랐던 다양한 꽃들과 통성명하며 잠시 식물 공부도 하고... 커피를 홀짝이며 카페 분위기를 만끽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참 즐길 것 많고 혼자 놀기에도 좋은 일력! 분위기 연출하기도 좋고, 정말 만족스럽다. 2022년 일력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싸이프레스의 『보떼봉떼 데일리 플라워』는 어떠신지? 우리 같이 꽃 감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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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혹하는 사이 - 지금까지 진실이라고 믿고 있던 것이 부정된다
SBS <당신이 혹하는 사이> 제작팀 지음 / 책들의정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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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당신이 혹하는 사이

글쓴이: SBS 당신이 혹하는 사이 제작팀

펴낸 곳: 책들의정원

 

 

 

■■■ 오늘의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잠깐 퀴즈!

1. 나는 MBC 장수 프로그램 '서프라이즈'를 종종 즐겨본다.

2. '그것이 알고 싶다'의 팬으로 '그런데 말입니다~'라는 유행어를 가끔 따라 해보곤 한다.

3.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당신이 혹하는 사이'를 시청한 적이 있다.

4. 나는 UFO와 음모론을 믿고 흥미를 느낀다!

 

 

이 퀴즈에서 두 개라도 Yes를 외친 분이라며, 이 책을 절대 놓치지 마시길! 시즌 2를 성황리에 종영하고 곧 시즌 3를 준비 중인 『당신이 혹하는 사이』가 책으로 출간됐습니다. 자, 모두 소리 질러!! 뿜뿜뿜!!

 

 

 

 


 

 

 

 

13가지 혹하는 이야기!

TV 시리즈 '당신이 혹하는 사이'에서 다뤘던 다양한 혹하는 이야기가 담긴 이 책! 미스터리와 음모론을 좋아하는지라 이미 잘 알고 있는 이야기도 있고, 처음 듣는 이야기도 있다. 아는 얘기면 아는 얘기라 더 집중하게 되고, 몰랐던 얘기면 새로워서 더 파고들게 되는 흥미진진한 책. 궁금해서 잠깐 펼쳤다가, 그 자리에서 끝까지 읽었다면 얼마나 재밌는지 좀 설명이 될까? 코로나19를 이용한 빌 게이츠 인류 지배설, 백신이 우리 몸에 짐승의 표 666을 새긴다는 설, 하루아침에 증발해버린 톱스타, 정화조 속에서 불명예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남자, 어느 형사의 미심쩍은 죽음과 버닝썬, <인체의 신비전>에서 임산부 시신으로 발견된 중국 인기 아나운서, 김정남 암살사건의 몰랐던 그 후 이야기, 미국이 금지한 장소 51구역, 대학로 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유골 더미, 지상 낙원을 가장한 생지옥 존스타운, 누군가 내 장기를 노린다? 귀신 헬리콥터! 더는 음모론이 아닌 진실로 밝혀진 CIA 세뇌 프로젝트, 고속도로 위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행방불명된 중년 여인. 그나마 사실로 밝혀진 이야기들은 한탄하며 안타까워하지만, 아직 미해결 사건으로 남은 수많은 이야기가 '어쩌면, 혹시나...'라는 물음표와 함께 추측에 추측의 꼬리를 물게 한다. 멈출 수 없이 질주하는 진실을 향한 욕망과 이성적, 감성적 대립. 우와... 이건 정말 더없이 흥미롭다.

 

 

 


 

 

 

스튜디오 녹화 당시, 죽은 청년의 어머니를 만나는 장면이 나오자 모든 출연자는 말을 잃었다. 그전까지 청년의 기묘한 죽음에 대해 이런저런 추리를 이어갔던 그들이었지만, 그의 어머니는 본 순간 알게 된 것이다. 한 사람의 죽음을 한낱 흥밋거리로 소비하기에는 남은 자들의 고통이 너무 크다는 것을. 어머니는 그 사건을 잊을 수는 없지만, 진실을 알고 싶은 마음도 더는 남아 있지 않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주름진 얼굴에는 체념의 낯빛이 서려 있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3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 진실을 파헤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소문이라는 보이지 않는 폭력은 이미 한 남자의 명예와 가족의 일상을 무너뜨렸다. 1989년 그날 파괴된 것들은 비단 정화조뿐만은 아닐 것이다.

『당신이 혹하는 이야기』, 기묘한 자세로 죽은 남자 p119~120중에서...

 

 

 

흥미로운 음모론에 빠져 탐정 놀이를 하던 나는 피해자의 유가족이 겪는 고통을 마주하며, 고개를 떨궜다. 다들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데 집중하느라, 남은 사람의 고통을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자칫 가십을 쫓는 삼류 프로로 전락하기 쉬운 이런 장르가 <당신이 혹하는 사이>에서만큼은 더없이 특별했던 이유가 바로 이거다. 이성과 감성을 떠나 마음 깊은 곳에서 끓어 올린 진심과 인간미. 사라진 톱스타 윤영실 씨를 향해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대체 어디로 사라졌을까?'라는 의문의 답을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이 방송을 어디선가 보고 있을 그녀에게 꼭 말해주고 싶은 한마디. '아직 당신을 잊지 않았습니다'. 끝내 이름을 찾지 못하고 화장하기로 한 대학로 28구의 시신을 향해 이들을 머리를 숙인다. 야만의 시대가 반복되는 걸 막기 위해, 우리는 끝까지 알아내고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고. 지난 시간을 올바르게 기억하고 되새기는 일이 우리가 나아갈 미래의 주춧돌이 되어 줄 거라고... 더없이 고조됐던 이야기에 큰 울림을 주며 마무리하는 작가님들... 아니, 이게 뭐라고 이렇게 코끝이 찡한지. 미스터리적 요소가 가득한 음모론에 심취하는 한편, 인간미가 물씬 느껴지는 따스한 문장이 가슴을 촉촉이 적신 멋진 책이었다. 『당신이 혹하는 사이』, 혹하신다면 부디, 얼른, 꼭 이 책을 만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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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의 살의
미키 아키코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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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만의 살의

글쓴이: 미키 아키코

옮긴이: 이연승

펴낸 곳: 블루홀식스

 

 

일본 미스터리 소설을 전문적으로 출간하는 블루홀식스의 신간, 게다가 국내에 최초로 소개되는 작가 미키 아키코의 첫 작품을 만났다. 『기만의 살의』. 제목을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한자어의 뜻을 찾아보았다.

 

 

기만(欺瞞): 남을 속여 넘김

살의(煞意): 사람을 죽이려는 생각

 

 

이미 알고 있었지만, 한자어로 그 뜻을 찾아보자 제목의 의미가 더 깊이 파고들었다. 남을 속여 사람을 죽이려는 생각, 『기만의 살의』라... 이 얼마나 제목과 잘 어울리는 이야기인가! 지금으로부터 무려 55년 전인 1966년, 한 남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간 사건이 발생했다. 후쿠미시의 명문가 니레 가문의 선대 당주 니레 하루시게가 급사한 후, 죽은 지 35일째에 치르는 오칠일에 가족과 주요 사업 파트너들이 저택에 모인다. 당시 저택 안에 있던 사람을 가정부를 포함해 총 열 명. 재를 마치고 원탁에 둘러앉은 이들은 각자 자기 앞에 준비된 커피 혹은 보리차를 마시며 고구마 맛탕을 집어 먹는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고요했던 분위기 속에서, 갑자기 니레 가문의 큰딸 사와코가 복통을 호소하며 병원에 실려 가고 설상가상으로 니레 가문의 후계자이자 사와코와 하루시게의 양자로 편입된 일곱 살 요시오가 독이 든 초콜릿을 먹고 죽는다. 사와코도 목숨을 잃어 두 명이 죽은 상황. 고의로 표적 수사를 벌인 경찰은 사와코의 남편 하루시게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사형을 피하고자 죄를 자백한 그는 40년이 넘는 옥살이 끝에 마침내 세상에 발을 내디딘다. 이 소설의 진짜 이야기는 하루시게가 자신의 결백을 밝히는 한편, 사랑했던 연인인 처제 도코에게 이런 저런 정황을 알리는 서신을 교환하며 전개된다. 과연 하루시게의 인생을 산산히 조각낸 진범은 누구일까?

 

 

 

 


 

 

 

 

『기만의 살의』, 이 소설을 가장 재밌게 읽는 팁!

 

팁 하나) 가족 혹은 사업과 관련된 주요 파트너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건이 벌어졌다. 이래저래 얽히고설킨 끈끈한 관계이기에 이들이 서로 어떤 불편한 상황에 처해있는지 아는 게 범인을 추론하는 데 관건이다. 책 첫머리에 실린 식당의 자리 배치를 종이에 옮겨 적고 각 인물에 관해 메모하며 읽으면 더 빨리 그리고 깊이 이들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팁 둘) 하루시게와 도코 사이에 오간 총 다섯 통의 서신에서 힌트를 발견해보자. 사춘기 소녀처럼 널을 띄는 하루시게의 불안정한 감정에 처음엔 의아하다가도 모든 진실이 밝혀지면 '아하!'라고 외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두 노인 사이에 오가는 대화가 처음엔 살짝 지루할 수 있지만, 점점 흥미로워지니 매 순간 집중할 것!

 

 

팁 셋) 모든 진실을 알게 된 후, 맨 처음으로 돌아가 사건이 발생한 전후 상황을 다시 읽어보자. 그 순간, 드디어 누군가의 '살의'를 눈앞에서 마주하게 된다. 처음엔 모두 다 의심스러웠지만, 진실을 알고 난 후엔, 정말 범인의 일거수일투족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다.

 

 

 

 


 

 

 

 

감상

 

 

동상이몽. 겉으로는 같이 행동하면서도 속으로는 각자 딴생각을 함을 이르는 그 말이 자꾸 떠올라 상당히 씁쓸했다. 남자의 사랑과 여자의 사랑은 이토록 다를 수 있음을... 아니, 이건 개인의 차이라고 봐야 하는 걸까? 40여 년의 세월이 흘러 마침내 이뤄질 것 같았던 두 노인의 로맨스는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40여 년간 옥살이를 하며 진범이 누구일까 골몰한 하루시게와 추리 소설 마니아였던 도코가 주거니 받거니 하며 펼치는 추리는 상당히 흥미롭다. 서로의 허점을 찌르며 각자 다른 진범을 지목했다 철회하기를 반복하며 대체 이 소설의 끝은 어디로 흘러갈지 점점 궁금하고 안달하게 만드는 소설.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마침내 한숨을 내쉰 후에, 다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영화 마블 시리즈의 쿠키 영상처럼 등장한 마지막 진실이 어퍼컷을 날린다. 그 강펀치에 제대로 맞는다면 그대로 녹다운! 자신의 이익을 좇아 지리멸렬하게 펼쳐진 명문가의 썩어 문드러진 속사정에 고개를 휘휘 젖다가, 결국 인간이 품을 수 있는 '살의'는 대단한 동기가 아닐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었다. 40년의 세월을 잃어버린 남자의 그 한을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우리는 확신할 수 있을까? 눈앞의 내 사람이 진정 내가 생각한 그 사람이 맞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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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 망가진 책에 담긴 기억을 되살리는
재영 책수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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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지은이: 재영 책수선

펴낸 곳: 위즈덤하우스

 

 

 

고이 보내준 나의 첫사랑, 《별자리 이야기》!

 

책을 사랑할 운명을 타고나면, 가슴 아픈 이별 역시 예견된 일임을 알아야 한다. 국민학교(그래, 그땐 국민학교였다!) 3학년 시절,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신세계를 처음 접하게 해준 <별자리 이야기> 시리즈는 각 3천 원씩 총 3권이었다. 9천 원에 시리즈를 품에 안을 수 있었던 그 시절. 물론, 당시 짜장면 한 그릇이 1,400원이었던 걸 고려하면 그리 적은 비용은 아니었다. 용돈 9천 원을 털어 집으로 데려온 그 책을 거짓말 좀 보태서 백 번 넘게 읽었다. 바닥에 엎드려 과자를 먹으며 읽고, 읽다가 책에 침 흘리며 잠들기도 하고, 놀러 온 친구에게 적극적으로 권하며 영업 아닌 영업을 펼치곤 했던 그 시절. 늘 곁에 끼고 아끼며 좋아한 만큼 책은 점점 망가졌다. 겉표지가 너덜너덜. 종이는 노랗다 못해 갈색으로 변하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켜켜이 쌓인 세월을 증명이라도 하듯 쿰쿰한 냄새와 때론 책벌레까지 등장했다. 격하게 좋아했던 책이기에 이고 지고 살다가 20대 중반이 되어서야 그 책과 안녕을 고했다.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그 책과의 추억.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하고 대차게 맞이한 이별이기에 지금도 가슴 한구석이 시큰하다. 만약 그때 '책 수선'이란 마술 같은 손길로 책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면 난 여전히 그 책과 도란도란 옛 추억을 속삭이고 있지 않을까?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너무나 인상 깊은 이 책의 프롤로그!

 

책 수선가는 망가진 책을 수선한다.

나는 망가진 책의 기억을 관찰하고, 파손된 책의 형태와 의미를 수집한다.

책 수선가는 기술자다. 그러면서 동시에 관찰자이자 수집기다.

나는 책이 가진 시간의 흔적을, 추억의 농도를, 파손의 형태를 꼼꼼히 관찰하고 그 모습들을 모은다.

책을 수선한다는 그 책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런 모습들을 존중하는 마음이다.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프롤로그 중에서...

 

 

 

운명이 찾아왔을 때, 그게 필연적 만남이자 앞으로 내 인생을 뒤바꿀 전환점이란 걸 알아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재영 책수선'의 주인장도 책 수선 기술과의 운명적인 만남이 자신을 이 길로 이끌지 전혀 몰랐다. 2014년 미국 대학원에서 '북아트'와 '제지' 분야를 택한 주인장은 지도교수님의 조언에 따라 책 수선가로 일을 배우기 시작한다. 당시 다니던 학교의 건물 지하 한 층을 전부 차지한 '책 보존 연구실'. 주인장은 속성으로 필수 기술만 쏙쏙 배우고 그만두겠다는 생각으로 연구실에 취직했지만, 그 다짐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는지 깨닫고 열과 성을 다해 3년 6개월간 배우며 일한다. 그렇게 책 수선가로서의 주인장의 삶이 시작되었다.

 

 

 

 


 

 

 

 

망가진 책에 담긴 당신의 추억을 되살려드립니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어렵사리 책을 수선하는 고객들은 어떤 분들일까? 참으로 다양한 사연이 가득하지만,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의뢰한 책을 정말 아끼고 귀하게 여긴다는 것. 어렸을 적, 부족한 놀 거리를 대신해 친구가 되어 주었던 <'89 시행 개정 한글 맞춤법 수록 국어대사전 상/하>, 작은 낙서 하나까지도 지우고 싶지 않은 소중한 기억이 담긴 <유리 구두>, 귀한 인연이었던 목사님께 선물 받은 성경책을 이젠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어 수선을 의뢰한 고객, 엄마와의 행복한 추억이 담긴 컷 도안집, 홍콩 헌책방에서 품에 안은 스코틀랜드 요리책, 잡지 표지의 미세한 찢어짐이 안쓰러워 한달음에 달려온 레고 마니아, 70년이 훌쩍 넘는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할머니의 일기장 등등... 울고 웃는 그 가슴 찡한 사연들을 이 책을 통해 꼭 만나보시길!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과 수선 후의 반응을 보며 책 수선은 책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것을 넘어 한 사람의 소중한 추억을 오롯이 지켜주는 뜻깊은 작업임을 실감한다. 무너져가는 책의 시간을 멈추고 그 시간을 연장하는 일. 한 번 멋지게 살다 떠나는 인생에 더없이 소중한 '반려 책'을 소생시키는 주인장은 명의 중의 명의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더없이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물씬 피어오른다.

 

 

 

 


 

 

 

여러분은 수선하고 싶은 책이 있나요?

 

책 수선이란 작업을 모른 채, 허망하게 <별자리 이야기>를 떠나보낸 내게... 아직 정리하지 못한 묵직한 책들이 있다. 하이텔 시절 역사의 큰 획을 그은 판타지 소설 <퇴마록>. 이모부가 재밌게 읽으셨던 책을 물려받아 아껴가며 읽었고, 자주 손때를 묻힌 탓에 책에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이 시리즈는 엘릭시르 출판사에서 2011년에 양장 개정판이 새롭게 출간되었다. 애서가이자 장서가인 나는 학창 시절의 추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그 양장 개정판을 새로 들였다. 하지만, 오리지널 퇴마록을 정리할 순 없었다. 책의 원래 주인이었던 이모부는 갑자기 찾아온 병마에 너무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나셨다. <퇴마록>을 보고 있자면, 이모부와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떠들던 학창 시절의 그 순간들이 떠오른다. 아무리 낡고 빛이 바랬을지언정, 그 추억은 아련하게 더 깊고 깊어지기에, 앞으로도 이 책들을 정리할 순 없을 거다. 어쩌면 나도... 이 묵직한 책들을 들고 재영 책수선의 문을 두드릴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이 핑 도는 이모부를 그리워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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