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독한 트레이닝 - 나를 나답게 만드는 금융 체질 개선 프로젝트
김얀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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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돈독한 트레이닝

글쓴이: 김얀

펴낸 곳: 미디어창비

 

 

우리 사회가 돈 좋아하는 사람은 속물이라 욕하던 시절이 있었다. 돈벼락을 맞아 부자가 된 사람을 졸부라 비꼬고, 비록 학교는 다니지 못했지만 갖은 고생 끝에 성공한 사람은 개천에서 용 났다고 치겨 세우는 듯하면서 뒤에서는 가방끈이 짧다고 수근거렸던 시절. 이런 사회 분위기는 그 시절 드라마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데... 요즘은 세상이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주식 투자의 신이라 불리는 존 리는 어린 시절부터 주식 투자를 비롯한 다양한 금융 교육을 반드시 해줘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유대인들은 이미 수천 년 전부터 해왔던 돈 공부의 열풍이 한국에 몰아친 지는 고작 십 년은 됐을까? 유튜브, 주식 투자, 인플루언서 광고 수입 등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노동'과는 다른 개념으로 목돈을 만진 자수성가형 슈퍼 개미들이 줄줄이 탄생하며 아무나가 아닌, 노력한다면 누구나 경제적 자유를 성취할 수 있다는 동기와 기회가 생긴 것이다. 이른 은퇴를 꿈꾸는 내게 꼭 필요한 돈. 그 경제적 자유에 한 발 가까이 다가설 다양한 방법과 좋은 에너지를 아낌없이 선사하는 책을 만났다. 김얀 작가의 《돈독한 트레이닝》. 자, 그럼 우리 같이 돈 공부 좀 해보실까요?

 

 

 

가장 먼저 나에게 돈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김얀 작가는 2020년 3월 브런치에 '연 소득 480만 원 가난한 예술인의 월 소득 480만 원 만들기 프로젝트'를 연재했다고 한다. 연 소득 480만 원도 충격적이지만, 그걸 월 소득으로 바꿀 수 있다니 누구나 혹했을 듯싶다. 김얀 작가는 치과에서 일하며 받은 월급은 모조리 투자했고, 자신의 방 하나 없이 거실 한 켠에서 지내며 거주지에서 에어비앤비를 운영했다. 그리고 시세보다 싸게 매입한 오피스로 임대 수익을 내고, 글을 기고하고, 책을 쓰고, 인터뷰나 강연 등의 부수입을 올리며 현재 월 천만 원 클럽에 입성한 상태다. 돈에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공부한 지 1년 6개월 만에 이뤄낸 쾌거라 더 눈부신 성공! 부동산, 주식, 코인, 돈 모으기의 가장 기본인 절약, 아침에 경제 신문 읽기 등, 돈을 불러온 적극적인 활동과 생활 방식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담아낸 김얀 작가. 그녀의 모습에서 이 책을 읽은 사람들 모두 금융 '치료'를 통해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다양한 방식으로 부를 축적한 돈 친구들의 인터뷰도 놓쳐서는 안 될 백미! 그나저나 금융 교육이 아닌, 치료라니... 우리는 그 정도로 위중한 응급 환자인가? 우리 어서 중환자실을 탈출합시다!

 

 

 


 

 

 

노동은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과

자아실현을 위한 일로 나뉜다고 생각하는데...

돈은 전자에서 해방시키고,

후자에 확실히 집중할 수 있게 해줍니다.

《돈독한 트레이닝》 p153 중에서...

 

 

 

읽으며 인덱스를 붙인 문장과 이 책을 읽은 후 바뀐 돈에 대한 자세.

 

 

돈 공부는 단순히 액수만 불리는 게 아니라 나와 타인을 비롯한 다양한 계층에 대한 이해를 쌓는 과정이다(p30). 부자가 되는 두 가지 공식은? 소득의 사이즈를 키우고 소비는 줄인다(p67). 나이가 들어 시간의 가치가 점점 소중해질수록 자주 만나는 사람은 두 부류로 축약됨. 나에게 도움이 되거나, 만나면 언제나 즐거운 사람(p128). 어떤 일을 하든지 최고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실력을 쌓으세요(p150). 운과 타이밍도 늘 준비되어 있는 사람이 잡을 수 있는 겁니다(p209). 사실 인덱스를 붙인 문장이 더 있지만, 다 적었다가는 몇 줄을 넘길지 모르니 여기까지만.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던 20대 시절, 잡지에서 읽은 한 문장에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10만 원을 아끼는 것도 좋지만, 20만 원을 더 벌 수 있는 사람이 되라.' 노동은 신성하고 귀한 것이지만, 억척스럽게 일만 하며 벌기엔 우리의 인생은 짧다. 일단 손에 쥔 돈을 아끼며 끊임없이 공부하고 투자해서 돈을 불려야 한다. 진짜 원하는 인생은 경제적 자유를 성취한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걸 잊지 말고, 당장 오늘부터 작은 것부터 실천해보자. 이 책을 읽은 후, 나는 돈 공부를 제대로 시작해보자고 결심했다. 우선, 경제 신문을 하나 구독하고 매일 아침 뉴스를 시청할 예정. 그리고 가끔은 공격적인 투자도 시도하고, 무엇보다 지금 하고 있는 직종에서 몸값을 더 올리며, 또 다른 수입원을 창출할 기회를 모색할 것이다. 늦어도 올해 말에는 이 글을 다시 읽으며 웃을 수 있는 내가 되기를! 여러분, 모두 부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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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사랑을 말하지 않는다 - 밤하늘과 함께하는 과학적이고 감성적인 넋 놓기
김동훈 지음 / 어바웃어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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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별은 사랑을 말하지 않는다

지은이: 김동훈

펴낸 곳: 어바웃어북

 

 

 

어린 시절, 부모님과 홍천강에서 캠핑을 했다. 바닥까지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물과 강을 따라 펼쳐진 절경도 아름다웠지만, 지금도 잊지 못하는 추억의 장면은 밤하늘에 쏟아질 듯 가득했던 별.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 순간이 여전히 생생하게 눈 앞에 펼쳐지는 걸 보면, 그날의 밤하늘이 정말 아름답긴 했나 보다. 아무리 팔을 뻗어도 닿을 리 없건만, 예쁘게 반짝이는 별을 손에 쥐고 싶어 허공에 몇 번이고 조심스레 팔을 뻗었던 일곱 살의 나. 오래도록, 정말 오래도록 그 밤하늘을 눈에 담고 싶어서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다가 그만 스르르 잠이 들었다. 아침이 밝아 환한 세상에서 눈을 떴을 때의 그 허탈함과 알 수 없는 배신감이란... 안타깝게도, 그 후로는 다시는 그날처럼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보지 못했다. 감성 가득한 우주 이야기 《별은 사랑을 말하지 않는다》는 소중한 그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어디서도 쉽게 만날 수 없었던 경이로운 순간을 담아낸 사진과 함께 하늘을 수 놓은 별처럼 아름다운 문장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우주 이야기가 이토록 큰 감동을 주다니!

 

 

 

 


 

 

 

 

광활한 우주에서 펼쳐지는 장엄한 순간 속에서 인생을 읽다.

 

 

이 책의 지은이 김동훈 씨는 등산이라면 질색이지만, 별을 보기 위해서라면 고산병까지 감수하며 산에 오르는 천생 별 덕후다. 진짜 좋아서 하는 일은 아무도 막을 수 없는 법! 그의 진심 덕분에 이토록 아름다운 우주의 수많은 순간을 감상할 수 있어 더없이 감사한 마음이다. 우주에 관한 영상을 볼 때면, 어디서도 느껴본 적 없는 광활함에 압도되어 경탄하다가 금세 우주의 티끌과도 같은 인간의 소박한 존재를 깨닫고 움츠러들곤 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수없이 펼쳐지는 우주의 장엄한 순간 속에서 인생을 읽는다. 불멸의 밤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처럼, 이 경이로운 순간을 영원히 즐기고 싶은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질량이 커서 다른 별보다 더 빛나는 큰 별일수록 수명이 짧아 그 빛을 결국 오래가지 않는다고 한다. 짧고 굵은 혹은 얇고 긴 대부분의 인생과 어쩜 그렇게 닮았는지. 지구와 달이 함께 찍힌 귀한 사진을 보며 이 광활한 우주에서 우리의 유일한 이웃은 달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인류의 고독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지만, 역시 외로운 달이 있기에 큰 위로가 된다.

 

 

 

 


 

 

 

 

지금까지 만난 우주 이야기 중, 단연 최고!

 

 

그 옛날, 신라인은 첨성대에 올라 하염없이 밤하늘을 바라보며 기록을 이어갔을까?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관찰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어떤 마음으로 매일 창 앞에 섰을까? 어린 시절, 홍천강에서 만났던 그 별들은 소멸하지 않고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반짝이고 있을지. 여러 생각과 추억이 꼬리를 물고 우주 정거장처럼 이어져서 대학 시절, 리포트로 제출하기 위해 별 사진을 찍으러 갔던 순간까지 떠올랐다. '별멍'이란 이런 것인가! 소용돌이처럼 몰아친 추억들이 잔잔하게 잦아들고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밤하늘 혹은 이 책에 담긴 사진을 바라보며 근심 걱정 없이 편안해지는 자신을 느낄 수 있다. 왼쪽엔 글, 오른쪽엔 사진. 때론 양쪽을 가득 채운 특별한 사진은 우주에 관해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내가 재밌게 읽고 감동하기에 더없이 좋았고, 지금까지 만난 우주 이야기 중 단연 으뜸이었다. 이 책만이 지닌 따스하고 신비로운 오라가 내 인생 곳곳에서 오래도록 영롱하게 빛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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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을 까는 여자들 - 환멸나는 세상을 뒤집을 ‘이대녀’들의 목소리
신민주.노서영.로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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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판을 까는 여자들

지은이: 신민주, 노서영, 로라

펴낸 곳: 한겨레출판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20대 대선이 며칠 전에 마무리되었다.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웃고, 또 누군가는 될 대로 되란 심정으로 관망하는 우리나라의 다음 5년은 어떻게 될까?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초로 고등학교 3학년들도 투표권을 가졌던 이번 대선은 정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것 같다. '애들이 정치에 대해 뭘 아냐고' 타박하면서도 일부 정당들은 앞다투어 고등학생을 얼굴로 내세웠고, 더불어 각 연령층의 민심을 잡느라 부단히 애썼던 상황. 20대 청년층의 표가 어디로 갈지 관건이라는 전망 속에서도, 정치 좀 안다는 '이대녀'들에 대한 차별과 무시는 좀처럼 뿌리 뽑을 수 없는 고질병인가 싶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대녀'는 타짜의 정 마담이 떠오르는 '이대 나온 여자'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이대녀'는 20대 여성을 뜻한다. 자, 이제 센스 있는 당신은 눈치챘을 거다. 그렇다면 '이대남'은? 딩동댕! 20대 남성을 뜻하는 신조어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판을 까는 여자들》

 

 

정치에 관해 진심인 여자 셋이 모여, 거침없이 마음속에 쌓인 이야기를 펼쳐낸다. 이들의 정체성을 굳이 분류한다면 '페미니스트'다. 안타깝게도, 페미니즘의 진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보다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이 더 많은 현실이라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마다 잘못한 것도 없이 조심스럽다. '페미니스트의 주장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성별에 따른 차별이 명백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함께 차별을 줄여나가자는 것이다. - p66' 그 마음을 나야 너무 잘 알지만,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 일부 과격 주의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참 편치 않다. 제발 감정을 소모하는 격한 싸움은 자제하다. 성별을 떠나, 우리 모두 귀하고 소중한 존재다. 이 책엔 정치에 대해 뭘 아냐고 무시당한 경험, 선거 운동 당시 'N번방 사건 조사'를 강력히 주장하다가 상대 후보에게 성희롱을 당한 사건, 시도 때도 없이 들이미는 '여자도 군대 가라'는 보복성 요구, 소시지를 쥔 특정 손 모양을 저격당해 누군가의 밥줄이 끊긴 상황 등, 우리 삶 곳곳에 도사리는 불편한 진실들이 가득 담겨 있다. 이 '불편함'은 상당히 중의적인 감정이 아닐까? 진실이라 불편하고, 쉽사리 바꿀 수 없어 불편한...

 

 

 

 


 

 

 

정치,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는 첫걸음

 

 

나의 소중한 한 표를 누구에게 줄지는 참 중요한 문제다. 누굴 뽑아도 답이 없는 상황도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찍거나 투표권을 포기하는 건 있어서는 안 될 일. 이 책 《판을 까는 여자들》에서 목소리를 높인 세 명의 '이대녀'는 생각과 소신이 뚜렷하다. 그러다 보니 주장을 펼칠 땐 다소 과격해지기도 한다. 흑과 백으로 가를 수 없는 게 인생이라지만, 이토록 씩씩하게 자기 생각을 말하고 선명하게 빛을 발하는 그들을 모습에서 젊은 기백이 느껴진다. 이것 역시 90년대생, MZ 세대 특유의 패기일까? (정작 그들은 아무도 자신을 MZ 세대라고 명명하지 않는다고 한다. 알파벳 계보를 이어가고 싶은 어른들의 욕심이라나...) 누구도 차별받거나 소외되는 상황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는 나로서는 이대녀들의 목소리가 정치, 사회 문제에 더 관심을 갖게 해준 계기가 됐다. 정치, 사회, 성 평등 문제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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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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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사전에 책 설명이나 정보를 접하지 말고 읽을 것! 신세계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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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헤어웨어 이야기 - 신화에서 대중문화까지
원종훈.김영휴 지음 / 아마존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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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계 헤어웨어 이야기

지은이: 원종훈, 김영휴

펴낸 곳: 아마존북스

 

 

인간은 욕망의 동물이다. 어느 정도의 욕망은 자아 발전과 더 나은 삶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과하면 역시나 독이 되기 십상. 욕망이 뻗는 마수의 손길은 생활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젊음과 아름다움을 향한 인간의 본능적 욕망도 그에 포함된다. 더 돋보이고 예뻐지고 싶은 그 원초적인 욕망의 역사를 훑어볼 단서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화장품, 의복, 신발, 장신구 등을 생각했다면, 우리는 가장 기본적인 걸 놓치고 있는 거다. 씨크릿우먼 헤어웨어 창립 20주년을 기념하고 출간한 특별한 책 《세계 헤어웨어 이야기》에서는 머리카락을 주제로 가발, 헤어웨어까지 훑으며 신화, 전설, 종교, 혁명, 예술, 대중문화 속에서 드라마틱하게 펼쳐진 욕망의 역사를 엿본다. 그러고 보면, 외모 완성의 70%를 담당하는 게 헤어스타일이라고 하지 않던가? 우리가 상상할 수조차 없는 멀고 먼 원시시대부터 인간은 머리카락을 통해 욕망의 실현을 꿈꿨다.

 

 

 

다양한 올컬러 시각 자료 덕분에 눈이 즐거운 시간 여행!

 

 

아름다움의 보편적 가치는 욕망과 매혹. 아름다움의 주관적 가치는 시대와 공간이라고 한다. 아름다움은 시대와 공간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표출된다. 인간의 내재한 본능적인 욕망과 매혹은 시대와 공간 속에서 어떻게 변모하고 진화해 왔는가, 그 중심에 머리카락이 있다. 이 책이 다루는 시대는 상당히 광범위하다. 태초의 인류부터 현재까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듯. 머리카락의 기원에 관해 간단히 살펴보고 '신화와 전설'의 세계로 들어서면 그리스 로마 신화나 여느 역사책 못지않은 신비롭고 매력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는 슬라브 신화에 등장하는 죽음의 여신이자 물의 요정인 '루살카'. 호숫가에서 젖은 머릿결을 빗고 있는 새하얀 육체의 루살카는 밤늦게 강둑을 산책하는 경솔한 남자나 여자를 확 낚아채 물속에 빠뜨려 죽인다. 경악할 공포에 허덕이며 죽음을 맞이할 듯하지만, 루살카의 품 안에서는 죽음마저 달콤하다고... 그것은 일종의 안락사다. 아름다운 루살카의 매력에 홀렸다가, 이내 우리나라 물귀신의 무시무시한 몰골을 떠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면 시프의 새로운 머리칼로 내 가져오리.

해가 지기 전에 황금머리칼을.

허면 시프는 봄의 들판과도 같으리라.

노란 꽃무늬 옷을 걸친 들판과 같으리라.

《세계 헤어웨이 이야기》 p144, 아이슬란드 단편 시가집 <에다> 중에서...

 

 

 

《세계 헤어웨어 이야기》, 이 책 더없이 매력적이다!

 

 

교활한 성격으로 신들에게 미움을 산 로키는 앙심을 품고 토르의 아내 시프의 머리카락을 모두 잘라버린다. 시프의 탐스럽고 아름다운 황금빛 머리카락은 여신의 상징이자, 추수를 앞둔 황금 들판을 뜻하기도 한다. 불같이 화를 내는 토르에게 용서를 구하고자, 로키는 지하세계 난쟁이들을 속여 황금실을 만들어 시프에게 돌려준다. 서양은 물론 동양의 미인 조건도 역시 머리 모양에 있었다. '최대한 화려하고 관능적으로 풍만하고, 가급적 높이 치솟을 상태로 치장할 것!' 인류가 존재한 이래, 얼마나 머리카락을 아끼며 치장하는 데 공을 들였는지, 책장을 넘기는 순간마다 펼쳐지는 놀랍고 흥미로운 이야기에 탄성을 터트렸다. 아니, 머리카락 이야기가 이렇게 재밌을 일인가? 머리카락이라는 주제로 이보다 더 재밌는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책이 있을까 싶다. 우리나라 작가분들이 쓴 책이라 고구려 고분벽화, 조선 시대 민화, 정조 시대 때 내려진 가체 금지령 등 우리나라 역사 속 머리카락 이야기를 만나는 재미도 쏠쏠했다. 역사책, 세계사책, 인문학책 등 광범위한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팔색조 매력을 지닌 책. 읽다가 너무 재밌어서 옆에 계신 엄마께도 추천해 버린 마성의 책이다. 나도 내일부터 머리에 공을 좀 들여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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