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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기억의 박물관 1 ㅣ 비룡소 걸작선 49
랄프 이자우 지음, 유혜자 옮김 / 비룡소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잃어버린 기억의 박물관]. 왠지 제목이 너무 의미심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물관이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역사 속의 유물들을 찾아 기억에 남게 해주는 곳인데 ‘잃어버린’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다니. 뭔가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두꺼운 책의 두께 또한 약간의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1권만 갖고 있을 뿐인데도 느껴지는 이 중압감이 2권도 함께 쌓아 놓고 보았을 때는 더 심했으리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생각도 잠시, 1권을 다 읽고 난 지금 2권의 구매 버튼을 누르려 준비 중이다.
어린 시절 "세계의 7대 불가사의"라는 과학책을 접하게 된 후 여러 역사책들과 고고학 서적들에 파묻히다시피 독서를 한 기억이 난다. 대부분 어린이를 위한 책들이어서 그 지식은 깊지 않고 재미 위주였던 것 같다. 그래도 그때의 지식들이 [잃어버린 기억의 박물관]이라는 책을 읽을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 같다. 책에는 이런 저런 어려운 역사 이야기들이 나온다. 대부분 우리가 절대로 그 진실을 다 알 수 없는 오래 전의 신화적 이야기이기에 그 내용은 조금 어렵다. 그리고 고고학에 대해 깊은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책 속의 소재가 된 이야기들 중 어느 것이 진짜이고 어느 것이 허구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다만 기억에 남는 것은 한 번 읽고서는 단번에 이해가 안 되더라는 것뿐. (^^;;) 그나마 아는 이야기들이 나오면 어린 시절에 읽었던 책들을 떠올리며 안도하고 감사했다.
뭐, 여하튼 이 책은 역사책이 아닌 환상소설이기에 어쩌면 지명과 주요 인물들의 이름만 제대로 외운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요구되는 것은 빠른 눈치를 동반한 이해력. 두꺼운 책의 양과 무게만큼이나 숨 막히게 달리는 책의 내용 속에서 나는 내 자신을 찾기 어려웠다.
어느 날 크세사노의 황금상과 함께 사라져버린 아버지. 믿을 수 없겠지만 그의 자식들인 올리버와 제시카는 아버지를 잊고 있었다. 그것은 어느 누구의 노력도 아닌 단지 역사적 환상세계의 경계가 만들어 낸 일이었다. 오래 된 일기장에서 단서를 찾아 잃어버린 기억의 세계로 아버지를 찾기 위해 떠난 올리버와 현실세계에 남아 마리아라는 현대판 고고학 홈즈 여사와 함께 잃어버린 기억의 나라의 지배자 크세사노를 추적하는 제시카. 그들의 숨 돌릴 틈 없는 시간 속에서 나는 그렇게 내 자신을 잊고 있었다. 지나치게 재미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멈출 수도 없는 야릇한 독서가 계속되고 1권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나는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혹시나 2권까지 쉼 없이 읽었다면 나 역시 잃어버린 기억의 왕국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았을까하는 어이없는 상상을 하며 '참, 모두가 나를 잊지 않는 이상 나는 이곳에 있을 수 있는 거지.'라고 잘못된 점을 지적해보았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잊어버리고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소중한 물건들이 말하는 외투나 유리 벌새 니피처럼 그 곳에 살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가능하다면 그곳에 가서 찾아오고 싶건만 한숨만 나올 뿐이다.
미하엘 엔더가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했다는 랄프 이자우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상상력이 뛰어나고 여러 가지 많은 지식들을 갖고 있는 듯 보이는 그의 책을 읽으며 왠지 자신감 넘치는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잃어버린 기억의 박물관]을 읽으며 그의 자신감이 종종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나름대로 재미난 독서였지만 어려운 용어들 때문에 읽는 동안 헤매느라 좀 고생했다. 그래도 그들의 이야기가 과연 어떻게 끝이 날지 궁금하고 또 기다려진다. 어서 빨리 2권을 읽어봐야겠다. 그래야 이 반쪽짜리 서평을 제대로 끝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