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향기에 빠지다.

러브 소믈리에 - 쇼킹발랄 에디터 미미리의 러브&와인 도전기
미미리 지음 / 한스앤리 / 2007년 12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애주가다. 그리 오래 산 인생은 아니지만 인생이야기의 상당부분을 알코올 이야기가 차지하고 있으니 술에 대해 알고 싶은 것도 그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다. 헌데 소주부터 양주까지 다양한 술을 접해보았지만 와인을 마셔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것 같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트렌드가 바로 와인이니만큼 나도 와인의 향기에 푹 빠져보고 싶었다. [와인의 기쁨]이라는 책에 이어 두 번째로 읽게 된 와인 책이 [러브 소믈리에]였다.

 나는 작가인 미미 리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그녀의 여과되지 않은 말투와 근원모를 당당함에 적잖이 당황한 나는 여자 김구라가 아닌가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 가면 갈수록 그녀의 거침없는 말투는 상당한 매력으로 다가왔고 이런 저런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에 맞장구를 치며 어느새 그녀를 나의 베스트 프렌드인양 좋아하게 되었다.

 [와인의 기쁨]을 읽을 때는 솔직히 좀 어렵다고 느꼈었다. 일본에서 써진 이야기인지라 우리나라의 와인 시장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와인에 대해 일자무식인 나는 읽고 또 읽어도 지명이 헷갈리고 맛을 보지 못한 터라 와인에 대한 감흥도 없었다. [러브 소믈리에]를 다 읽고 난 지금도 와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는 크게 변화가 없지만 이 책은 재미나게 읽었다. 산짐승 같은 소개팅 남에게 와인 때문에 채였다는 어이없는 누명을 쓰게 된 후 와인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진 여자. 지나치게 많은 양의 와인을 들이켜 숙취를 느꼈던 날과 홍콩에서 졸지에 와인 전문가라는 과분한 타이틀을 달고 와인을 마시게 된 상황 등 모두가 너무나 재미있고 즐거운 이야기였다.

 솔직히 이 책을 읽는다고 와인에 대한 지식이 확실하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와 같이 와인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깊은 공부보다는 가벼운 관심으로 와인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국내의 바들에 대한 소개와 와인들의 대략적인 가격, 초보자들이 기억해야 할 매너와 상식들이 있어 와인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사라지게 해주었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와인은 글로 읽는 것이 아니라 혀로 그리고 온 몸의 미세하고도 섬세한 감촉으로 느끼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일단 싼 와인이라도 좋으니 맛을 음미하며 감각을 키워가자. 그리고 어느 정도 와인을 마셔본 후 이 책을 다시 읽는 다면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느 와인부터 시작할지 고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