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움직이는 메모 - 손이 뇌를 움직인다!!
사카토 켄지 지음, 김하경 옮김 / 비즈니스세상 / 200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을 하다가 문득 다른 선생님의 작은 다이어리가 눈에 들어왔다. 유난히 호기심 많은 나는 염치불구하고 다이어리를 구경해도 되겠냐고 물었고 돌아온 대답은 흔쾌한 승낙. 깨알같이 적힌 고운 글씨들과 여기저기 붙어있는 예쁜 스티커들.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 이후 이토록 열심히 다이어리를 꾸며 본 적이 있었던가? 비싼 다이어리든 가벼운 수첩이건 나는 끝까지 사용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언제나 더 예쁜 것이 눈에 들어오고 자꾸만 새로운 것은 원하는 성격 탓도 있지만 끈기가 없는 것이 문제였다. 손으로 무언가 끼적거리는 걸 좋아하지만 그건 언제나 조각조각 나눠진 종이들이기에 그 보관과 활용이 힘들었다. 더더군다나 블로깅 덕분에 일기마저 블로그로 대신하게 되니 손을 움직여 무언가 메모하는 것은 점점 먼 세계의 이야기로 느껴지게 된 것 같다. 그 선생님의 다이어리를 보며 부러웠던 것은 예쁘게 꾸몄다는 것보다도 이토록 성실히 자신의 하루를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갈 목표를 빼곡히 적어 진취적인 자세로 삶을 마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때 받은 자극은 부싯돌로 불꽃을 만들어내듯 탁탁 소리를 내며 내 마음을 흔들었고 마침내 <뇌가 움직이는 메모>란 책을 읽으며 메모에 대한 열망은 활활 타오르게 되었다.

 

 작가는 십 년이 넘는 오랜 세월동안 꾸준히 메모를 해온 일명 '메달' - 메모의 달인이다. 그가 적는 메모는 단순히 일반적인 사실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업무에서의 실수를 줄여 자신의 분야에서의 성공을 약속하며 어느 누구보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끊임없는 자극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수단을 의미한다. 메모에 관한 책들만도 여러 권을 펴낸 그이기에 이제 메모가 그의 인생의 전부라는 사실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적어 놓기만 해도 그것이 메모라고 생각했던 나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놀라고 나의 무지함을 반성하게 되었다.

 

 메모를 하는 것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메모를 다시 읽어보는 시간'이다. 아무리 열심히 적어놓았더라도 그것을 다시 읽고 숙지하지 않으면 한낱 종잇조각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메모하는 이에게 더 발전의 가능성이 열려있고 심지어 메모는 바보의 벽도 뛰어넘는다. 그리고 메모를 통해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마음과 머리로 명확히 점검해 나가면 그 사람의 10년 후는 어느 누구보다도 밝고 확신에 차 있게 된다. 이러한 사소한 사실 하나하나가 메모의 중요성을 신랄하게 토로하며 어서 수첩과 볼펜을 준비하라고 나를 부축이고 있었다. 과연 나는 마지막으로 메모를 했던 적이 언제인가? 매 달 월초에 한 달간의 계획을 세우기는 한다. 이번 달은 어떤 책을 읽을 것이며 넷상에서 활동하는 카페에 어떤 글을 올리고 또 누구를 만날지 등의 소소한 것들. 헌데 이것은 단지 노트북 옆에서 나의 한 달간의 기억을 도울 뿐 창의적이거나 미래 지향적인 부분이 지극히 결여되어 있다. 작가는 언제나 수첩을 휴대하며 매 순간 중요한 요점들을 적을 것을 권하고 있었다. 편하게 적을 수첩 하나, 하루 일과를 정리할 수 있는 다이어리 한 권, 그리고 마지막으로 컴퓨터가 작가가 허용하는 세 개의 메모장이었다.

 

 책을 읽으며 반성해본 내 모습들 중 가장 크게 고쳐야 할 점은 두 가지였다. 적어놓은 메모들을 잘 관리하지 않고 다시 읽는 습관이 들어있지 않다는 것. 그리고 꾸준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것.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는 것이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책을 읽으며 느꼈던 벌거벗은 듯 한 창피함을 앞으로의 노력으로 자랑과 자신감으로 대체하려고 생각 중이다. 감성적인 우뇌와 지성적인 좌뇌를 골고루 활성화 시켜 남은 2009년의 활기찬 삶을 그리고 더 나아가 10년, 20년 내 인생의 계획을 메모와 함께 해야겠다. 꼼꼼히 듣고 기억하는 메모의 습관. 오늘부터 당장 시작이라는 굳센 다짐이 부디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바래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땅속에 묻힌 형제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로버트 스윈델스 지음, 원지인 옮김 / 책과콩나무 / 200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 세계 중 유일한 분단국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나는 솔직히 내가 속한 나라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걱정하거나 전쟁에 대한 두려움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진 않다. 미국이 아무리 최신식 무기로 이라크를 공격해도 그리고 무장단체가 인질들을 놓고 협상하는 뉴스에도 나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것은 먼 나라의 이야기고 내 눈 앞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이들이 없었기에 직접적으로 전쟁의 공포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이러다 하루아침에 폭탄이 떨어지면 어쩌지? 지금 가진 것들을 모두 잃게 된다면? 사랑하는 내 가족이 눈앞에서 죽어간다면? 이런 유쾌하지 않은 상상들조차 몇 번 해보지 못한 상황에서 나와 꼭 닮은 십대 소년의 눈을 통해 전쟁을 보게 되었다. 성별과 나이를 떠나 전쟁에 대한 공포 없이 편안한 삶을 살아왔다는 점에서 시작한 우리의 공통점은 더 나아가 남동생이 있는 것으로 그리고 실낱같은 한 가닥의 희망을 붙잡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점점 겹쳐지더니 책의 여러 장을 거듭할수록  그가 나인지 내가 그인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빠져들게 되었던 것 같다.

 

 <땅속에 묻힌 형제>의 주인공 대니는 7살 난 남동생과 식료품점을 하는 부모님을 둔 평범하고 행복한 소년이었다. 적어도 그가 사는 마을에 핵폭탄이 터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예고도 없이 갑자기 날아든 핵폭탄 하나로 그는 순식간에 엄마를 잃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난 또 다른 사고로 아빠를 잃게 된다. 이제 자기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은 남동생 벤뿐인 상황. 앞으로 나아가는 그의 발걸음마다 놓인 서러움과 두려움, 살고자하는 욕망을 보며 너무나 편안한 삶을 살고 있는 내 모습이 무안할 정도로 미안하고 또 미안해졌다.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림에 사람들이 하나 둘 쓰러져가고 약탈과 살인을 서슴지 않는 생존을 위한 폭력들 앞에 대니는 어린 동생을 지키며 살기위해 몸부림친다. 아이의 눈으로 본 전쟁의 실상은 그 어느 누구의 눈을 통해 보는 것 보다 더 잔인하고 안타까워 자꾸만 눈물이 났다. 방사능으로 오염된 토양과 물에서 새로운 시작을 원하며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 돌아오는 허무한 결과물 속에서 그들이 가진 희망은 하나하나 바스러졌다. 입이 없이 태어난 아기는 바로 죽어버리고 방사능 중독으로 머리칼이 빠지고 반점이 생기며 사람들이 죽어갈 때 그들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어느 것도 없었다.

 

 전쟁에 관한 책들을 읽으며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어느 곳에나 생존자는 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결코 죽는 것보다 낫지 않다. 죽지 못해 살아가고 살기위해 다른 이를 죽여야 하는 그런 지옥 같은 생활 속에서 한 가닥의 희망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이런 해답 없는 의문들 속에서 대니는 삶에 대한 열정과 사랑만 있다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음을 그리고 지옥의 한 복판에서도 희망을 존재한다는 사실을 온 몸으로 증명해주었다. 어린 동생 벤을 묻으며 흘렸던 눈물은 이제 곧 태어난 대니와 킴의 아이를 위한 기쁨의 눈물로 변할 것이고 그들은 밭을 일구고 오염되지 않은 물을 마시며 새로운 삶을 향한 기대를  품게 될 것이다. 대니와 킴이 자신들의 삶을 포기했더라면 나는 분명 크나큰 충격 속에서 기운 없이 넋 놓고 있었을 텐데. 그들의 새로운 시작이 너무나 감사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땅속에 묻은 형제>란 책은 그 어떤 책들보다 전쟁의 실상을 그리고 그 속에서 사람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잘 표현한 책이다. 밑바닥까지 거침없이 보여주고 인간이기를 포기한 이들의 실상을 폭로하며 그 사이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고도의 문명 속에서 일어난 전쟁이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빼앗고 결국 원시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이 모든 것은 우리 스스로가 야기하게 될 최대의 비극임을 환기시킨다. 전쟁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던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수많은 생각을 하고 나의 무관심과 무지를 탓하게 되었다. 원자폭탄 그것은 인류가 제일 먼저 없애야 할 물건이며 우리는 상대를 위해서 만이 아닌 내 자신과 사랑하는 이를 위해 평화를 유지하고 지켜야 한다. 어지럽게 흩어지는 생각의 조각들을 하나씩 마음속에 쌓아가며 대니와 킴의 행복을 빌었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나는 그저 책을 한 번 꼭 안아주는 것으로 많은 희생자들에 대한 심심한 위로를 그리고 대니와 킴에 대한 응원을 대신할 수 밖에 없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급 사용자를 위한 DSLR렌즈선택가이드
니시히라 히데오 지음 / 제이앤씨커뮤니티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백수생활과 아르바이트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항상 생각했던 것이 제대로 된 첫 월급을 타면 나만의 카메라를 사야겠다는 것이었다. 길고 긴 취업연수생 시간이 지겨워 에라 모르겠다며 시작한 일을 지금까지 하고 있으니 어찌 보면 좀 속상한 일이지만 지금 생활도 그다지 나쁜 건 아니어서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다. 그리고 너무나 기다렸던 순간이기에 첫 월급의 기쁨을 중고로 구입한 캐논 350d와 함께 할 수 있었다. 벌써 2년 정도 되어가는 이야기인 걸 보니 시간이 참 빠른 것 같다. 너무나 갖고 싶었던 DSLR을 손에 넣고 보니 기쁨은 잠시 당혹감이 몰려왔다. 이거 뭐 명색의 DSLR인데 오토로 찍기도 그렇고 조리개와 셔터속도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해가 정착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찍는 사진마다 흐릿하거나 어둡기 일쑤여서 슬그머니 디카로 손을 돌리게 되었던 씁쓸한 기억. 지금 생각해도 헛헛함에 어색한 웃음만 나올 뿐이다.

  

 잠시 잠재우고 있던 DSLR을 깨우고자 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그냥 자꾸 먼지만 쌓여가는 녀석이 안쓰럽고 불쌍해서 그리고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져서 카메라를 손에 들고 이것저것 조물조물 누르며 아직도 카메라 놀이중이다. 사진을 잘 찍는 지인이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사진에 한 번 빠지면 돈을 모으기 힘들다. 바디를 사면 렌즈가 바꾸고 싶고 또 다른 바디가 눈에 들어오고 그럼 또 다른 렌즈도 사야하고..." 처음엔 그 말을 이해할 수 가 없었지만 이젠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아직 작동법도 다 숙지하지 못한 내가 렌즈로 눈이 돌아가는 걸 보면 말이다. 매번 누군가 붙잡고 물어보기도 그렇고 인터넷으로 찾는 것도 한계가 있고 고민하던 차에 <고급 사용자를 위한 DSLR 렌즈 선택 가이드>란 책을 만나게 되었다. 내가 고급 사용자는 절대 아니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254개에 달하는 렌즈들에 대한 꼼꼼한 설명이 담겨 있다기에 미리 공부하는 셈치고 열심히 읽어보았다.

 책은 어느 한 브랜드에 치중하지 않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각 회사의 여러 가지 렌즈들을 세세하게 평가하고 그 렌즈로 찍은 사진도 함께 실어주었다. 캐논 카메라를 갖고 있는 나는 우선 캐논 렌즈부분만 발췌초록해서 야금야금 읽어가기 시작했고 그 후 캐논 유저들이 많이 사용하는 시그마 렌즈에 대해 읽고 마지막으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어보았다.  렌즈가 일본에서 어느 정도 가격에 유통되는지도 알 수 있어 읽는 동안 가격대가 머릿속에 어느 정도 형성되는 것 같았다. 사진에 대해 더 잘 알았다면 좋았으련만 가끔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조금 답답하기도 하고 스스로 재발견한 무식함에 끊임없이 한숨을 내쉬어야했다. 하지만 뭐 이 책은 렌즈 선택 가이드이니 모르는 게 당연하잖아! 차차 공부해가자란 생각에 열심히 또 열심히 읽었던 것 같다.

 마음에 드는 렌즈를 몇 개 찍어두고는 사진의 달인인 지인에게 물어볼 생각으로 가슴이 설렌다. 그리고 그 질문을 하러가는 날 이 책도 함께 가져가서 고급사용자의 의견을 들어 볼 생각이다. 아마 좋은 책 잘 구했다고 칭찬해주겠지? ^^ 언젠가 똑딱이가 아닌 나의 손때 묻은 캐논 350d로 멋진 사진을 찍어낼 날을 그려보며 오늘도 비상을 꿈꾸고 있다. 한 올 한 올 붙여가던 날개의 깃털을 이번엔 한 뭉치정도 붙일 수 있었던 것 같다. 언젠가 멋진 렌즈와 바디를 들고 하늘로 날아오를 그 날을 꿈꾸며 새롭고도 고마웠던 책과의 만남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겨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얼음공주
카밀라 레크베리 지음, 임소연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음공주는 나와 정말이지 친했던  초등학교 시절 친구의 별명이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어라? 친구 별명이 얼음공주였으면 차갑고 쌀쌀맞았겠는걸!"하고 생각하실 테지만 사실 내 친구는 타칭 얼음공주가 아닌 자칭 워너비 얼음공주였다. 그래서인지 도도하게 보이려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은 때론 너무나 어색해 큰 웃음을 불러일으켜 다 같이 눈물 나도록 배를 잡고 웃은 적도 여려 번이었다. 그녀가 얼음공주로 가는 길은 험난해 보이기만 했다. 오늘 나는 400페이지를 넘어 500페이지가 좀 모자란 두꺼운 책 앞에서 잠시 그 친구를 떠올렸다.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이지만 단지 얼음공주라는 네 글자만으로 친구가 그리워지는 것은 왜일까. 갑자기 가슴 한 구석이 얼음송곳으로 스치기라도 한 듯 시려온다. 

  

 살해당한 알렉스의 친구이자 사건을 풀어가는 해결사 중 한 사람인  에리카도 친구의 죽음을 알았을 때 나와 같은 심정이었을까? 차디찬 욕실의 타일을 통해 얼어붙은 냉기가 뼈 속을 파고들고, 욕조 속에 싸늘한 시체가 되어 누어있는 알렉스의 모습이 날카로운 얼음송곳이 되어 가슴속으로 날아들었을까? 그녀의 감정은 다분히 절제되고 세속에 찌든 듯 보였다. 아무리 어린 시절의 친한 친구였을 뿐이라지만 그 슬픔의 크기는 작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쩌면 부모님을 잃은 아픔과 동생과의 문제로 그녀에겐 더 이상 눈물이 남아있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건에서 미심쩍은 냄새를 맡고 조금씩 진실로 발걸음을 옮기는 에리카의 움직임은 도전적이지도 재빠르지도 않았다. 게다가 집중력조차 그리 좋은 것 같지 않아 어지러이 흩어지는 정보의 바다 속에서 나는 누가 알렉스를 살해한 범인인지 쉽사리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책을 읽는 동안은 눈치 채지 못했지만 이제 보니 이게 다 작가가 깔아놓은 징검다리들 중 하나라는 걸 알겠다. 작가는 수많은 인물과 불특정한 사건들을 징검다리 돌 하나하나에 얹어 놓음으로써 마침내 하나의 멋진 길을 만들어 낸 것이다. 나는 때로는 그 돌 위에서 휘청거려 물에 빠지기도, 얼어붙은 강물이 깨져버릴세라 조심스레 까치발을 들고 걷기도 하며 장장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사건에 매달리고 악몽을 꾸며 잠들기도 했던 것 같다. 

 

 조금 뒤늦은 소개인 것 같지만 이 소설은  차세대 애거서 크리스티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스웨덴의 작가 카밀라 레크베리의 소설이다. 2002년부터 여섯 개의 작품을 출간했는데 이 작품은 그녀의 처녀작이라고 한다.  처녀작을 탄탄한 트릭과 짧지 않은 양의 완성도 놓은 소설로 선보였으니 사람들이 그녀에게 왜 이리 큰 기대를 가지는 지 조금은 알 것 같다. 하지만 왜일까? 책을 읽으면서 내내 불안했던 내 마음은? 종잡을 수 없이 흘러가던 이야기의 흐름이 범인을 향해 하나씩 물꼬를 트는 순간 나는 지독히도 외롭고 씁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살인의 이유,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비밀, 그리고 로맨스라 부를 수 없는 사랑. 어느 하나 밝고 아름답기보다는 안타깝고 마음 아픈 것이었기에 책의 마지막 장을 읽으며 느낀 헛헛함은 오래도록 지속되었다. 너무 많은 등장인물들의 인생사는 집중력을 흐트러지게 하고 때론 그 인물이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아 다시 앞으로 돌아가기도 했던 것 같다. 책의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작가가 왜 많은 인물들을 등장시켰는지를 조금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지만 솔직히 지금도 이 인물이 꼭 필요했던 걸까 생각되는 인물도 분명 있다.

 사람이 한 사람의 목숨을 거둬간다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다. 그리고 현대 사회에 일어나는 살인의 이유 대부분이 절대 공감가지 않을 정도로 타당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뭐, 사람을 죽이는데 타당할 수 있는 이유 따위야 찾아보기 힘든 게 사실이지만. 이번 사건 역시 사람의 무지와 잘못된 애정이 가져온 비극이었다. 살아있다손 치더라도 알렉스의 삶이 평탄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녀의 차갑게 변해버린 주검은 섭섭함과 미안함이라는 감정을 오래도록 머물게 했다. 작가의 첫 작품, 그것도 추리소설이라는 점에서 이 소설이 정말 뛰어난 매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단지 일본 추리 문학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좀 낯선 풍경이 아닐까 생각되긴 하지만 언제나 똑같은 밥만 먹고 살 순 없는 일 아닌가! 때론 새로운 유럽의 추리소설들이 신선한 충격으로 무료한 일상에 느낌표를 찍어준다. <얼음공주>는 시원한 청색의 느낌표였으므로 이야기의 끝 무렵에 느낀 공허함과 지독한 외로움쯤은 맘씨 좋게 묻어줄 수 있을 것 같다. 카밀라 레크베리의 다른 소설들과 그녀의 눈부신 발전을 기대해보며 이제는 검색창에 슬쩍 그녀의 이름을, 그리고 다른 작품들을 쳐보아야할 때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미의 비밀 - 오늘의 꿈을 내일의 성공으로 이끄는
마크 피셔 지음, 신윤경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고3 시절 우리 반에서 항상 2등을 하던 친구의 책상에 써진 좌우명은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였다. 언제나 멋져 보이고 좋아 보이는 건 한 번씩  따라 해보는 나는 그 말을 듣고 간절히 원하고 또 바래어보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해의 물 수능에 대한 최고의 피해자 중 한 사람이 바로 나였다. 헌데 참 이상하다. 열여덟 어린 마음에 나는 분명 내가 최선을 다했노라고 단지 운이 안 좋았고 어쩌면 나의 한계는 여기까지였을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채찍질했다. 그땐 정말 그게 다라고 생각했다. 헌데 10여년 가까이 지나 조금은 늙어버린 내가 그 시절을 되돌아보자면 참으로 웃음도 나고  한심함에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그때의 나는 분명 내가 원하는 만큼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물론 바라고 원하는 것들을 생각하며 그에 대한 노력을 하기는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노력이 충분치 않아 소망이 반 정도만 이루어진 것이다. 아름답지만 피처럼 붉은 장미가 그려진 책 <장미의 비밀>은 어린 날의 나의 실수를 그리고 지금도 내가 끊임없이 저지르고 있는 현실의 실수들을 또 한 번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주인공인 피셔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어째서인지 좀처럼 사랑을 받지 못하고 설상가상으로 런던과의 출판계약도 파기되고 친한 친구는 심장마비로 자신의 곁을 떠나버린다. 이제 인상의 내리막에 도달했다고 생각한 순간 자신의 성공적인 데뷔작의 주인공이었던 백만장자에게서 한 통의 이메일을 받게 된다. 매우 중요한 임무를 맡길 터이니 로마에서 만나자란 내용. 피셔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백만장자를 만나기 위한 길에 떠난다. 그 무대가 로마이다 보니 얼마 전 너무나 재밌게 보았던 영화 <천사와 악마>가 계속 떠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피셔는 영화처럼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었다. 바티칸에 숨어있는 비밀. 마지막 교황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그 비밀을 중심으로 쫓고 쫓기는 관계 속에 놓인 것이다. 처음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던 이 팽팽한 긴장감은 생각보다 너무나 허무하게 마무리되긴 했지만 책을 읽는 동안 충분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작가는 책 속에서 5가지 장미의 비밀을 털어 놓는데 그 중 첫 번째 비밀에 가장 큰 비중을 둔 것 같다.

 

 <발현의 법칙> - 마음 속 소망을 현실로 이루어내는 과정. 간절히 원하고 그에 맞춰 자신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면 결국 원하는 바를 이룬다. 인내와 믿음으로 기다리고 또 기다려라!

 

 <잘못된 믿음과 자기모순에서 벗어나라.> - 습관과 자기 합리화 등의 장애물을 넘어 내면에 잠들어 있는 하나님을 깨우자!  우리 모두가 하나님이다.

 

<마음 속 악마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 누구나 악을 품고 있지만 우리는 선한 마음과 긍정적인 사고로 그 악을 이겨낼 수 있다.

 

<죽음은 새로운 시작이다.> - 인간의 고귀한 영혼이 죽음과 함께 끝난다고 생각지마라. 죽음은 새로운 시작이요, 영원한 안식의 첫걸음이다.

 

<매 순간이 행복해 질 수 있는 기회이다.> - 과거도 내일도 바라보지 말고 지금 이 순간 믿고 실행해라.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다섯 가지 법칙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이렇다. 중요한 진리 하나하나가 재미난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 즐거운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그럼 내 인생에서 이 진리들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나 좀 더 살펴보자. 우선 발현의 법칙은 이미 서두에 이야기했고 자기모순 역시 그에 포함된 내용인 것 같다. 마음속의 악마는 바로 내 자신일 테니 정말이지 두려운 존재이다. 사실 요즘 자꾸만 고약해져가는 성격 탓에 예쁜 마음을 갖고 좋은 것, 좋은 점만 보고 살자고 다짐했었다. 얼마 전 읽은 책 <잘 살고 잘 죽는 법>에서도 죽음은 새로운 시작이니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었다. 죽는 순간 행복하게 미소 짓고 떠날 수 있을지 아직 자신은 없지만 고통 없는 영생의 삶이 시작된다는 믿음으로 살아생전엔 내 삶에 그리고 죽어서는 또 다시 찾아올 새로운 삶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해본다. <Today is a gift>- 오늘은 선물이다. 지금 내가 자판을 두드리며 숨 쉬고 생각하는 이 순간에도 황금 같은 시간을 흘러가고 있다. 1분 1초를 헛되이 보내지 말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하는 오늘은 바로 선물이다.

 

 다섯 가지 비밀들을 하나씩 요목조목 따져보니 내가 이미 알고 있으면서 실천하지 못했던 부분들이었다. 아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내가 그것을 실천하고 내 것으로 만들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지. 언제나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그리고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 건지 고민하고 걱정하기 일쑤였던 내 삶에 이제는 좀 더 긍정적이고 밝은 빛을 비춰주고 싶다. 그리고 일생에 단 한 번의 도박이라 생각하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발현의 법칙을 실현시켜보고 싶다. 종이에 소망을 적어두고 그것을 매일 바라보면 이루어진다는데 당장 오늘부터 시작해볼 생각이다. 욕심이 많아서 적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지만 하나씩 하나씩 꼭 이뤄가야지!! 짧지만 강렬했던 이야기. 우리가 이미 알고 있지만 자기합리화와 나약함으로 지나쳐야했던 진실들. 못되고 나약한 내 모습과 대면해야했던 조금은 힘들었던 시간.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은 왜일까? 나는 나를 한 번 더 믿어 볼 생각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좀 더 나은 삶. 그리고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나는 달려갈 수 있다. 언젠가 뒤돌아보며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내가 되기를. 그리고 내게 귀 기울이는 인생의 후배들에게 따스한 손길을 건넬 수 있는 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래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