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움직이는 메모 - 손이 뇌를 움직인다!!
사카토 켄지 지음, 김하경 옮김 / 비즈니스세상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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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을 하다가 문득 다른 선생님의 작은 다이어리가 눈에 들어왔다. 유난히 호기심 많은 나는 염치불구하고 다이어리를 구경해도 되겠냐고 물었고 돌아온 대답은 흔쾌한 승낙. 깨알같이 적힌 고운 글씨들과 여기저기 붙어있는 예쁜 스티커들.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 이후 이토록 열심히 다이어리를 꾸며 본 적이 있었던가? 비싼 다이어리든 가벼운 수첩이건 나는 끝까지 사용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언제나 더 예쁜 것이 눈에 들어오고 자꾸만 새로운 것은 원하는 성격 탓도 있지만 끈기가 없는 것이 문제였다. 손으로 무언가 끼적거리는 걸 좋아하지만 그건 언제나 조각조각 나눠진 종이들이기에 그 보관과 활용이 힘들었다. 더더군다나 블로깅 덕분에 일기마저 블로그로 대신하게 되니 손을 움직여 무언가 메모하는 것은 점점 먼 세계의 이야기로 느껴지게 된 것 같다. 그 선생님의 다이어리를 보며 부러웠던 것은 예쁘게 꾸몄다는 것보다도 이토록 성실히 자신의 하루를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갈 목표를 빼곡히 적어 진취적인 자세로 삶을 마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때 받은 자극은 부싯돌로 불꽃을 만들어내듯 탁탁 소리를 내며 내 마음을 흔들었고 마침내 <뇌가 움직이는 메모>란 책을 읽으며 메모에 대한 열망은 활활 타오르게 되었다.

 

 작가는 십 년이 넘는 오랜 세월동안 꾸준히 메모를 해온 일명 '메달' - 메모의 달인이다. 그가 적는 메모는 단순히 일반적인 사실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업무에서의 실수를 줄여 자신의 분야에서의 성공을 약속하며 어느 누구보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끊임없는 자극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수단을 의미한다. 메모에 관한 책들만도 여러 권을 펴낸 그이기에 이제 메모가 그의 인생의 전부라는 사실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적어 놓기만 해도 그것이 메모라고 생각했던 나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놀라고 나의 무지함을 반성하게 되었다.

 

 메모를 하는 것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메모를 다시 읽어보는 시간'이다. 아무리 열심히 적어놓았더라도 그것을 다시 읽고 숙지하지 않으면 한낱 종잇조각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메모하는 이에게 더 발전의 가능성이 열려있고 심지어 메모는 바보의 벽도 뛰어넘는다. 그리고 메모를 통해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마음과 머리로 명확히 점검해 나가면 그 사람의 10년 후는 어느 누구보다도 밝고 확신에 차 있게 된다. 이러한 사소한 사실 하나하나가 메모의 중요성을 신랄하게 토로하며 어서 수첩과 볼펜을 준비하라고 나를 부축이고 있었다. 과연 나는 마지막으로 메모를 했던 적이 언제인가? 매 달 월초에 한 달간의 계획을 세우기는 한다. 이번 달은 어떤 책을 읽을 것이며 넷상에서 활동하는 카페에 어떤 글을 올리고 또 누구를 만날지 등의 소소한 것들. 헌데 이것은 단지 노트북 옆에서 나의 한 달간의 기억을 도울 뿐 창의적이거나 미래 지향적인 부분이 지극히 결여되어 있다. 작가는 언제나 수첩을 휴대하며 매 순간 중요한 요점들을 적을 것을 권하고 있었다. 편하게 적을 수첩 하나, 하루 일과를 정리할 수 있는 다이어리 한 권, 그리고 마지막으로 컴퓨터가 작가가 허용하는 세 개의 메모장이었다.

 

 책을 읽으며 반성해본 내 모습들 중 가장 크게 고쳐야 할 점은 두 가지였다. 적어놓은 메모들을 잘 관리하지 않고 다시 읽는 습관이 들어있지 않다는 것. 그리고 꾸준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것.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는 것이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책을 읽으며 느꼈던 벌거벗은 듯 한 창피함을 앞으로의 노력으로 자랑과 자신감으로 대체하려고 생각 중이다. 감성적인 우뇌와 지성적인 좌뇌를 골고루 활성화 시켜 남은 2009년의 활기찬 삶을 그리고 더 나아가 10년, 20년 내 인생의 계획을 메모와 함께 해야겠다. 꼼꼼히 듣고 기억하는 메모의 습관. 오늘부터 당장 시작이라는 굳센 다짐이 부디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바래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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