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사용자를 위한 DSLR렌즈선택가이드
니시히라 히데오 지음 / 제이앤씨커뮤니티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백수생활과 아르바이트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항상 생각했던 것이 제대로 된 첫 월급을 타면 나만의 카메라를 사야겠다는 것이었다. 길고 긴 취업연수생 시간이 지겨워 에라 모르겠다며 시작한 일을 지금까지 하고 있으니 어찌 보면 좀 속상한 일이지만 지금 생활도 그다지 나쁜 건 아니어서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다. 그리고 너무나 기다렸던 순간이기에 첫 월급의 기쁨을 중고로 구입한 캐논 350d와 함께 할 수 있었다. 벌써 2년 정도 되어가는 이야기인 걸 보니 시간이 참 빠른 것 같다. 너무나 갖고 싶었던 DSLR을 손에 넣고 보니 기쁨은 잠시 당혹감이 몰려왔다. 이거 뭐 명색의 DSLR인데 오토로 찍기도 그렇고 조리개와 셔터속도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해가 정착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찍는 사진마다 흐릿하거나 어둡기 일쑤여서 슬그머니 디카로 손을 돌리게 되었던 씁쓸한 기억. 지금 생각해도 헛헛함에 어색한 웃음만 나올 뿐이다.

  

 잠시 잠재우고 있던 DSLR을 깨우고자 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그냥 자꾸 먼지만 쌓여가는 녀석이 안쓰럽고 불쌍해서 그리고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져서 카메라를 손에 들고 이것저것 조물조물 누르며 아직도 카메라 놀이중이다. 사진을 잘 찍는 지인이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사진에 한 번 빠지면 돈을 모으기 힘들다. 바디를 사면 렌즈가 바꾸고 싶고 또 다른 바디가 눈에 들어오고 그럼 또 다른 렌즈도 사야하고..." 처음엔 그 말을 이해할 수 가 없었지만 이젠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아직 작동법도 다 숙지하지 못한 내가 렌즈로 눈이 돌아가는 걸 보면 말이다. 매번 누군가 붙잡고 물어보기도 그렇고 인터넷으로 찾는 것도 한계가 있고 고민하던 차에 <고급 사용자를 위한 DSLR 렌즈 선택 가이드>란 책을 만나게 되었다. 내가 고급 사용자는 절대 아니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254개에 달하는 렌즈들에 대한 꼼꼼한 설명이 담겨 있다기에 미리 공부하는 셈치고 열심히 읽어보았다.

 책은 어느 한 브랜드에 치중하지 않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각 회사의 여러 가지 렌즈들을 세세하게 평가하고 그 렌즈로 찍은 사진도 함께 실어주었다. 캐논 카메라를 갖고 있는 나는 우선 캐논 렌즈부분만 발췌초록해서 야금야금 읽어가기 시작했고 그 후 캐논 유저들이 많이 사용하는 시그마 렌즈에 대해 읽고 마지막으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어보았다.  렌즈가 일본에서 어느 정도 가격에 유통되는지도 알 수 있어 읽는 동안 가격대가 머릿속에 어느 정도 형성되는 것 같았다. 사진에 대해 더 잘 알았다면 좋았으련만 가끔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조금 답답하기도 하고 스스로 재발견한 무식함에 끊임없이 한숨을 내쉬어야했다. 하지만 뭐 이 책은 렌즈 선택 가이드이니 모르는 게 당연하잖아! 차차 공부해가자란 생각에 열심히 또 열심히 읽었던 것 같다.

 마음에 드는 렌즈를 몇 개 찍어두고는 사진의 달인인 지인에게 물어볼 생각으로 가슴이 설렌다. 그리고 그 질문을 하러가는 날 이 책도 함께 가져가서 고급사용자의 의견을 들어 볼 생각이다. 아마 좋은 책 잘 구했다고 칭찬해주겠지? ^^ 언젠가 똑딱이가 아닌 나의 손때 묻은 캐논 350d로 멋진 사진을 찍어낼 날을 그려보며 오늘도 비상을 꿈꾸고 있다. 한 올 한 올 붙여가던 날개의 깃털을 이번엔 한 뭉치정도 붙일 수 있었던 것 같다. 언젠가 멋진 렌즈와 바디를 들고 하늘로 날아오를 그 날을 꿈꾸며 새롭고도 고마웠던 책과의 만남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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