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철학 수업 잠 못 드는 시리즈
김경윤 지음 / 생각의길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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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학 전공이라 대학 생활의 절반 이상을 인문대에서 보낸 나는 과방을 지날 때마다 궁금했던 곳이 있었다. 바로 옆 과방에서는 늘 통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거나 두꺼운 책을 들고 토론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들은 철학과였다. 대체 철학이란 무엇인지, 무슨 이유로 철학이라는 전공을 택한 건지 궁금하긴 했지만, 인연이 닿지 않아 안타깝게도 대화 한 번 못 나눠보고 졸업. 대학을 졸업하고 한참 후에 연기자, 이순재 할아버지가 철학과 출신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그 시절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는데, 세월이 흘러도 철학이란 여전히 알쏭달쏭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주제이다. 그런 막연한 관심과 호기심을 품고 있던 내게 뚝 떨어진 책이 바로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철학 수업>! 잠 못 들 정도로 재밌지는 않더라도 제발 쉽게 이해할 수라도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읽기 시작했다.

 이 책에는 20세기 이후의 서양 철학자 16인에 대한 간략하지만 알찬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인물마다 10에서 20페이지 정도의 분량이라 집중력이 흩어져 정신이 혼미해지는 사태를 최대한 방지할 수 있다. (어려운 주제의 글을 읽다 보면 눈은 따라가도 머릿속에 하나도 남지 않는 경험, 아마 다들 해보셨을 듯!) 여하튼 그 철학자 16인은 모두 자신이 사는 세상을 문제적으로 보았고 그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개념'을 발명했다.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철학 수업>은 그 개념을 소개하는 책이다.

 학창시절 사회 선생님이 '공산주의'라는 게 원래 지금 같은 모습이 아니었고 마르크스의 사상 자체는 참 평등하고 좋은 것인데 후대에 변질하였다고 말씀해주신 적이 있다. 마르크스가 꿈꿨다는 모두가 평등하게 잘 사는 세상은 대체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마침 이 책의 첫 주인공이 마르크스였다. 마르크스의 전반적인 인생이야기가 시간순으로 진행된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를 노동자와 자본가라는 두 계층으로 나누어 노동자 편에 섰던 인물로 철학자의 역할은 의심하는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철학의 종말을 선언했고 존재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철학의 진정한 의무이며 그 실천은 바로 혁명이라고 선언한, 현대 철학의 대들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한다.

 이 책의 난이도가 궁금하다면 위에 정리한 마르크스의 줄거리에서 좀 더 살이 붙고 심오하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딱딱한 철학 이야기에 혹여 지칠세라 철학가에게 영향을 미친 인물이나 배우자 등의 인생 이야기도 다루니 흥미를 잃지 않고 제법 오래 읽을 수 있었다. 최대한 쉽게 설명해주려는 저자의 노력 덕분에 철학이라는 어려운 주제와 그래도 안면은 튼 듯! 철학이라는 주제는 참으로 심오하고 어려워 친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나의 무지함이 가장 큰 원인 ㅠㅠ).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철학 수업>은 철학에 대해 1도 모르는 나도 이해하며 나름 재미있게 읽은 책이니 철학과 처음 만나는 사이라면 이 책으로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 솔직히 진짜 재밌어서 잠 못 들지는 않으니 참고하시길 ㅎㅎ. 철학 좋아하는 분은 물론이고 특히나 철학 초보에게는 더없이 좋을 책,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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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릇푸릇 소녀와 꽃그림 - 수채화로 그리는 복고풍 소녀의 열일곱 이야기
복고풍로맨스(정수경) 지음 / 책밥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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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곱게 땋은 머리에 올망졸망 달린 작은 꽃, 하얀 목덜미로 흘러내린 잔머리마저 너무나 사랑스러운 소녀. 그 가녀린 뒷모습에서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소녀는 웃고 있을까? 울고 있을까? 아니면 생각에 잠겨 있을까? 그날의 내 기분에 따라 소녀의 감정도 속속 바뀔 것만 같다. 부디 들꽃을 보며 빙그레 미소 짓고 있기를. 분명 만난 적 없는 소녀일 텐데 추억 속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을듯해 자꾸 기억을 더듬게 된다. <푸릇푸릇 소녀와 꽃그림>의 복고풍 로맨스, 정수경 작가는 꽃을 닮은 소녀를 그리며 현실에서는 하기 힘든 예쁘고 특이한 머리와 옷을 그리는 걸 좋아한다고 한다. '소녀'라는 주제만으로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데 정수경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소녀는 수수하면서도 아름답고 아련하면서도 개성이 뚜렷하여 유난히 눈에 띈다. 이렇게 매력적일 수가!

 

 

 

 

 <푸릇푸릇 소녀와 꽃그림>에 실린 그림은 전부 수채화인데, 재료 선택에 어려움을 느낄 독자를 위해 준비물을 알려준다. 종이, 물감, 붓, 물컵 등 꼼꼼하고 친절한 설명이 끝나면, 붓으로 선 긋기, 물감 농도와 스케치, 채색 방법이 등장한다.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그 그림이 완성되는 과정을 하나부터 끝까지 찬찬히 따라가게 되는 구성. 그림에 소질이 없다며 자신 없어 하는 사람도 이 책과 함께라면 소녀 그림을 어떻게든 완성할 수 있겠구나! 아름다운 그림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에 넋을 잃고 나도 모르게 손을 움직이며 붓질을 하고 있었다. 종이도 물감도 없는 허공에 말이다. 급한 대로 재료를 사러 다이소라도 다녀올 걸 그랬나 안타까움이 앞섰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했던 시간. 여유로운 주말에 꼭 따라 그려봐야지!

 

 

 

 

 책 뒤쪽에 숨겨진 보물! 예쁜 복고풍 패턴 4장과 작가의 스케치 도안이 따로 모여 있다. 원본이 상하지 않도록 스케치 도안을 복사하여 복사본을 준비. 그림 그릴 종이 위에 먹지를 깔고 그 위에 복사본을 얹어 따라 그리면 소녀 스케치 완성! 스케치를 어려워하는 독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심이 돋보였다. 독자를 위한 작가의 진심이 느껴져서 어찌나 훈훈하고 기분이 좋던지. 처음엔 먹지로 스케치를 따라 그리며 연습하다가 실력이 늘면 나만의 소녀를 그릴 수 있겠지? 곧 만나게 될 나의 소녀는 어떤 모습일지 벌써 가슴이 설렌다. 조금나 기다려, 우리 꼭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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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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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꾼 김제동 씨가 새로운 책을 썼다. 이번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해하며 반갑게 집어 든 순간 눈에 띈 문구는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 헌...? 법...? 띠지에 실린 해맑게 웃는 김제동 씨 얼굴 옆으로 ''헌법'이라는 따뜻한 연애편지를 여러분께 보냅니다.'라고 쓰여 있다. (어머, 김제동 씨 사진이 너무 잘 나오셨네? ^^) 주제가 헌법이라니 부담이 앞섰지만 그래도 저자를 믿고 읽기 시작!

 

 

 

 

 김제동 씨는 법 조항을 읽으며 그렇게 감동했다는데 이건 대체 무슨 소리일까? 내게 법은 어렵기만 해서 그저 멀게만 느껴졌는데, 저자는 목소리 높여 이야기한다. 우리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헌법을 느낄 권리가 있고 헌법은 분명 우리를 위한 법이니 더 알아보고 챙겨야 한다고 말이다. 헌법이란 우리의 권력과 권리를 명시해 놓은 우리 것이란다. 저자의 설득력 있는 언변과 글솜씨에 넘어간 나는 '그런가? 그럼 일단 헌법 조항을 읽어봐야겠군!'이라며 어느새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헌법 조항은 130조까지인데, 그중 1조에서 37조까지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각 조항을 순서대로 다루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에 따라 물 흐르듯 유려하게 헌법 이야기를 풀어낸다. 쭉 읽다 보니 굉장히 와닿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권한과 권력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 국민의 소중한 투표로 선출된 대표는 국민을 대신한 권한을 갖는 것이지, 절대로 권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헌법에 따르면 국가의 권력은 어디까지나 국민에게 있으니 일부 엘리트 무리가 권력을 휘두르는 행태는 절대 옳지 않다는 말. 결국 국민의 관심과 노력이 있어야 우리에게 잊혔던 그 권력을 찾아올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헌법은 더는 내려가면 안 되는 하한선, 더 밀어붙이면 안 되는 최소한의 인간적 범위를 명시하고 재판을 받을 권리와 행복할 권리, 청원과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 그리고 고문받지 않은 권리 등등 국가의 실제 권력자인 국민이 보호받고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담고 있어 읽으면 읽을수록 든든한 내 편이 생긴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 다만 현실에서 헌법의 정의로운 실행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많으니 안타깝고 씁쓸하지만...

 전직 대통령과 국정원 사연부터 외국 재판관과의 인터뷰까지 거침없이 풀어내는 김제동의 입담은 마르지 않는 샘처럼 끝없이 퐁퐁 솟았는데, 이렇게까지 솔직해도 되는 걸까 살짝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결코 무례하지 않고 더없이 정중하지만 한 마디, 한 마디에 단단한 뼈와 심이 박혀있는 글이었기에. 하지만 나는 안다. 그런 걱정은 모두 부질없다는 것을. '두렵지 않으세요?'라고 물어보면 김제동 씨는 분명 미소 띤 얼굴로 이렇게 말할 테니까. '그렇게 물어봐 주는 당신이 있어 괜찮습니다.'라고 말이다.

 진심이 담긴 장문의 글을 마치며 저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헌법을 읽고 난 다음, 여러분이 생각한, 여러분만의 헌법 1조는 무엇인가요?' 고민이 많아서인지 바라는 게 많아서인지 나는 책을 다 읽고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그 물음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과연 내가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헌법 1조는 무엇일까?' 오늘 밤 그 질문을 곱씹으며 잠자리를 뒤척이겠지만, 내일은 꼭 해답을 찾을 수 있기를!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꼭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생각한, 당신만의 헌법 1조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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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죽재전보 클래식그림씨리즈 4
호정언 지음, 김상환 옮김, 윤철규 해설 / 그림씨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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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십죽재전보
지은이: 호정언
옮긴 이: 김상환
해설한 이: 윤철규
펴낸 곳: 그림씨

 

 

 

 

 특별하고 귀한 책을 만났다. <십죽재전보>라는 제목과 표지 분위기에서 풍기는 비범함에 흠칫하게 되는 책. 어렵지 않을까 자칫 겁먹기에 십상이지만, 난 마음속에 작은 촛불이 반짝 켜지는 느낌이었다. '이 책은 꼭 읽어야 해!' 반갑게 집어 든 <십죽재전보>는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그럼 제목부터 살펴보자. <십죽재전보>란 무슨 뜻일까?

십죽재 - 명말청초에 활동한 예술가인 호정언의 호이자 서재 이름.
 푸른 대나무 10여 그루를 심고 밤낮으로 예술에 매진했던 곳.
- 편지나 시를 적은 작은 종이.
-여러 시전지를 한데 묶은 것.

십죽재 + 전 + 보: 호정언이 십죽재에서 펴낸
편지나 시를 적는 고급 시전지 묶음!

 <십죽재전보>의 저자인 호정언은 문인이자 출판업자로 인물 그림과 꽃 그림에 능했고 글씨에도 뛰어났다고 한다. 호정언이 1645년에 기획, 제작한 작품이 바로 <십죽재전보>이다. 호정언의 <십죽재전보>는 본래 총 4권에 33개의 주제로 나뉘어 261점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그림씨에서 엮어낸 이 책에서는 그중 100점을 추려내어 원작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한다. 조심스레 겉표지를 벗겨 내니 책을 180도로 펼칠 수 있게 세심하게 배려한 누드 사철 제본임을 알 수 있다. 켜켜이 쌓인 종이에 풀을 바르고 실로 꿰매 멋진 고서 느낌이 물씬! 이 또한 그 시절 그 감성으로 오롯이 책을 즐기라는 편집자의 배려이리라. 그 정성과 고운 마음 씀씀이 덕분에 기쁜 마음으로 <십죽재전보>에 흠뻑 취할 수 있었다.

 

 

 

 시전지의 역사, 호정언이라는 인물과 작품 그리고 <십죽재전보>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담긴 20페이지가량을 읽고 나면 이극공이 쓴 서문과 총 100점의 작품이 간단명료한 해설과 함께 실려 있다. 그 시절에는 파격적이었던 두판 기법(다색 목판화)과 공화 기법(볼록 인쇄술)으로 완성된 멋진 작품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몇백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림 속에서 온전히 살아 숨 쉬는 문화와 역사 그리고 교훈을 애지중지 가슴에 담았다. 

 손으로 직접 그려 목판으로 찍어내고 동양의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색을 입히며 글을 더해 완성된 작품을 보고 있자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대체 이 아까운 걸 어떻게 썼을까? 서랍에 고이 모셔두고 아껴가며 보고 싶을 때만 살짝 꺼내서 봐야 할 것 같은 그런 기분. 그 시대의 낭만과 멋이 한껏 깃든 시전지가 아까워 나라면 차마 못 썼을 것 같다. 골동품 수집을 즐겼던 호정언의 수집품과 바위, 꽃 등의 자연을 즐기고 있노라니 어느새 시구의 내용을 그림으로 묘사한 풍경이 흐르고 여러 은둔자의 일상, 용을 닮은 환상의 생물 그리고 교훈과 인정이 담긴 미담이 이어진다. 많으면 많고 적으면 적은 100점의 작품에서 17세기에 저물어가던 명나라와 떠오르던 청나라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어 굉장히 흥미진진했던 시간! 호정언의 <십죽재전보>에는 최고의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한 장인 정신과 이 작업을 좋아하며 즐기던 작가의 진심이 담겨 있다. 그 정신과 마음은 아마 그림씨도 같으리라. 그림씨가 펴낸 <십죽재전보>라는 이 책은 누군가는 꼭 만들어줬어야 할 귀한 자료이자 선물이니까. 이 책을 읽게 되어 정말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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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감성 -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휴식 같은 타인의 일상
남자휴식위원회 지음, 홍민경 옮김 / 생각정거장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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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을 다녀온 게 언제였더라? 아주 오래전에 오사카에 갔었는데, 당시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교토는 방문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하루나 이틀 정도 교토에 머물러도 좋았을 것을 왜 들르지 않았을까. 아쉽도다. 교토는 예나 지금이나 인기 있는 도시지만 뭔가 요즘 부쩍 핫해진 것 같다. 작년부터 교토를 주제로 한 여행 에세이가 여러 권 출간됐으니 궁금하면 인터넷 서점에서 '교토'라고 검색해보시길. 언제쯤 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어 안타까워하다가 마침 눈에 띈 책으로 교토에 흠뻑 취해보았다. 그 책은 바로 매경출판사, 생각정거장의 <교토 감성>. 읽는 내내 즐겁고 풋풋했다.

 <교토 감성>은 누가 썼을까? 저자 이름이 특이하다. '남자 휴식 위원회'라니... 남자들 모임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다토, 이카이 그리고 유일한 여성 멤버인 아요나가 의기투합하여 만든 대만의 창작집단이라고 한다. 다토가 글을 쓰고 이카이가 사진을 찍고 아요나가 그 여행 기록을 책으로 엮어냈다. 쿵작쿵작 손발이 척척 맞는 세 청년의 즐거운 작업 덕분에 교토, 더 정확히는 사쿄 지역의 낭만적인 일상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대만 사람인 다토와 이카이의 눈으로 본 교토의 사쿄 지역은 고즈넉하고 평화로웠다. 맛집과 명소야 당연히 발 디딜 틈 없이 북새통이지만 여느 관광지보다는 확실히 덜 붐비는 느낌! 사람에 치이지 않고 현지의 분위기에 퐁당 빠져들고 싶다면 사쿄로 가면 좋겠다. 다토가 주로 기록한 이 여행기는 보통 가이드북과는 좀 다르다. 꼭 가봐야 할 곳이나 관광 명소가 아닌 자신들이 가보고 싶던 곳, 갔는데 너무 좋았던 곳 그리고 소개하고 싶은 곳 위주로 기록한 지극히 개인적인 여행기. 에세이라고 하기엔 살짝 모호하면서도 여행 에세이인 그런 책이다.

 두 청년이 책을 좋아해서 나까지 덩달아 호강한 사쿄의 독립서점, 향긋한 커피를 파는 카페, 맛있는 일본 가정식을 파는 식당, 달콤한 디저트 가게까지, 행복한 여정에 푹 빠져 즐거운 마음으로 한참을 누볐다. 돌쟁이 딸을 아기띠로 안고 토닥토닥 두드리며 선 채로 한참을 읽었는데, 안 자겠다고 보채다 새근새근 잠든 딸의 고운 얼굴을 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딸, 우리도 이대로 교토에 가면 좋겠다. 눈 감았다 뜨면 그 예쁜 골목, 그 멋진 장소로 가는 거야. 그럼 진짜 좋겠다, 그렇지?'

 집밥처럼 정성 가득한 한 상, 쑥스러웠던 대중목욕탕, 삐걱삐걱 케이블카, 종이 냄새 폴폴 풍기던 서점, 입에서 사르르 녹을 것 같던 디저트 가게, 마음에 쏙 드는 숙소 하물며 길에서 만난 바구니 달린 자전거까지도 낭만적이었던 그곳, 교토 사쿄에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다. 이 책은 뭐랄까, 여행 다녀온 친구가 조곤조곤 얘기해주는 느낌이랄까? 예의 바르고 유쾌한 두 청년이 글과 사진으로 전한 교토에 마음을 뺏겨 한참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아장아장 걷는 딸과 그 소박한 거리를 걷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나는 그렇게 교토에 취했나 보다. '딸, 얼른 커서 엄마랑 같이 꼭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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